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골목교회 커피마을

[백석동 1416-5번지 커피마을 #마지막회] 우리 삶의 목표는 ‘순례자의 길’입니다

★ 10편 – 주님이 길에서 사람들을
만났듯 저도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

# 순례자의 길을 떠나는
도시 속 영성공동체

가나예배당의 공사를 마친 그다음 해부터 저희 교회는 ‘순례자의 길’이란 고정된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매년 목표가 바뀌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목표는 ‘순례자의 길’입니다. 한 곳에 정착한 그리스도인들이 아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분연히 길 떠나는 구도자의 공동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가 지난 12년 동안 일산에서 살면서 목회를 하며 느낀 소감은 교회는 신도시 안에서 대형마트나 골목슈퍼마켓과 같이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은혜가 넘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종교, 신앙, 예배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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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포도나무교회는 신앙에 대한 단순한 관심과 종교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우리는 진지한 자세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며 우리의 삶 가운데
분연히 일어나 주님께서 명령하신 ‘순례자의 길’을 걷기를 소망합니다.

이 삶에 동참하시기 원하는 분은 소정의 과정을 거쳐
‘참포도나무교회’에 입교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 하시기를 원하시는 분은 목사와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 문구를 주보에 넣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 번은 어떤 분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참포도나무교회는 사람을 가려서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그 분께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주님께서 저 같은 죄인도 받아주셔서 목사 노릇을 하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사람을 가려가면서 교인을 받을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 사람 저 사람을 가려가면서 교인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교회가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기 위해서는 그 목적과 본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쉬운 것이 개척교회 목회이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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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희 교회는 매 주일 예배 시간에 성만찬 순서를 가집니다.

이 공동체의 근원이 목사의 설교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공동체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리고 함께 밥을 먹고 코이노니아 시간을 갖습니다.

수요예배에는 본 회퍼의 ‘신도의 공동생활’을 읽으며 그리스도인의 교제의 아름다움과 풍성함이 영적 실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주중 새벽기도회에는 몇 분의 교인들이 나와서 함께 성서를 읽으며 중보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금요일 저녁마다 ‘1시간학교’모임이 있습니다. 직장을 마치고 교회로 와서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교회에서 다 같이 잠을 잡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영적 교제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을 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희 교회 모델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한 것과 같이 모든 분들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도 과연 내가 가는 길이 맞는가?’라며 계속 질문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지난 시간 동안 주님에게 성실하고자 노력했고, 제 삶의 길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가운데 저는 앞으로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이 ‘오래된 새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 아래 새것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해 아래 새것이 없듯이 해 아래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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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님께서 말씀하신 단 하나의 말씀을 제 삶으로 오롯이 고백하게 된다면 성공과 실패가 아닌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 될 것입니다.

그 길은 바로 한 알의 밀알이 썩어서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 요 12:24,25

제가 이 곳,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13블록 커피마을이 자리한 이 후미진 골목에서 썩어 죽을 수 있다면, 이곳에서 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글, 사진 = 안준호 
마을지기라고 불리는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입니다. 저는 어느 날 부터 한 마을(백석동 1416-5번지)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네아이들과 뛰어놀며 어느덧 바리스타가 되었고 목수가 되었습니다.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나누듯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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