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한켠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덤프트럭 한 대가 쓰레기를 가득 싣고 들어왔습니다. 트럭이 쓰레기를 붓자, 자욱한 먼지 사이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쓰레기 언덕을 넘어 덤프트럭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일은 돈이 될 만한 쓰레기를 모아 파는 것이었습니다. 큰 아이들은 고철과 플라스틱을 모으고 작은 아이들은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것을 먹고 있는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잽싸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아이가 살며시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아이를 찾아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그 아이도 카메라를 피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대로 어린이의 모습을 담을 절호의 찬스를 노렸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습니다. 살짝 지쳐갈 무렵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찍혀줘! 어차피 너와 나는 다 여기서 이렇게 살다가 가는 거야.”
현지 직원에게 이 말의 의미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제가 찍으려던 사진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침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입에 넣고 있던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저는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가 렌즈 속에서 아이의 눈빛과 마주쳤습니다. 까만 두 눈 속에 말없는 슬픔과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그 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알아요. 여기 버려진 쓰레기처럼 저도 버려진 존재라는 걸요. 미래도 희망도 없다는 걸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그런 저라도, 제발 저를 그렇게 보지는 마세요.’
실은 제가 카메라에 담으려던 모습이 바로 그랬습니다. 미래도, 희망도 없이 버려진 아이가 있음을 사진에 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영혼이 부끄러움과 수치로 저에게 하소연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찍지 말아주세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의 생각이 제 안으로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하나님은 저항할 수 없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무엇을 보고 있느냐? 내 눈에는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생명이구나.’
하나님은 저와 같은 시선으로 이 아이를 보지 않으셨습니다.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귀한 한 생명으로 보고 계셨습니다. 팔에 힘이 빠지면서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깜냥도 모르면서 남의 자식을 돕겠다고 덤비다가, 그 아이의 존재 자체를 기뻐하며 아이를 전심으로 사랑하는 진짜 아버지와 정면으로 만난 것 같았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를 위해 온갖 좋은 것들을 계획합니다. 세상의 부모도 그러한데 하늘의 하나님은 어떠실까요. 그분은 태초 전부터 한 생명을 계획하고 지으셨습니다.
하나님은 한 생명, 생명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 이 땅에 보내주셨습니다. 그분은 한 어린 영혼에게 생존 이상의 것을 바라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따라 한 생명이 지닌 꿈과 가능성이 아름답게 꽃피워지기를 원하십니다.
† 말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 요한복음 3장 16절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 고린도전서 9장 19절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 누가복음 19장 10절
† 기도
주님, 주님의 마음으로 영혼을 바라보며 살길 원합니다. 한 영혼을 아끼시며 사랑하시는 주님, 내 기준과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주님의 마음으로 보고 사랑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한 생명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하나님과 동일하십니까? 잃어버린 영혼을 위해 목숨을 받쳤던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묵상하며 그 사랑을 실천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