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려고 무릎 꿇고 주님앞에 앉았지만 (내가 원하는) 응답은 없고 잠잠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주님보다 앞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나섭니다.
'거친 파도 날 향해 와도 주와 함께 날아오르니..'라는 찬양처럼 날아오르기를 원하지만 매번 거친 파도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기도를 멈출 때가 아니라 더 기도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당장 내가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내려놓는 가장 힘들일, 주님께 맡겨야 합니다. 승리는 주님께 있습니다.
빌립보서 4장 6절과 7절은 마치 서로 맞지 않는 구절을 붙여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6절 말씀은 정말 감사하고 기분이 좋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다 아시고 다 이루실 테니까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우리가 구할 것이 무엇이든지 감사함으로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답으로 7절에서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나신 하나님께서 우리가 기도하고 간구한 모든 일을 반드시 이루시리라" 이런 말씀이 나올 법합니다.
그러나 기도 응답을 기대한 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신다"라고 말씀합니다. 그것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그렇습니다.
한번은 제 아들의 태도와 행동이 못마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제 나름대로 참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이 문제는 그냥 지나갈 문제가 아니야. 그렇게 되면 매번 똑같은 일이 벌어질 거야'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구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하나님께서 이 말씀이 떠오르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 제가 원하는 것은 답이지 제 마음과 생각을 지켜달라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아들의 잘못을 고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계속 기도했지만 지혜는커녕 제 마음에 평강이 없어지고, 그런 태도와 행동으로 잘못될 아들의 모습이 계속 상상이 되고, 급기야 마음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 아들과 대화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스럽기만 했습니다.
평강은 사라진 지 오래고 제 마음은 어느새 마귀가 주는 상상으로 요동치며 잠을 잘 때도 그 생각이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할 수 없이 다시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할 때 제 마음에 부어주시는 말씀은 이미 주셨던 빌립보서 4장 6,7절의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지금의 제 상황과 관계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다시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묵상하면서 저는 제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 중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하나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저는 이미 염려하며 기도했습니다.
둘째, 저는 하나님께서 이미 이루신 온전한 아들을 그려보고 기도하기보다 제 아들의 문제점을 해결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셋째, 저는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저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도록 하기보다 문제의 해결에 더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았습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저의 마음과 생각에만 관심이 있고, 이 문제의 해결에는 관심이 없으시다는 말입니까? 궁극적으로 우리가 기도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만 지켜주십니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시기 위해 존재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이루시는 분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분의 뜻대로 구하면 그분이 들으시고 우리가 구한 그것을 받은 줄로 믿어야 합니다.
그를 향하여 우리가 가진 바 담대함이 이것이니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으심이라
우리가 무엇이든지 구하는 바를 들으시는 줄을 안즉
우리가 그에게 구한 그것을 얻은 줄을 또한 아느니라 _요일 5:14,15
그동안 저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간구하면 하나님께서 평강을 주시고 그 결과로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니라, 문제에 매여 염려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고, 이미 문제가 해결된 것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기도할 때,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이미 이루신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에게 평강이 임하고, 그 결과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더 이상 마귀의 속임수나 계략에 넘어가지 않게 된다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먼저 염려함으로 제 마음을 빼앗긴 채 기도했던 것을 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변화된 제 아들을 상상하며 이미 이루신 하나님께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 입술로 그 일을 행하신 하나님께 찬미의 제사를 드렸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 _롬 10:10
그러자 놀랍게도 하나님의 평강이 임했습니다.
예전처럼 제가 기도한 것을 하나님께서 정말 이루어주실까 의심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이루셨다는 믿음이 내 마음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보이는 대로 내 생각대로 나를 사로잡았던 분노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태도가 달라져서인지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하심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며칠 후 아들이 찾아와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통해 정하신 법대로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머물러라>손기철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