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 산다는 것은 내 삶의 모든 이야기, 즉 내 삶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어두운 면을 인정할 때 내가 누구인지,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된다.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미국의 영성 작가)이 말했듯이, 성자는 선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을 체험하는 사람이다.
은혜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놀라운 진리를 선포한다. 모든 좋은 것들이 우리의 것인데 이는 우리의 권리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노력으로 얻은 것들 (학위, 월급, 집, 정원, 편안한 잠 등)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의 생명과 볼 수 있는 눈과 만질 수 있는 손과 생각할 수 있는 머리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음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의 영혼에는 하나님이, 우리의 몸에는 그리스도가 계신다.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을 때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절망할 때 소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상처 때문에 아파할 때 우리에게는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을 비롯한 다른 많은 것들은 순전히 하나님의 선물이다. 우리의 성실함이나 후한 구제나 영웅적 기도생활 때문에 그것들이 주어진 것이 아니다.
심지어 하나님께 충성하는 마음조차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어거스틴은 “우리가 하나님께로 향하기만 해도 그 자체가 하나님의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가장 솔직히 평가한다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 사랑받을 자격도 없고 사랑받을 만한 선함도 없는 내가 그분의 지극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결론 말이다.
은혜의 복음의 좋은 소식은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비의 문전에 서 있는 거지들이다. 아무 자격도 없으면서 특권을 얻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똑같다”라고 소리친다!
- 에베소서 2장4,5,8,9절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 고린도전서 15장1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