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연합하고 언제 분열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 이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얻으려면 솔로몬 같은 사람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저 대충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든 연합은 좋고 모든 분열은 나쁘다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이 문제를 아주 편하게 해결하려는 이런 태도는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는 것이며,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정신적 법칙을 간과하는 것이다.
선한 사람들이 모두 연합을 지지하고 악한 사람들이 모두 분열을 지지한다면, 또는 그 반대라면 우리가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연합시키시고 마귀는 언제나 분열시킨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뒤죽박죽된 이 혼란스런 세상에서 우리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일이 쉬울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마땅히 나누어야 할 것을 나누고, 마땅히 연합해야 할 것을 연합하는 것은 지혜가 해야 할 일이다. 이질적인 요소들을 합치는 것은 비록 그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선한 것이 못 되며, 동질적인 요소들을 제멋대로 나누는 것도 역시 선하지 못하다.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뚜렷함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인류는 타락한 존재이고, 죄는 혼란을 가져왔으며, 밀이 잡초와 함께 자라고, 양과 염소가 공존한다. 의인의 농장과 불의한 자의 농장이 나란히 있고, 선교회 건물 옆에 술집이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양과 염소가 나뉘고 밀과 잡초가 구분되는 때가 올 것이다. 하나님께서 다시 한 번 더 빛과 어둠을 나누실 것이고, 만물은 그 종류대로 모일 것이다.
잡초는 잡초끼리 모아 불 속에 던져질 것이고, 밀은 밀끼리 창고로 들어갈 것이다. 흐릿함이 안개 걷히듯 걷히고, 모든 것들이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지옥이 속속들이 드러날 것이고, 천국은 하나님의 성품을 가진 사람들 모두의 유일한 본향으로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그때가 올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린다.
그렇다면 그때가 올 때까지 우리 각 사람이 반복적으로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교회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인간 사회 어디에서나 끊임없이 제기되어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무엇과 연합하고 무엇과 결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물론, 이 질문 안에는 공존의 문제가 아니라 다만 연합과 교제의 문제가 포함된다).
밀과 잡초가 같은 장소에서 자라지만, 이 둘이 교차 수분(受粉)할 것인가? 양과 염소가 서로 가까운 데서 풀을 뜯어먹는다고 이 둘의 이종교배(異種交配)를 시도할 것인가? 의로운 자들과 불의한 자들이 동일한 햇빛과 비를 즐거워하지만, 서로간의 깊은 도덕적 차이를 망각하고 결혼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일반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대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무조건 연합하고 보라. 그러면 결국 사람들이 형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을 갈라놓을 만큼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연합을 이루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의 결혼을 기념하는 잔치를 벌이고자 진리를 죽이고, 하나님의 말씀이 전혀 지지하지 않는 연합의 개념을 옹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제물로 바친다.
그러나 성령의 조명을 받은 교회는 이런 사람들처럼 되지 않는다. 이 타락한 세상에서, 연합은 진리를 훼손하면서까지 추구해야 할 보물이 아니다. 하나님께 충성하고, 진리에 충실하며, 선한 양심을 지키는 것이 오빌(Ophir)의 금이나 광산에서 캐낸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하다.
이토록 귀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신앙인들은 재산의 몰수나 감옥살이, 심지어는 죽음까지도 감수했다. 최근에도 이 보물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헌신하며 조용히 죽어간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세상은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알아주거나 칭송하지 않지만, 하늘의 아버지께서는 알아주시고 귀하게 여기신다. 모든 인간의 은밀한 것들이 드러나는 그날이 오면, 그들은 이 세상에서 몸으로 행한 선한 일들에 대해 상을 받을 것이다.
혼란에 빠진 양 떼가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갈 때, 그 속에 있는 한 마리 양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 양 떼에서 이탈하는 것뿐이다. 잘못된 연합은 모두의 멸망을 초래한다. 자신의 구원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양은 전체에서 이탈한다.
동질적인 것들은 연합하고 이질적인 것들은 서로 나뉠 때 힘이 생긴다. 오늘날 기독교 단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합의 증가’가 아니라 ‘지혜롭고 용기 있는 분열’인지도 모른다. 물론 평화는 모든 이가 바라는 것이지만, 검(劍)이 있은 후에 부흥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 말씀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마태복음 10장 34절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
–요한복음 15장 19절
너희는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함께 메지 말라 의와 불법이 어찌 함께 하며 빛과 어둠이 어찌 사귀며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어찌 상관하며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요 우리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성전이라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들 가운데 거하며 두루 행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고린도후서 6장 14~16절
† 기도
하나님, 무엇과 연합하며 무엇과 결별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영적 분별력과 지혜를 허락하소서. 날마다 깨어 성령 안에 거함으로 하나님께 충성하며, 진리에 충실하며, 선한 양심을 지키는 자가 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하나님께 충성하고, 진리에 충실하며, 선한 양심을 지키기 위해 당신이 지금 연합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결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지혜롭고 용기 있는 분열’을 행하기로 결단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