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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테마
오늘의테마

왜 주시지 않지?

 2016-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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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학교까지 갈 차비가 없었다. 오전 내내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주실 거란 믿음으로 기다렸지만 10원짜리 동전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히 하나님이 재정을 공급하실 거란 믿음이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그동안 많은 간사들이 기적적으로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재정을 경험하며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리는 일들을 보아왔다.

‘정말 오늘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데!’

간절함이 사무쳤다. 그렇지만 학교를 가야 하는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내 주머니는 텅텅 비어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나는 함께 지내는 동료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돈을 빌렸다.

내 얘기를 들은 동료는 방에 들어가 가지고 있던 돈을 다 모아 건네주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꼭 갚겠다고 약속하고 나오는데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손에 쥐여진 돈을 확인해 보니 학교까지 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일단 학교는 갈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함께 모임을 하는 동안 내 머리는 오직 집에 갈 차비가 없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공급해주실 거야. 기다려보자.’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학생들과의 모임이 끝나고 가벼운 간식을 먹으며 교제를 마치고 나니 학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여전히 학교에서 집에 갈 차비가 없는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모두가 떠나고 나와 학생 리더 둘만 남았다.

‘12시 전에는 사당역에 도착해야 막차를 탈 수 있을 텐데….’

시간이 늦어져 결국 학교 앞 마을버스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고, 학생 리더는 나를 배웅하겠다며 따라나섰다. 마을버스가 와서 이제 타야 하는데 내 주머니에는 돈이 없었다.

‘학생에게 부탁해야 하나? 오늘 동료 간사에게도 어렵게 얘기했는데….’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았지만 정말 학생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목구멍에 딱 걸려서 차마 나오지 않는 말을 어렵게 꺼내 사실 집에 갈 차비가 없다고 얘기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학생은 놀라고 당황하더니 가방을 뒤적이며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동전을 모두 모아서 내 손에 쥐여주었다.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동전을 받아 들자 얼른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버스에 뛰어올랐다.

얼마인지 볼 수도 없었다.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학생이 준 동전을 확인하는데, 딱 사당역까지만 갈 수 있는 돈이었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되었다. 나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넘어야 했다.

‘안양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돈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아니,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당역 주위를 돌았다. 혹시 동전이라도 떨어져 있다면 주워볼 심산이었다. 자정이 다 된 저녁에 사당역을 두세 바퀴는 돌았을 것이다. 땅을 보면서 혹시라도 떨어진 동전이 있을까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지만 10원짜리 하나 찾지 못했다. 결국 그날 막차도 놓치고 말았다.

나는 그 밤에 걸어서 사당 고개를 넘어 안양으로 향했다. 정처 없이 길을 걸었다. 지금은 그 길에 많은 건물이 들어섰지만 그때는 보이는 건물이 거의 없었다. 지치고 힘든 육체를 간신히 가누며 가끔 지나는 자동차 불빛을 가로등 삼아 캄캄한 길을 걷자니 정말 힘들었다. 차비 몇 푼 때문에 정말 길고 긴 하루를 보낸 듯했다. 길을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

평생 돈 몇 푼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도 불안했지만, 하나님이 정말 나의 쓸 것을 공급하시는 분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분이 나를 구원하신 분인 것은 믿지만, 정말 나의 쓸 것도 공급하시는 분인가?’

걷고 또 걸어 인덕원 부근까지 왔다.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걸었다. 걷다 쉬고, 피곤하면 앉아 있다가 또 걷다 보니 어느새 동이 트려고 했다.

‘이쯤에서 포기할까? 여기서 멈추면 다른 것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눈물과 땀이 함께 흐르고 있을 그때, 새벽녘 내가 걷고 있는 그 길로 주님이 찾아오셨다.

‘시온아, 나를 신뢰하니?’

너무 명확한 음성이라 못 들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즉시로 주님의 음성임을 깨닫고 걸음을 멈추었다.

‘앞으로 오늘과 같은 일의 몇 십 배, 몇 백 배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텐데 그래도 나를 신뢰할 수 있겠니? 내가 네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겠니?’

내게 무엇을 해주셨기 때문에, 필요를 채워주셨기 때문에 따르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셔도 예수님과 함께할 수 있는지, 그분 한 분만을 위해서 살 수 있는지를 물으셨다.

그러면 가난이 몰려오고, 아픔이 나를 떠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핍박과 저주가 있을 수도 있고, 박해와 고난이 나를 감싸는 삶을 살 수도 있다. 어쩌면 순교의 자리에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예수님의 제자가 사는 삶인데, 그런 암흑 같은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늘을 쳐다볼 수 있겠는가를 물으셨다. 그렇게 예수님은 내게 다가오셨다.

나는 “예, 제가 그렇게 살겠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대신 인덕원 어느 골목 어귀에서 길바닥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 말씀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으나 너희는 그리스도 안에서 지혜롭고 우리는 약하나 너희는 강하고 너희는 존귀하나 우리는 비천하여 바로 이 시각까지 우리가 주리고 목마르며 헐벗고 매맞으며 정처가 없고 또 수고하여 친히 손으로 일을 하며 모욕을 당한즉 축복하고 박해를 받은즉 참고 비방을 받은즉 권면하니 우리가 지금까지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꺼기 같이 되었도다 - 고린도전서 4장 10~13절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박해를 받으리라 - 디모데후서 3장 12절

여호와여 주의 이름을 아는 자는 주를 의지하오리니 이는 주를 찾는 자들을 버리지 아니하심이니이다 - 시편 9장 10절

† 기도
주님, 암흑 같은 상황에서도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삶을 살 수 있는 믿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상황과 환경에 미혹되지 않고 언제나 신실하신 주님을 바라보며 살길 원합니다.

† 적용과 결단
당신에게 가난이 몰려오고, 아픔이 떠나지 않아도 주님을 신뢰하실 수 있으십니까?





† 지금 교회와 성도에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