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에서 만난 성령님
새로운 출발은 의외로 쉽게 다가왔습니다. 아내와 저는 교우들이 예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숲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햇볕이 비치고 바람이 부는 숲을 걷다가 보면 모든 시름과 근심을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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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저는 제가 인도하는 예배 가운데 성령님의 임재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숲에 들어가면 언제나 성령님께서 저를 맞아주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숲을 걷고 또 걷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온몸이 살짝 열기가 오르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숲을 시원하게 흔들어주는 바람 소리 가운데서 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괜찮아...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그 한마디를 듣고 날아갈 듯이 좋았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비록 제가 인도하는 예배 가운데는 아직 성령님이 역사하지 않았지만, 제 삶과 사역에는 성령님께서 이미 들어와 역사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이제 그 음성에 순종하면 될 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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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을 쓸던 날
첫 번째 교회 처소에서 저는 새로운 가족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일산 신시가지 상업지구 8층 건물에 자리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사람을 만나야 그들과 친구가 되고, 전도도 하고, 교제도 나눌 터인데 도심 중심부 빌딩 안에 교회가 있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하는 가운데 지금 교회가 자리하고 있는 백석동 13블록 마을 안으로 이전했습니다. 그곳에서 아내는 피아노학원을 시작했는데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피아노학원 앞을 쓸고 또 쓸었습니다.
가을이 되니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낙엽들이 제 앞으로 몰려왔습니다. 낙엽을 쓸다가 보니 한 목소리가 제 머리를 툭 치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네가 이제 조금 컸구나.'
제가 그 목소리를 듣고 바로 대답했습니다.
"주님,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전에는 네가 일어나도 마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너로 인하여 이 마을이 깨끗해지잖니? 내가 너에게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고보니 저를 보고 지나가는 분들이 먼저 저에게 빙긋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음성의 정체를 분명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 음성이 저를 변화시킨 것은 분명합니다. 그 음성으로 인하여 저는 마을 골목으로 들어왔고, 그 마을 속으로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골목길에서 낙엽을 쓸던 날, 저는 그렇게 주님의 음성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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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북카페 숲을 걷다
이제 교회를 장항동 상업지구에서 백석동 13블록 주거지역으로 옮기면서 저는 새로운 모델의 교회를 꿈꿨습니다. 저는 아동 사역을 집중으로 하는 교회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마을 속으로 들어가서 마을 아이들을 위한 친구와 같은 교회를 꿈꿨습니다. 교회의 인테리어를 '어린이도서관'과 '북카페'가 합쳐진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숲을 걷다가 성령님의 음성을 들었으니, 그 이름을 '어린이 북카페 숲을 걷다'라고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운영하던 피아노학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주로 이곳을 이용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책을 봤고, 학부모들은 제가 타주는 '드립커피'를 마셨습니다. 이곳에서 '열두광주리요들단'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매주 월요일 요들을 배우고, 몇 차례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이면 동네 아이들과 함께 강원도 평창으로 2박 3일간 여행을 떠나서 수련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저는 마을 안에 남겨진 동네 아이들과 친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다음주 계속▷)
글, 사진 = 안준호
마을지기라고 불리는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입니다. 저는 어느 날 부터 한 마을(백석동 1416-5번지)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네아이들과 뛰어놀며 어느덧 바리스타가 되었고 목수가 되었습니다.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나누듯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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