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ㆍ문화
카드스토리

[카드스토리]덜 논리적이고 더 사랑하라

언젠가 내 마음이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목회를 하다 보면 가끔씩 그럴 때가 찾아온다.

‘덜 논리적이고 더 사랑하라’

언젠가 내 마음이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목회를 하다 보면 가끔씩 그럴 때가 찾아온다.

우리교회에 출석하는 정신과 의사 성도님이 “요즘 목사님 얼굴 표정과 목소리를 들어보니, 마음이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라고 간접적으로 전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 정신과 의사를 찾기 전에 하나님이 천사 한 사람을 보내주셔서 다 나아버렸다.
순식간에 멀쩡해졌다.

그 천사는, 우리 교회 고등부에 나오는 한 여학생이었다.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던 자매는 나에게 장문의 편지를 주고 갔다.
“목사님, 혹시 작년 6월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한 달 만에 퇴원했다는 소녀의 이메일을 기억하시나요? (중략) 그런데 채 1년이 안 되어 다시 자살 시도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죽을 뻔했어요.
다시 정신병동에 입원해서 두 달 있다가 나온 지 2주 되었어요.
하지만 병원에서 퇴원하고 며칠 뒤에 또 다시 자살충동이 와서 한강으로 갔어요.
그러나 한강을 순찰하며 다니는 경비정 때문에 뛰어내리지 못했어요.”

우연히 나의 설교를 듣고 교회에 오게 된 자매는 나에게
밤을 새워 만든 시, 명언, 명화를 한 장 한 장 코팅해서 묶은 것과 편지를 주었다.

“죽으려 했던 저에게 이런 열정이 남아 있었나 저도 놀랐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나는 아이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나도 너만한 딸이 있단다. 내가 네 큰 아빠 해 줄께.
너는 내 조카 해라.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이야기를 나눈 후 기도해 주고 아이를 보냈다.
아이가 내게 준 편지를 읽던 중 편지 말미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추신, 목사님 은퇴하시고 밥 한 끼 먹을 성도 없을 때 저한테 연락 주세요.
그땐 제가 어른이니까. 맛난 것 대접할게요.”

나는 그 편지를 보면서 너무 목이 메었다.
그 무렵 예배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얘기를 했었다.

“저는 우리 교회에서 누군가를 편애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어떤 사람이든 둘만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그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큰 교회에 담임목사로 있지만 은퇴하면 밥 한 끼 얻어먹을 성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쓰여 편지에 그렇게 적은 것 같다.
그 편지를 보고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목사님이 지금 많이 지치고 힘들었는데 너 때문에 힘내기로 했다.
목사님이 약속할 게 하나 있는데, 너에게 밥을 얻어먹기 위해서라도 목사로서 실망시키는 일 하지 않고 끝까지 목회 잘 할 것이다.
그러니 너도 목사님 은퇴하면 밥 사준다는 그 약속 지켜야 한다.
네가 힘들다는 건 알지만 꼭 살아야 해.
그래서 목사님에게 밥 사주겠다는 그 약속 꼭 지켜야 한다.
네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지 않았니?
그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해. 목사님도 끝까지 절대 변질되지 않을게. 약속하마.”

나는 지금도 가끔씩 그 아이 생각을 한다.
그 아이는 죽으면 안 된다.
내게 희망이다.
또 내가 그 아이에게 희망이 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교회이다.
‘덜 논리적이고 더 사랑하라’는 말처럼 이런 사랑의 능력이 우리를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에클레시아> 이찬수

[gallery columns="9" ids="70387,70409,70408,70407,70406,70405,70404,70403,70402,70401,70400,70399,70398,70397,70396,70395,70394,70393,70392,70391,70390,70389,70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