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야! 자! 밥 먹어! 가자!"
아들아! 아빠가 코나에 살면서 이런 반말을 하는 건 처음이란다.
20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이 코나를 2박3일 방문했다가 떠났단다. “친구야! 어떻게 지낸 거야”처럼 오고 가는 이런 편한 말들을 아빠가 평생 다시 사용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다.
아빠가 살던 집 윗동네 목장을 운영하던 초등학교 친구가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아빠가 있는 코나를 방문했단다.
아직도 자신이 기르던 젖소가 친구의 머리를 핥아 머릿결이 멋지게 휘어진 친구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아빠는 코나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의 머리를 본다. 아직도 멋지게 휘어진 친구를 보면서 아주 오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초등학교 친구의 방문으로 누구에겐 코나가 안식처이지만, 아빠에겐 사역지인 코나에서 잠시나마 편안한 시간으로 인도한 꿈같은 순간을 보내다 깨어난 느낌이란다.
아들아!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3가지 조건에 관해 나누고 싶은 마음에 너에게 펜을 든다.
첫 번째는 '사랑’하는 관계란다
“장로인 나는 사랑하는 가이오 곧 내가 참으로 사랑하는 자에게”(요한3서 1절).
아들아! 오늘 이 짧은 편지의 첫 구절에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있단다. 얼마나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말을 두 번이나 이 짧은 구절에서 표현한 것을 보면 두 사람이 마음 깊이 사랑하는 관계인지를 말해주고 있음을 본다.
저자인 요한은 영적 권위적인 직임 '사도’라고 소개하지 않고 목회적 돌봄과 아비의 마음이 담긴 호칭으로 교회 공동체가 부여한 직임 ‘장로’라고 소개한다.
'가이오’에게 편안하고 따뜻하게 다가감의 표현이 첫 구절에 나타나 있음을 보면서, 이런 사랑함의 관계를 가진 두 사람의 인생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는 얼마나 행복할까 아빠는 잠시 생각해본다.
아들아!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단다.
*목표지향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만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성취 능력이 있고 추진력은 탁월하나, 인격적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행복하기란 쉽지 않게 된다.
*권위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만나게 된다. 어려운 일을 직면하는 직업군이나 소방관, 경찰 등에서 많이 가지게 되는 관계로, 외부로부터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때 대처능력은 뛰어나나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공동체는 어렵게 되는 경우를 본다.
*오랜 친구 같은 관계를 만나기도 한다. 내 눈높이에 내려와 친밀하고 사랑함을 느끼고 인격적인 면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관계를 가질 수는 있으나, 때로는 목표가 분명하지 못하고 때로는 심각한 문제를 직면할 때 공동체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가 있단다.
아들아!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사랑하는 관계나 리더는 어떤 리더일까?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나라라는 목표가 분명하고 영적 권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를 내 곁에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하신 모습이지 않을까?
그 예수님으로부터 배워온 제자 사도 요한과 사랑함으로 다가오는 그런 관계를 가진 리더십 안에 있었던 '가이오'처럼, 너희도 그런 관계가 있다면 너의 인생이 행복해질 것을 아빠는 확신한단다.
두 번째는 '축복‘하는 관계란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한다”(2절)
아들아! 여기서 '잘 되고'라고 번역된 헬라어 '유오두스다이'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 “당신이 여행이 잘 마치기를 축복한다”라는 말이란다. 아빠는 너의 인생이라는 여행이 잘 되기를 축복하고, 이런 축복을 받는 인생이 되길 아빠는 기도한단다.
아빠가 한국에서 목회할 때 심방을 가면 가장 많이 구입한 성구 액자가 있었단다. 바로 “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와 쌍벽을 이룬 말씀이 오늘 보내는 말씀이란다.
사도 요한은 사랑하는 '가이오의 삶’에 그의 영혼은 잘되고 있으나, 그가 속한 삶과 공동체 관계 안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오늘 본문에서 말해주고 있단다.
“악한 말로 비방하고, 형제들을 사랑으로 받아드리지 않고 도리어 내어 쫒아내는”(10절)
아들아! 악한 말로 비방하는 사람이 공동체 안에 있으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네 영혼이 잘됨같이 네가 범사가 잘되고 강권하기를 내가 간구한다”라며, 가이오를 향해 그가 따뜻한 마음으로 축복을 기원하는 모습을 본다.
참된 목자나 리더는 그의 영혼뿐만 아니라 범사가 잘되기를 축복해주는 그런 사람이란다.
자신이 세워놓은 목표를 이루는 것에 초점만 맞추고 사람을 대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하는 가족이나 동역자를 축복한다면 너의 인생이 행복해 지리라 아빠는 확신한다. 그런 리더가 되고 그런 목자를 만나길 아빠는 바란단다.
세 번째 공동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칭찬‘이란다.
아들아! 이 편지를 받은 수신자 '가이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이름이 가진 뜻이 '기쁨‘인데, 너희의 이름과 같은 의미란다. 하나님이 너희들을 엄마, 아빠에게 허락해 주실 때, 우리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그 이름을 ‘환희’와 ‘건희’라고 지었단다.
사도 요한이 사랑하는 '가이오’를 칭찬하는 두 가지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단다.
“형제들이 와서”(3절)
아들아! 하나님의 나라는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같이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님이 기도로 가르쳐 주심을 기억하니?
하나님께 인정받는 사람은 사람에게도 인정받고 칭찬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올바른 신자의 모습이어야 한단다.
세상에는 겉으로 아부해서 칭찬받으려는 사람이 많이 있단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이오는 모든 일이나 삶이 공동체 안에서 변함이 없는 그런 사람으로 칭찬받는 모습을 본단다.
아들아!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너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단다. 아빠가 바라기는 항상 ‘가이오’처럼 그런 칭찬받는 아들이 되길 바란단다.
아들아! 진리 안에서 행한다는 단어 περιπατεις(페리파테이스)란 고대 헬라어의 의미는 ‘하나님과 함께 걷는 사람’ ‘하나님과 사이좋게 걷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단어로 ‘동행’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아빠는 동행하면 ‘에녹’이 생각나는구나. 아빠가 살아온 인생에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단다. 지나온 아빠의 인생에 가장 고마운 사람을 생각해보면, 아빠의 어떤 환경, 어떤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어떠하든 동행해준 사람을 칭찬해주고 싶단다.
아빠는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가이오'가 하나님의 말씀인 진리와 동행하는 모습을 본 사도 요한이 그를 칭찬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단다.
아들아! 우리가 한두 번은 진리 안에서 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어떤 환경이나 조건에서나 변함없이 계속 행하기란 쉽지 않단다.
‘가이오’는 환경이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 행동이 변했던 사람이 아니었단다.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진리가 말씀을 따라 신실함으로 변함없이 공동체 안에서 행한 사람으로 사도 요한이 칭찬했단다.
무슨 조직이나 이윤 관계로 연결된 세상과 사역의 현장에서도 사용하기 힘든 편안한 말투와 언어를 썼던 아빠에게 그때의 편안했던 순간을 아주 짧게 선물로 남기고 초등학교 친구가 떠나갔단다.
아무런 계산이 깔린 관계가 아닌 그런 편안함으로 사랑의 마음과 관계 그리고 칭찬이 있는 그런 관계를, 너희가 이 세상에서 이루어간다면 네가 사는 인생과 공동체는 더욱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되리라 아빠는 확신한다. 사랑하고 축복해.
글,사진 = 김교문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