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골목교회 커피마을

[백석동 1416-5 골목교회 커피마을 #5] 그들은 커피를 한 잔 시키고, 자신들의 삶 가운데 있는 짐을 토로했습니다

★ 4편 - 목사가 커피마을을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 커피로 사람들을 만나다 

목회는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로 복음 가운데 살게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커피마을'의 문을 열고 난 뒤, 동네 사람들이 저를 찾아 오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마을의 인테리어를 손수 하다보니 시간이 거의 6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사람들이 저희 카페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었을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커피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왜 이런 골목 안쪽에 카페를 만들었는지 질문했습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가운데 조금씩 친구가 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BMgiUfnhLRK/?taken-by=calm_walk

어느 날은 삶에 지친 음악가를 커피마을에서 만났습니다. 그녀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길에서 만나 자신을 따를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고 따른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인생길 가운데 주님을 만나서 그분과 함께 
동행하는 삶이 되길 바라니, 자매님도 이제 나와 함께 예수님을 따라가요."

그런데 참 놀랍게 그날부터 지금까지 함께 신앙공동체원이 되어 열심히 주의 말씀을 배우며 신앙공동체를 일구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친구가 아무도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어떤 날은 우울증 약이 없으면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는 사람들, 아침에 집을 나오면 갈 곳이 없는 사람들, 한마디로 하자면 가여운 사람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커피를 한 잔 시키고, 자신들의 삶 가운데 짐을 저에게 토로했습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몇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아름다운 신앙공동체를 이루려고 힘쓰게 되었습니다.


# 프로포즈 카페, 커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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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마을의 문을 연 뒤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커피마을 밖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 나가봤더니, 한 형제가 앞집 아가씨에게 프로포즈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꽃불로 하트를 그려서 그 안에 들어가 프로포즈를 하려고 했나 봅니다. 형제가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골목에 부는 바람을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이쪽의 촛불을 켜면 저쪽의 촛불이 꺼졌습니다. 그래서 형제가 촛불 때문에 쩔쩔매는 것을 나가서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커피마을로 초대해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더니, 프로포즈 문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커피마을은 일산에서 유명한 프로포즈 카페가 되었습니다. 열다섯 커플 정도가 커피마을에서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작은 교회다 보니 이때까지 결혼식 주례를 하지 못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프로포즈 진행을 맡다 보니 그들에게 덕담을 들려주게 되었습니다.

저는 프로포즈를 하는 젊은이들에게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지 말고 신앙을 꼭 가지라고 전해주고, 원하는 커플에게는 축복기도까지 해주었습니다.

그 뒤로 그 커플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습니다. 바로 앞집이라서 자주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프로포즈를 하던 그날이 생각나 빙긋이 웃게 됩니다.

마을콘서트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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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마을의 문을 열던 그 해 5월에 '마을콘서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때는 박창수 씨의 '하우스콘서트'가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박창수 씨가 진행하는 '하우스콘서트'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삼십 평 남짓한 공간에 사람들이 앉아서 음악을 듣는데 편안한 극장식 의자에서 들을 때보다 더 진지한 자세로 음악을 듣고 서로 소통했습니다. 그 모습에 착안하여 '마을콘서트'를 시작했습니다.

동네 아이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선물은 어릴 적부터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며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들었던 음악들은 그들의 삶 가운데 잊히지 않고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들은 문화공연을 하면 대부분 무료공연을 하는데, 저희는 만원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한 까닭은 '마을콘서트'의 주인은 교회가 아닌 마을이 되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7년 동안 기적과도 같은 마을콘서트가 27회나 열렸습니다.

매번 60-80명 가량의 관객들이 마을콘서트의 객석을 채웠습니다. 첫 회 콘서트는 저희 마을 아이들로, 전세계적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주목받고 있었던 최하임, 최하영, 최송하 세 자매의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2회 콘서트에는 오혜령, 정규환 부부의 콘서트가 있었는데 콘서트를 통해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재즈밴드, 인디밴드, 클라리넷 연주, 비올라연주, 하프연주와 같은 다양한 콘서트들이 '마을콘서트'의 무대를 채웠습니다.

마을콘서트를 진행하다 보면 마음이 짠할 때가 많습니다. 예배당에 가득 찬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음악을 듣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동시에 울릴 때가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그 경험을 통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마을로 바뀌어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점점 더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다음주 계속▷)

글, 사진 = 안준호 
마을지기라고 불리는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입니다. 저는 어느 날 부터 한 마을(백석동 1416-5번지)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네아이들과 뛰어놀며 어느덧 바리스타가 되었고 목수가 되었습니다.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나누듯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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