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나의 종교생활이야기 #1

내가 교회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그때쯤이지 싶다. 초 4때 할머니 손을 붙잡고 처음 교회에 나갔는데 마침 몇 주 안되어 지역 교회 주일학교 연합으로 백일장&사생대회가 열렸다. 내 기억으로는 부천지역에 왠만한 주일학교들이 다 참가했던 것 같다.

나는 그 대회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부문에서 그만 1등을 해버렸다. 무명의 새신자가 덜컥 1등을 해버리니 교회는 난리가 났고 나는 모두가 주목하는 그림 천재가 되어있었다.

한동안은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칭찬과 귀여움을 독차지했더랬다. 게다가 그 이후 나는 고2때까지 미술을 했다.

그런데 내가 1등을 했던 이유가 좀 씁쓸하다. 나는 그림을 그정도로 잘 그렸던 것도 아니고 교회를 나온지 얼마 안되었기에 신앙이 뭔지, 성경의 ㅅ자도 모르는 어린애였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1등을 했을까...

그때의 기억을 복기해보니(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해석을 해보면) 내가 그렸던 그림이 생각이 난다.

처음에 무얼 그려야하나 하다가 다들 풍경화를 그리고 있길래 나도 풍경화를 그렸다. 그런데 다들 정말이지 너무 잘 그리는게 아닌가?

나는 그림실력으로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가지 아이템을 더 추가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그림은 보통 물가와 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었는데 나는 대담하게도 물가에 우뚝 솟은 큰 바위와 그 바위 위에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한 소년을 그려넣었던 것이다.

크~~ 기도하는 소년!!

주최측에서는 이 그림이 기특했는지, 그래도 명색이 주일학교연합 백일장이어서였는지 그림 실력보다는 내가 생각해낸 이 기발한 아이템을 그냥 둘 수는 없었지 싶다.

1등을 해서 상도 받고 교회에서 사랑도 받았으니 다 좋은데, 오랜시간이 지난 후 나에게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마도 내 신앙이 저랬지 싶다. 나는 저때 기도가 뭔지도 몰랐던 어린애다.(물론 지금도 잘 모른다.)

우리네의 신앙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채로 피상적인 행위와 종교적 열심으로 치부되어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물가에 솟은 바위 위에 위험천만 무릎 꿇고 기도하는 소년이 있다면 솔직히 그건 살짝 미친거 아닌가. 아니면 나 좀 보소!하고 있거나!! 그런데도 우리는 저런 스타일을 좋아라 한다.

아마도 나는 처음부터 이런 컨셉에 대해 천부적 재능을 지녔었던 것 같다.

이 일이 있은 후,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나는 교회의 일약 스타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종교계에 입문하게 된다.

한동안 잠잠했던 나의 종교본성은 중 2때쯤 다시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