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골목교회 커피마을

[백석동 1416-5번지 커피마을 #7] 그 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더니 하루가 다 지났습니다.

★ 6편 – 제 작업실은 길바닥이었습니다 ▷

# 가나예배당 for Les Miserables!

커피마을의 문을 연 뒤에 예배는 1시간학교 학생들이 공부를 하던 공부방에서 드렸습니다. 주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렸는데 탁자에 둘러앉아 예배를 드렸습니다. 제가 처음 이렇게 예배공간을 생각한 것은 예수님의 목회를 생각한 까닭입니다.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향하던 제자들과 함께 떡과 포도주를 나누시던 곳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실제 예배를 드리다보니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았습니다.

서로 둘러앉아서 예배를 드리다보니 겸연쩍어하는 부분도 있었고, 오토바이가 빵하고 달려가면 예배를 드리다가도 창밖으로 자연스럽게 고개들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예수님이 아닌 예수님의 은총이 매일매일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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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타면서도 기도할 수 있겠지만 엄마의 품과 같은 예배당에서 한껏 울면서 기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근처 교회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모든 교회들의 예배달이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제가 예배당으로 올라가려 했더니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보면서 기도하려면 지하 기도실로 가서 기도하랍니다. 물론 기도실에 가서 기도를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엄마 품속과 같은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매일 동네 교회 예배당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한참을 울다가 보면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아마도 저는 그때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예배당을 찾아서 떠돌다 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성당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니 어느 누구도 막지 않았습니다. 수녀님이 얼핏 보다가 별 관심이 없다는 듯이 자신이 하던 일을 보러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성당 사람들은 저를 무심하게 대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심함이 저를 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주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어쩌다가 예배당도 하나 없는 목사가 되었나 생각하면서 성당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성당을 찾아가서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 손으로 만든 예배의 집, 기도의 집을 찾아 나설 때였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커피마을 지하에 있던 와인 창고가 이전하게 되면서 그곳을 계약하여 예배당으로 꾸미게 되었습니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기도의 힘으로 짓고 싶었습니다. 목수 한 분을 모시고 구조공사를 마치니 모든 비용이 바닥이 났습니다.

기도하면서 혼자 공사를 진행하는데 마을 주민들이 오셔서 도움을 주시고 지역 교회 목사님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가면서 예배당을 완성해나갔습니다. 루시드폴의 레미제라블 앨범을 들으면서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를 생각하며 예배당 이름을 '가나예배당'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를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예배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나예배당'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가나예배당'이 생긴 뒤에 저희 교회는 조금씩 부흥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모여서 기도할 곳이 생기니 이제 다른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을 선포하고 듣다 보니 조금씩 교인들의 신앙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가나예배당'을 견학한 뒤에 몇몇 교회들이 모델 삼아서 인테리어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들어주는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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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의견을 물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이 옳은 경우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커피마을에서 목회를 하다 보니 제가 제일 많이 한 일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한 분이 오셔서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한 시간 뒤에 다른 분이 오셔서 또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날 그런 식으로 다섯 분이 오셨는데 그 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더니 하루가 다 지났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니 그들을 긍휼하게 여기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항상 '고해소'를 떠올리곤 합니다.

제 안에는 그들의 죄를 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저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죄를 용서해주시길, 그들이 죄에서 놓임을 얻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 교회 밖, 사람들을 위한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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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성전 안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지만 대부분 복음을 전하실 때는 길거리와 과부의 주방 그리고 산과 들에서 전하셨습니다. 당시에 바리세파 사람들과 종교지도자들이 만나지 않던 사람들을 만나셨습니다.

주님은 예루살렘 성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찾아가셔서 그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셨고, 그들의 몸에 손을 대고 기도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목회는 말 그대로 성전 밖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하신 목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회들은 교회 안에 익숙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복음을 믿지 않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서 복음으로 변화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타 교회를 다니던 사람들이 옮겨와서 교인이 많아집니다.

개체교회를 놓고 볼 때는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나님 입장에서 전체 교회를 놓고 본다면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지난 12년 동안 목회를 해오면서 교회 밖 사람들을 제 목회의 대상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대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친구가 되려고 했습니다.

복음에서 소외받은 사람들, 교회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개신교 신앙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선 듯 나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알리고 가르치는 일, 그리고 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제 목회의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먼저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의 진실한 친구가 되어주고 친구가 된 이후 복음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난 지 7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복음의 복자도 꺼내지 못한 친구들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주님은 제 마음을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다음주 계속).

글, 사진 = 안준호 
마을지기라고 불리는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입니다. 저는 어느 날 부터 한 마을(백석동 1416-5번지)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네아이들과 뛰어놀며 어느덧 바리스타가 되었고 목수가 되었습니다.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나누듯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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