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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들 가정을 지켜주세요…

 2016-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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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는 현이를 만난 건 지난봄이었다. 몸에서는 냄새가 났고 옷은 몸에 맞지 않아 보였다. 이랜드 복지재단에서 멋진 옷과 생필품을 사주겠다고 하니 아이는 곧바로 나를 예쁜 아줌마라고 부르며 좋아했다. 나는 현이의 손을 잡고 아이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집으로 갔다.

현이 엄마는 교통사고 후유증과 남편의 폭력으로 온몸이 망가진 채 아이 손만 잡고 친정집으로 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두 모자를 반기기는 했지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그저 가난한 시골 노부부에 불과했다. 몸과 마음이 병든 딸과 아빠의 폭력으로 인해 극심한 정서 장애를 안고 있는 손자를 안고 우는 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아빠가 엄마를 매일매일 때렸어요. 엄마도 울고 저도 울었어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현이가 힘들었던 지난 일들을 마구 토해내며 우는데 현이 엄마와 할머니도 함께 울면서 힘들어하셨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며 함께 우는 거다. 한참 이야기를 들은 뒤 손을 잡고 웃으면서 이랜드 복지재단에서 아이의 물품을 구입해준다고 하니 온 가족이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연로하신 할아버지가 물고기를 잡아 번 돈으로 다섯 명의 식구가 살기에는 너무 힘들어 보였다.
함께 방문한 강릉교육청 양종숙 선생님에게 이 가정이 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고 바로 면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이 가정이 수급자로 선정이 되어 있으며 아빠가 수급비를 받아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모자가 독립된 가정으로 분리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려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를 위해 복지재단의 인큐베이팅 위기가정으로 신청해 190만 원을 지원받았다. 현이 엄마는 이렇게 큰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그 뒤로 3개월 동안 현이 엄마는 수시로 전화를 했다. “간사님, 전화요금도 이 돈으로 내도 되나요.” “간사님, 현이 간식비는 얼마까지 써야 하죠?” “간사님, 돈을 다 써도 남으면 어떻게 되나요.” “간사님, 버스비도 이 돈 안에서 써도 되는 건가요. 돈을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네요. 너무 많은 돈을 쓰려니까 잘 모르겠어서요.” “잘하고 있어요. 아무 걱정 마시고 잘 쓰세요.” “예, 감사합니다. 현이와 잘 살게요.”

지원이 종료되는 달, 마침 면사무소에서 아빠로부터 분리되어 수급비를 받을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 초대되어 다시 이들 가족을 만났다. 현이가 나를 알아보고 먼저 뛰어왔다.

“예쁜 아줌마, 우리 엄마가 요즘은 많이 웃고 나에게 잘해줘요.” “우리 현이 행복하겠네.” “예쁜 아줌마가 우리 집에 오셔서 더 행복해졌어요.” “….”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할머니와 엄마와 현이를 보면서 결코 절망의 끝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삼대가 손을 잡고 서 있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난하지만 저들만의 가족 스타일을 뽐내며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주님께 기도 드렸다.

‘아부지, 저들 가정을 지켜줘유. 이제 다시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지 않도록 저 두 모자를 지켜줘유.’ ‘딸아, 저들이 자립하여 가정을 잘 이루어가도록 가끔 방문하여 도와주거라.’ ‘예, 아버지. 아버지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허허허….’

초등학교 운동장 위 가을 하늘에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퍼져 올라갔다. “아버지, 세상의 소외된 자들을 돌아보기를 원하시는 나의 아버지… 저는 그런 아버지가 너무 좋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나의 아버지!”

† 말씀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서 이루어졌나니 - 갈라디아서 5장 14절

예수께서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 - 마태복음 9장 35,36절

우리가 이 계명을 주께 받았나니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또한 그 형제를 사랑할지니라 - 요한일서 4장 21절

† 기도
소외된 자들의 이웃되어 주신 아버지, 아버지의 마음을 담습니다. 제 안위만을 위한 삶에서 나아가 이웃과 함께 하는 삶으로 주님과 동행하길 원합니다.

† 적용과 결단
당신 주위에 소외된 이웃은 누구입니까?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그들을 바라보고 행함으로 사랑을 실천해보세요.





† 지금 교회와 성도에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