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미레의 '우아한 묵상'

방관자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예배

관상용 예술을 넘어 예배하는 공동체의 행동하는 예술로

"너희가 나그네를 사랑해야 하는 것은, 너희도 한때 이집트에서 나그네로 살았기 때문이다"(신 10:19)를 묵상하며 '이방인의 삶'을 주제로 <People on the move>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지난 1월, 미국 달라스와 아틀란타 지역의 한인교회와 미국교회, 다민족교회에서 <People on the move>로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무용수인 내가 무대 위에서 혼자 막막함(Unknown)과 상실감(Displaced)을 춤추고 난 후,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에 의해 환영(Welcomed)을 받았다.

[caption id="attachment_36766" align="aligncenter" width="567"] 막막함(Unknown)[/caption]

[caption id="attachment_36767" align="aligncenter" width="567"] 상실감(Displaced)[/caption]

[caption id="attachment_36771" align="aligncenter" width="567"] 환영(Welcomed)[/caption]

무대에 혼자 서는 것은 사실 무용수로서도 정말 외로운 시간이다. 객석의 모든 눈이 나에게로 향해 있고, 나는 그 시간과 공간을 내 몸으로 책임져야만 한다. 그래서 사실 무대 위의 시간은 화려한 시간이기보다 고독한 시간이다.

그런데 무대 아래로 내려가 내게 손 내밀어 주는 이의 손을 잡는 순간, 혼자가 아니었다는 위로와 안도감이 몰려왔다. 이것은 내게도 처음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관객들이 서로를 초대(Inviting)하도록 해 다같이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진짜로 옆사람의 손을 마주잡는 촉감이 살아있는 공연, '예배'였다.

[caption id="attachment_36770" align="aligncenter" width="567"] 초대(Inviting)[/caption]

항상 의자에 앉아서 단상을 향해 정면을 바라보기만 했던 공간에서 처음으로 저멀리 앉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아서, 모두가 연결된 하나의 대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같이 찬양을 부르고 예배를 마쳤다. 재미있게도 단상에 올라 마무리 기도를하는 목사님을 등졌을지언정 옆사람의 손은 놓지 않았다.

대부분 무대에서 무용수로서 나의 역할은 준비해 간 것을 연습한 대로 완벽히 해내고, 앉아있는 이들은 그저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을 수동적으로 전달 받는 존재였다. 그래서 언제나 무대는 내가 혼자 책임져야하는 부담이었다. 하지만 관객의 손을 잡는 순간 내가 준비해간 작품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되었다.

<People on the move> 예배를 준비하면서 매번 가장 긴장되었던 것은 내가 무용수로서 완벽한 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회중들이 이 예배에 결론을 짓는 순간에 참여해줄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예배 때마다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예배를 완성하는 주체의 역할을 회중들의 손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배를 구경하는 관람자가 아니고 예배의 참여자이며 예배의 기여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우리의 예배는 높은 단상 위에 올라간 사람이 의자에 앉은 사람에게 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좋은 이야기들을 전해 듣지만, 그것은 많은 경우 내 귀를 스쳐지나갈 뿐, 내 머리속에 남아, 내 가슴으로 내려오고, 내 몸까지 움직여, 진짜 옆사람의 손을 잡게되기까지 체화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여러번 경험해서 알고 있다.

예배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People on the move>예배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주제가 제공하려는 나(무용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회중들의 '참여'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보고 듣기만하는 것보다 스스로 장면을 완성하는 체험으로써 그들의 삶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춤추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이 말하고자 하시는 내용을 전달하는 도구로써, 춤이 하나님이 지으신 원래의 모습 그대로 회복되어서 아주 알맞게 사용되었다는 기쁨이 있었다.

더불어 예배에서 환대를 연습하고, 일상 생활에서는 환대를 실천해야 한다(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中)는 것의 적극적인 시도까지 연결된 것같아서 매번 공연할 때마다 감사하고 감격스러웠다.

발레, 춤이라는 것이 관상용 예술을 넘어 예배하는 공동체를 위한 행동하는 예술로 기여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새로운 꿈이 아니라, 하나님이 태초에 예술을 만드신 목적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우리의 몸과 춤을 구속하여 예배 안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게 세워져가기를 꿈꾼다.

글 = 김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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