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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정

“응, 그런데 그건 네가 했잖아.” 이 말에 저는 기절할 것 같았습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며 분주한 마음에 빠진 것은 없는지 엄마로서 아내로서 부족한 것은 없는지...
완벽한 아내와 엄마까지는 아니어도 부족한 부분은 없었으면 해서 더욱 열심을 내봅니다.

처음부터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한건 아닌데 열심을 낼수록 지치고 알아주지 않을 땐 서운함까지 몰려옵니다.
문득 얼마나 힘들었지 생각하다 보니 내가 하느라 힘들었던 것을 깨닫습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주님보다 앞서버렸습니다. 나의 열심을 내려놓고 말씀에 순종하며 칭찬받는 삶 되기 위해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사는 게 다 똑같아 보여도 사실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섬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자신의 일인 사람이 있고, 하나님의 일인 사람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일로 내 능력으로 하나님을 위해서 아무리 대단한 일을 했더라도 하나님께서는 그 일을 전혀 카운트해주지 않으십니다.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신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그분의 일을 행하신 것만 카운트하십니다.
우리는 이 놀라운 비밀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동안 예수님이 행하신 사역의 비밀을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알려주셨습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거하고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신 것을 네가 믿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말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서 그의 일을 하시는 것이라. 요 14:10

특별히 저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1990년 건국대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 한국창조과학회 학술위원으로 섬겼습니다.
그리고 각 교회에서 창조과학 세미나를 요청해오면 저는 언제 어디라도 가서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대해 배운 바를 강의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지만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낮에 수십 명이 모이는 교회에 세미나를 하러가기 위해 수업을 휴강하고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특심으로 하나님을 섬겼기 때문에 제 안에는 이런 교만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날 언제 부르셔도 나는 후회가 없을 것 같아.
하나님 앞에서 자신 있게 주님을 위한 한 일을 말씀드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1999년에 성령님께서 찾아오신 이후 지독한 율법주의적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주님과 새로운 교제를 하던 어느 날,
성령님께 이끌려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께서 저의 사역에 대해 명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철아, 그동안 네가 한 일은 하나도 카운트되지 않는 거 알지?"
저는 거의 기절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하나님을 위해서 한 일, 그 일을 위해 포기한 제 삶을 생각할 때 그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든 생각을 다 동원하여 하나님께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그런 제 말을 다 들으시고 나서 단 한마디 말씀으로 저의 잘못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응, 그런데 그건 네가 했잖아."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제 삶에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말씀이 제 인생을 변화시켰습니다.
제가 아무리 하나님을 위해서 열심을 내었다 하지라도 그 상황, 그 일에 하나님이 개입하실 수 없다면 하나님은 그것을 카운트하실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님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셔서 우리를 통해 그의 일을 행하시고 그분을 나타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그분이 그분의 일을 행하시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그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전자에 필요한 것은 자기 포기와 믿음이지만 후자에 필요한 것은 자기 노력과 지혜입니다.

우리는 매일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아버지 안에서 그분을 드러내는 삶을 사셨던 것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렇게 행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설령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한다 하더라도 결국 예수님이 알아주지 않는 불법을 행하는 자들이 됩니다.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그때,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대해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되어진 일들이 같아 보여도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의를 나타낸 것과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면서 자기의로 행한 것을 명확히 구별될 것입니다.
그때 불로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떤 것인지 명백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자기의로 행한 것은 나무나 풀이나 짚과 같은 것이어서 불로 태우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우리는 허무하고 억울한 인생을 살지 말아야 합니다.
평생 자신을 위해 살다가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면 억울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평생 하나님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며 애썼지만 마지막에 불법을 행하는 자로 평가받는다면 그것보다 비참한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나님으로부터 인정받는 삶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해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 앞에 머물러라> 손기철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