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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2016-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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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아이티에 지진이 난 후 네 번째 들어갔을 때니까 2010년 8월이었다. 아이티에는 나의 믿음의 동생인 로사 사모가 있다.

로사 사모는 25년 전에 도미니카로 들어갔고 아이티의 생산공단인 소나피 공단에서 1,800명이 넘는 종업원을 책임지는 엄청난 규모의 의류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날 나는 로사 사모의 퇴근을 기다리며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퇴근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도 로사 사모는 공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 없는 얼굴이 고스란히 읽히고 있다.

밤 10시가 다 되어 사무실에 돌아온 로사 사모 곁에 어깨가 쳐진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신티아였는데 흑인이었지만 키가 크고 뛰어난 미인이었다.

로사 사모가 이렇게 늦게 사무실로 돌아온 이유는 신티아가 미국 본토에 납품할 물건의 샘플을 만드느라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일 뉴욕으로 샘플을 가지고 가서 심사에 합격해야 앞으로 수십만 장의 옷을 납품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티아가 로사 사모의 공장에서 만들어 주는 샘플마다 마음에 들어 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고 또 다시 만들고 했는데도 신티아의 얼굴이 저렇게 울상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신티아가 가지고 간 샘플이 계속 불합격되었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나는 우리 세 명이 합심해서 기도하자고 했다. 한참을 기도하는 중에 성령께서 이런 음성을 주셨다.“신티아 자신이 만들어진 샘플을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 자신 없는 신티아의 얼굴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읽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신티아에게 그 말을 전해주었고 그날 밤 우리는 내일 심사를 치를 샘플 옷을 앞에 놓고 기도하였다. 나는 신티아에게 그 샘플이 최고로 잘 만들어진 옷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100퍼센트 만족한다고 계속 입술로 고백하게 하여 자신감을 주었다.

이튿날 아침 뉴욕으로 떠난 신티아가 전화를 해올 때까지 우리 몇 사람은 중보기도를 해주었다. 오후 5시경 로사 사모는 드디어 합격했다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신티아의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신티아는 우리 곁에 왔고 아이티에서 믿음의 동역자가 되었다. 내가 아이티에 갈 때마다 신티아는 나를 껴안고 환호하며 기뻐한다.

◈ 이번에 3백만 장을 주문 받았어요
신티아는 그동안 많은 실패를 했었다. 그리고 사업 파트너들의 끊임없는 배신이 이어지면서 생활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그날의 기회는 신티아에게는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는 상태에서의 기회였기 때문에 두려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신티아는 이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티아는 그동안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옷을 탁월하게 잘 만들어서 주문이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오늘까지의 자신의 삶이 주님의 무조건적인 은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는 지난 10월에 열일곱 번째로 아이티에 갔다. 로사 사모는 신티아의 사업이 얼마나 크게 번창했는지 이젠 로사 사모의 공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신티아는 종업원 중에서 생활이 어려워 어린 동생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학교에 보내고 이번에 직업훈련학교 세우는 곳에도 선뜻 후원금을 주었다고 귀띔을 했다.

아이티에는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들어 온 한국인들이 연합하여 프토프랭스 소중한사람들센터에서 예배를 드린다.

신티아는 한국말을 모르지만 그 한국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두 손을 높이 들고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고 있는 신티아를 뒤에서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딸처럼 사랑스럽다.
예배를 마친 후 신티아가 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이번에 월마트에 납품할 300만 장을 주문 받았어요. 나는 영원히 사모님과 기도하던 그날 밤의 고백을 잊지 못할 거예요. 나는 지금도 쉴 새 없이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고백하며 살아요.”
신티아의 검은 얼굴에서 영롱한 이슬이 반짝거렸다.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www.sojoonghan.org





† 지금 교회와 성도에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