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오브헤븐

외람된 말씀이지만, 청년들을 상담하며 쓴 한 선생님의 페북 메시지

백석대, 백석예술대, 서울장신대, 백석음악대학원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교회에서 봉사하는 아이들이 종종 찾아와 면담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담임목사님들께


#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물어봐 주세요.

교회에서 찬양인도자로, 반주자로, 밴드 세션으로, 음향으로, 교사로, 청년회 임원으로, 셀 리더로 봉사하는 젊은이들이 그들이 사역비를 받는 청년이든, 무보수로 봉사하든 상관없이, 연말이 되면 꼭 개별적으로 만나 커피 사주면서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물어봐 주세요(훈계하지 마시고 그냥 듣고 공감만 해주세요).

- 이번 한 해는 어떻게 지냈는지
- 학교나 직장 생활, 취업 준비가 어떤지
- 힘들고 어려운 점은 없는지
- 교회에서 사역이 과하지는 않은지
- 담임목사로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많은 청년들이 학교, 직장 등의 과한 일정과 더불어 교회에서 여러 봉사를 맡아 겨우겨우 감당하고 있는데, 연말이 되면서 하나둘 사역이 더 주어지면 다 내려놓고 교회를 떠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난 청년 때 군소리하지 않고 죽어라 교회 섬겼는데 요즘 젊은 것들은 왜 이렇게 나약해?"라고 이렇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40대 후반인 저나 제 위 세대와는 전혀 다르게 엄청나게 관계 중심입니다. 포스트모던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고, 아마도 우리 세대보다 깨어진 가정에서 사랑에 결핍을 느끼며 자란 아이들이 더 많아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 세대만 해도 전체 회식 한번 하고 으쌰 으쌰 하면 괜찮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단지 회식으로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일대일로 만나 서로의 마음 깊은 곳에 담겨 있던 것을 나누기를 무엇보다 갈망하는 세대입니다.

담임목사님이 이렇게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고 믿어준다면 우리 세대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사사로운 이익보다 오히려 관계를 중요시하기에 누구보다도 열심을 내고, 사역이 힘들어도 능히 격려와 사랑으로 이겨낼 친구들입니다.

교회에 청년이 없다고만 하지 마시고 한 영혼에 관한 것이기에 바쁘시더라도 이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봉사, 충성하는 청년들과 이런 진솔한 대화의 시간 갖게 되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들이 '목사님이 자신을 생각해주시는구나, 그것도 모르고 목사님 미워했네'라고 이해하고 다시 내년 한해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마음 붙들게 됩니다.

# 힘들어하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떠맡기지 마십시오.
분명히 그 일로 인해 육적으로, 영적으로 탈진되어 다 내려놓고 교회 떠나게 됩니다(실제 상담했던 케이스입니다).

실용음악과 건반 전공하는 친구들은 어려서부터 자라온 교회에서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토요일 청년부 모임, 주일예배, 오후예배, 성가대 반주까지 낑낑거리면서 말도 못하고 겨우 버티는 친구들 너무너무 많습니다.

좀 이야기 나누면서 어떤 상황인가 들어보시고 사역 줄여주기 원한다면 다른 방법 없다고 하지 마시고 줄여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먼저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역이 영혼을 죽이고 탈진시키는 것이 아닌, 천천히 비효율적으로 가더라도 사람을 세워주고 살리는 것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에게


# 그냥 내려놓고 예고 없이 떠나지 말고 '꼭' 담임목사님께 면담을 요청하세요.

생각보다 많은 경우 목사님들이 미안해하시면서 사역을 줄여주시고 좀 더 관계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시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면담을 통해 잘 해결된 경우도 있고요.

# 청년들도 교회에서 맡긴다고 다 'Yes' 하지 말아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탈진(번아웃) 되지 않습니다. 이미 사역하는데 기쁨이 없고 의무감으로 하고 있다면 일정 부분 내려놓아야 하는 상태라는 사인이에요. 그리고 영적으로 하나님과 친밀함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인이기도 하고요. 탈진되어 교회 떠나는 것 이전에 목사님과 면담을 통해 풀어나가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순리입니다.

목사님이 사역을 더 맡기실 때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말고 며칠 기도해보고 평안한 마음 주시지 않으면 완곡하게 거절하기 바랍니다.

때론 우리 생각은 더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속에 정했지만 성령님께서 하라고 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나에게 딸린 한 영혼(주일학교 아이들, 또는 찬양팀 한 영혼) 때문에 하나님이 그렇게 하시기도 하십니다. 그 음성에 순종하면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위에 말한 탈진 정도는 아니어도 목사님이 불러주시기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가세요. 담임목사님들이 여러분을 생각하고 계시지만 모든 예배 설교와 심방, 성경공부 등 너무 과중한 사역으로 인해 먼저 만나자고 못 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봉사를 하고 있지 않은 청년들 중 시간과 능력이 되는 분은 과중하게 사역이 몰려 힘들어하는 동기, 선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담을 하나라도 나누어주면 너무나 좋겠습니다.

추신. 작은 교회 규모 때문에 반주자나 예배사역자를 못구한다고 생각하시거나, 있던 청년들도 사역비를 못 주기 때문에 떠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글과 연결되는 글로 지난 11월 27일에 '교회2.0목회자운동' 주최 <작은교회 & 하우스워십의 미래>라는 주제 포럼이 있었는데 요약된 글을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 류세종
백석대, 백석예술대, 서울장신대에서 예배사역을 가르치고 있으며 지역교회 찬양팀을 돕기 위해 페이스북 '예배사역이야기' (facebook.com/worshipbandtalk)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