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인터뷰

'사랑하니까 엄마다' - 작가 한지현

'사랑하니까 엄마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너무 빨리 변화하면서 상식이 깨져버리는 세상속에서 '사랑하니까 엄마다' 라는 문구는 우리에게 신선함 마저 제공한다. 

이번 이용규 선교사님의 "가정, 내어드림"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한 한지현 작가를 카카오톡 인터뷰로 만나 보았다. 


# 본인 소개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한 지현이라고 합니다. 선화예술중학교,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미술 교육 공부했고요,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바쁘게 지내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사랑하니까 엄마다 초대전 및 전시회를 하셨는데요. "사랑하니까 엄마다" 브랜드 자체가 참 신선하고 많은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신선하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사랑하니까 엄마다’라는 제목은 저희 시아버님이 쓰신 책 제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붙인 거예요. 시아버님께서 굉장히 가정적인 분이세요. 가족들의 대소사는 물론 무심코 넘어 가기 쉬운 기념일까지 다 기억하고 챙기시는 분이죠.

일례로 저랑 남편이 만난 지 얼마 안됐을 때 우연히 큰 서점에서 아버님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날짜까지 기억하시고 매년 그 날에 기념하는 메시지를 보내 주시는 정도에요. 그리고 아버님은 책도 굉장히 좋아하시고 글도 멋지게 잘 쓰세요.

그래서 3년 전에 아빠로써 가족들을 위해 해 오셨던 여러 가지 행사나 이벤트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사랑하니까 아빠다’라는 책을 내셨어요.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이 대개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대학 졸업하고 한동안 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손을 놓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 입시를 하느라 지쳤던 것 같기도 하고…처음 미술을 시작할 때는 정말 그림을 그리는 게 마냥 좋아서 미술학원에 가는 일이 참 즐거웠거든요.

그런데 입시를 위해서 뭐랄까 정형화된 그림들만 계속 그리다 보니 막상 대학교에 가서는 그림 그리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슬럼프가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원도 미술 교육과로 진학하게 되었죠. 아이들이 어설프지만 기발하게 그린 그림들이 어찌나 귀엽고 참신한지 보는 것만으로도 꼭 제가 예전에 미술 시작할 때처럼 즐겁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 그림 봐주고 교육 자료 개발하고 하면서 또 몇 년을 보내고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죠. 결혼 하고 남편 따라서 지방에 내려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은 그만 두게 되었고 완전히 전업주부가 된 거죠. 그러다가 아이 둘을 낳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제가 미술을 했었던 적은 있나 싶을 정도로 미술과 멀리 지내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랑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문득 아이들과 이렇게 같이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그러면서 갑자기 아이들과의 일상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화판이랑 재료들을 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렇게 한 점 두 점 그림이 늘어갔고 결국엔 꽤 많은 그림들이 쌓이게 되었죠. 전시회 같은 걸 생각하고 그린 게 아니라 정말 제가 좋아서 그린 그림들이라 그냥 저희 집 벽에 그림들을 걸어 놓았는데요. 집에 오시는 분들마다 그림을 보시고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전시회라도 하라고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립 서비스로 하시는 말이려니 하면서 그냥 감사하게 듣고 넘어갔는데 자꾸 그런 말들을 들으니까 ‘나도 한 번?’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공모전에 지원을 해 보려고 알아봤더니 포트폴리오도 큰 제목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는데 갑자기 아버님 책 제목이 떠오르는 거예요.

사실 전 열심히 하려고 하는 엄마이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엄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늘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또 반성도 하고.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거잖아요. ‘무엇을 얼마큼 해주니까’가 아니라 정말 ‘사랑하니까’ 엄마인 거죠. 아버님께서 저작권 문제 삼으실까봐 일단 그냥 써서 보내고 나중에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엄청 좋아해주셨어요. ^^

# 이번에 이용규 선교사님의 <자녀, 내어드림> 책에 일러스트로 참여하셨는데요. 참여하게 된 사연이 있다고 하시던데요 

네 참 감사한 인연인데요. 이것도 결국 아버님으로부터 시작된 인연인데.^^ 아버님이 책 발간하실 때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기독교 신문에서 인터뷰를 하셨었대요. 시부모님께 제가 공모에서 당선이 돼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시면서 어떻게든 알리시고 싶으셨나 봐요. 그래도 첫 전시인데 썰렁하면 안 되잖아요 ^^.

그래서 예전에 인터뷰 하셨던 편집장님과 연락이 닿아서 얼떨결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그게 신문에 실렸는데 규장출판사에서 이용규 선교사님 신간을 준비하고 계시던 편집장님께서 그 인터뷰를 보시게 된 거죠. 신문에 제 그림이 조금 실렸는데 제목도 그렇고 준비하시던 신간이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나 봐요. 그래서 또 만나 뵙고, 나머지 그림들 보여드리고, 그러면서 삽화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이용규 선교사님 책은 저도 여러 권 감명 깊게 읽었고 어떻게 보면 제 신앙 생활에 있어서 아이돌 같으신 분인데 ^^ 이렇게 그 분 책에 제 그림이 실리게 된 게 아직도 참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본인의 <자녀, 내어드림>이 있다면?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 같아요.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저는 아이들을 참 좋아했고 아이들도 저를 많이 따랐거든요. 그래서 전 당연히 제가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난관들을 마주하게 되더라구요.

아이들 때문에 혼자 상처받고 또 그래서 애들한테 공연히 화를 내기도 하고, 그러고 나면 또 내가 이거 밖에 안되나 하는 실망감도 들고. 그럴 때마다 남편과 많이 대화를 하는데 그렇게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들에게 화가 나고 상처 받는 건 결국 제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아요.

제가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받았던 상처들이 아이들을 통해서 제 안에 다시 되살아나는 거죠. 아이들은 아직 아이들일 뿐인데 제 안의 상처들이 건드려질 때는 저도 모르게 자꾸 그걸 잊어버려요. 그래서 요즘엔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 안의 상처들을 깨닫고 그걸 극복하는 것이 어쩌면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우리에게 맡기신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인간적인 욕심과 상처를 내려 놓고 양육하기 위해서는 결국 철저히 하나님 말씀대로 키우는 방법 밖에는 없더라구요.

그리고 저부터 하나님 앞에서 회복되어야 하구요. 그게 선교사님께서 말씀하신 내려놓음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자녀를 키운다는 건 역시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

# 전시회가 11월에 예정되어 있던데요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감사하게도 10월에 이어서 두 번째 전시회까지 하게 되었어요. 제목은 동일하게 ‘사랑하니까 엄마다’라고 붙였구요 창덕궁 근처에 있는 ‘갤러리 너트’라는 곳에서 11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1주일 동안 전시하게 됩니다.

동양화 전공인데다가 잘 안쓰던 재료들로 그냥 제가 좋아서 그린 그림들이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서툴기도 하고 해서 사실 좀 부끄럽기도 한데요 그래도 아이들과의 행복한 순간에 느끼는 사랑으로 그린 그림들입니다.

그릴 때의 제 마음이 조금이나마 보시는 분들께 전달되어서 쌀쌀한 겨울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드릴 수 있다면 그보다 감사하고 즐거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엄마들께 존경한다고, 멋지시다고,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