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풍선을 불고 간식을 챙기며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정오쯤 정글을 헤치고 한 가족이 나타났습니다.
당시 비전트립에는 어린이 만남을 신청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부모는 아들의 후원자가 한국 사람이라면서 분명 그가 자신들을 찾아왔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는 온 가족이 새벽부터 맨발로 수십 킬로미터 정글을 헤치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날 하루 농사도 다 제치고 말입니다. 그들의 표정이 얼마나 설렘으로 상기되어 있는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으니 난처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까맣게 탄 삐쩍 마른 얼굴에 희망을 가득 담은 눈으로 우리 일행 한 사람, 한 사람을 쳐다보며 ‘저 사람일까’ 살펴보는데 제가 다 안타깝고 미안할 지경이었지요.
그런데 그들이 “문”, “문” 하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센터 직원이 그 아이의 후원자를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후원자는 문희정 씨였습니다.
사정을 알고 보니 그녀는 비전트립을 떠나기 전에 후원어린이를 한 명 늘렸는데 결연만 하고 어린이 사진을 받기 전이라 아이 얼굴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또 있나 싶었습니다.
우리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문희정 씨를 그들 앞으로 떠밀었고, 그들은 손수 만들었다는 빨간 팔찌를 내밀었습니다. 온 가족이 연신 감사의 표현을 하자 그녀는 더욱 몸 둘 바를 몰라 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만남에다, 딱히 준비해온 선물도 없어서 그들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려고 기도제목을 물었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도제목이 있나요?”그러자 그들의 입에서 동시에 “스폰서”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후원자님이요. 후원자님이 건강하고 그 가족들이 평안할 수 있도록요. 아침마다 우리는 ‘문’을 위해 기도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요.”
문희정 씨는 그 말을 듣자마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와락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얼떨결에 어린이 가족으로부터 팔찌를 받아 든 그녀의 손에는 눈물 때문에 빨간 염료물감이 번졌습니다. 그녀는 제게 하소연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왜 이러실까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감사를 받아야 하나요? 이렇게 가난하고 아픈 아이들을 만나니 제 삶이 부끄러워요. 더 부끄러운 게 뭔지 아세요, 저는 제 풍족한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저도 그녀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 삶을 전부 포기하고 이 어린이들만 바라보며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저도 그녀와 같은 마음이 되어 말해주었습니다.“누가 다 주래요? 주고 싶은 만큼 주세요. 사탕 한 개라도요.”
정말 아이들은 그녀가 주는 사탕 하나에 활짝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은 받은 사탕을 톡 깨물어 친구와 나누어 먹기도 하고 손바닥에 묻은 사탕 부스러기를 핥으면서 행복해했습니다.
우리가 삶을 제대로 못 사는 것 같을 때, 예수님은 뭐라고 하실까요? “너 왜 이렇게 사니?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겨우 이렇게밖에 못 사니?”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지 않습니다.
“나는 너를 알고 네 모습을 이해한다. 네가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단다.”그리고 나 자신에게 좌절하고 절망하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실까요?
“괜찮아, 이제 시작하면 돼. 나를 통해 넌 다르게 살 수 있어.”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늘 큰 격려가 됩니다. 거기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신앙이 있다는 말은 삶에 대한 분명한 태도와 목적이 있다는 말과 같을 것입니다. 하나님께 나를 맡기고, 예수님이 나를 통해 뚜벅뚜벅 이 땅을 걸어가신다면, 그분의 사랑이 나타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흘러가는 통로가 된다는 것은 삶을 모조리 바꿀 만큼 큰 행복입니다. 내 옆에 있는 한 아이에게 당장 사탕 하나를 줄 수 있는 정도의 마음이라면, 하나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아주 크게 일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 말씀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 - 요한복음 7장 38절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나의 종이요 내 영광을 네 속에 나타낼 이스라엘이라 하셨느니라 - 이사야 49장 3절
성경이 바로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 일을 위하여 너를 세웠으니 곧 너로 말미암아 내 능력을 보이고 내 이름이 온 땅에 전파되게 하려 함이라 하셨으니 - 로마서 9장 17절
† 기도
내 안에 주님의 사랑이 작은 사탕 하나라도 나누는 삶으로 실현되길 원합니다. 늘 부족한 자녀이지만 주님의 사랑 붙잡고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사랑의 길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 적용과 결단
당신이 삶을 제대로 못 사는 것 같을 때 예수님이 뭐라고 하실까요? 다시금 주님 앞에 나아가 당신의 마음과 삶을 위로해주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