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불을 토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를 보지 않고 그의 말만 듣는다면 날카로운 분석과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를 보면서 그의 말을 듣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웠습니다.
그의 삶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증언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말은 옳은데 영이 문제였습니다.
말이 너무 거칠고 비관적이고 저주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한 선교사의 선교 보고 때 마음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말씀을 전하는 내내 한국 교회의 선교 정책에 대하여 비난하였습니다. 그에게서 감사한 마음이나 온유함이나 겸손함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한국 교회는 선교에 대하여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의 설교를 들은 교인들은 마음에 선교사를 돕고자 하는 열정이 싸늘하게 식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옳은 말이라고 다 하나님의 역사를 이룰 수 없습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삿 21:25)
신학교 다닐 때, [인간관계 훈련] 과목에서 토론 훈련이 있었습니다. 한 주제를 가지고 주어진 시간 안에 만장일치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한대로 주장하면서 토론에 열심히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만장일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과제에 실패했습니다. 저는 저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참 답답했습니다. 너무나 분명하고 뻔한 문제인데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평가 시간에 저와 반대 의견을 가진 한 급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토론이 시작될 무렵, 기성이 네가 말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았어. 그러나 네가 너무 강하게 주장하니까 기분이 나빠졌어. 그래서 끝까지 반대하게 되었어”
저는 그 때 받은 교훈을 지금까지 마음에 품고 지냅니다. 말만 옳아서는 안됩니다. 그 자신이 옳바로 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기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서 티를 빼려는 사람이 되면 안됩니다. 주님께서는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가득한지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에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니라 (눅 6:45)
우리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들을 때, 그 사람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말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주님을 생각하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빌 2:5)
때로 현실을 개혁하려고 애를 쓰는 이들 중에 심령이 상한 이들을 봅니다. 불의한 일만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불의한 일에 주목하면 어떤 사람도 심정이 상하게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음이 상한 사람은 악한 자를 비판하면서 악한 자를 닮게 됩니다.
그러므로 불의한 현실에서 오히려 더욱 주님을 바라보기를 힘써야 합니다. 한국 교회를 향한 비판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개혁되어야 하지만 불을 꺼서는 안됩니다.
한국 교회에 문제가 많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거두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만나보면 신실한 목회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한국 교회를 위하여 눈물로 기도하는 신학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여전히 선교 헌신자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눈물로 기도하고 성도들이 있습니다. 주님이 한국 교회를 떠나셨다면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혹시 자신의 비판으로 불을 꺼 버리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비판하는 자신은 주님의 사람인가, 돌아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