뻠쌤의묵상방_뻠쌤

광야7 이놈의 코골이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사실 저는 코를 곱니다
코를 골아도 너무 골아 무슨 천사장 나팔소리도 아니고 집을 울릴 정도이니 아내가 저와 같이 못자 각방을 쓸 정도...
이런 제가 병실에 쓴다는것은 정말 민폐중 민폐...
오죽하면 대학병원 입원전에 재활차 기독교운영 병원에서 입원 첫날 새벽에 옆 침대보호자와 간호사가 와서 깨는데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다음날 하루종일 옆침대 보호자분이 계속 나 들으라고

"아유 잠못자서 머리 아프네~ 아니 무슨 코골이가 천둥이여"

"전에 저 침대(내 자리)의 할아버지가 코를 심하게 골아서 우리가 다른방으로 보내잖여~"

안그래도 면목이 없고 죄송스러웠는데 대놓고 들리듯 말듯한 잔소리...저보고 알아서 나가라는건지...
죄송스런 마음과 달리 잠을 제대로 못자 컨디션 난조로 예민한탓인지 짜증이 확 났으나 참았습니다
코를 천둥처럼 고는게 잘못이다 그러니 이해하자
하지만 나는 일부러 새벽까지 안자고 다들 깊게 주무실때 쯤 코를 덜 골기위해 옆으로 돌아 코를 침대에 처박고 자는데도 천둥이 쳤나봅니다

서로 집사님 권사님 하면서 먹을거 나눠주거나 이야기 오고가는 모습이 초대교회 코이노니아처럼 보이는데 나만 이방인 된 기분였습니다

식사후 식판을 옮겨야는데 손과 다리 불편해서 옮기기 어려웠으나 아무도 저를 도와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틀만에 퇴원하겠다니까
날 깨웠던 분이 실실 웃으시며

"왜 퇴원할려그려~ 어제 조용하더만 안잔겨?
오마 우리때문에 안잤나보네
아유~ 착하다~"

속으로 대답했죠

'착해? 네 새벽 3시에 코박고 잤습니다'

강제퇴학하고 며칠후 대학병원에 오게됐는데
대학병원 입원첫날 병실 피해 안주기 위해 휴게실에서 잠을 청했으나 잠이 쉽게 오지않았고 잠이 들만하면 잠이 없는 환자분이 와서 티비를 키는데 제가 누워 자고있어도 소리를 크게 키워서 보시더군요

둘째날 보호자 침대를 아무도 오지않는 다른 휴게실로 가지고 가서 잠을 청합니다

한 여름에도 서늘하더군요
잠을 깊게 못자니 몸이 더 망가진것 같았습니다

하는수 없이 돈이 더 들어도 2인실로 옮겼고 다행인건
며칠동안은 혼자 2인실 쓸수 있다는거~

정말 행복했죠 자유를 얻은 기분였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
코로나격리환자 들어온다해서 다인실에 강제적으로 옮기게 되었고 병실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양해 구했습니다
다행히 이해해주셨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 눈치보며 주위 돌아보니 다들 뭐라안하시고 각자 일상적으로 생활하셨습니다
(맞은편 환자분만 째려보심...)

며칠뒤 다시 2인실 가게되었는데 난감하게도 노부부가 계셨습니다

다시 양해를 구했죠

"저...어르신 제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고는데 어쩌죠?"

그러자 보호자이신 할머님께서

"아이구~ 코를 안고는 사람있나요 ~ 괘애찮습니다~~
내 아들도 엄청 골아요 괜찮으니 편히 계셔요~
글쵸~ 영감?"

침대에 누워계신 할아버님은 전신마비이신지 움직이못하시고 말씀도 못하시지만 표정이 괜찮다고 하신듯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역시나 긴장된 마음으로 옆 침대를 봤습니다

그때 갑자기!

할머님이 불쑥~ 커피음료수를 내미시며

"잘 잤어요? 코 안고시던데? 잔거 맞아요?"

나는 적잖이 당황하며

"네? 설마요.. 앗 커피 감사합니다"

할머님의 그 말씀한마디에 전의 기독교병원에서
집사 권사란 사람들에게 대우받다가 저 어르신에게
뭔가 알수 없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식사후 식판은 내가 옮겨줄테니까 부담갖지말고
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든 해줄게~"

실제로 방을 같이 쓸동안 빠짐없이 저까지 케어해주셨는데 쓸데없는 말같은거 걸지않으시고 저 혼자 편히 쉬도록 배려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 분을 보며 예수님 같은 성품을 느꼈고 권사란 모습은 저 분같은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움직이지못하시고 말씀못하시는 남편을 어떻게 웃으시며 때론 장난도 치시며 편하게 케어하시지? 거기다 생판 모르는 나까지 부담갖지않게 지혜롭게 도와주시지?

살면서 저는 지금도 그 할머니 잊지못합니다
매사 긍정적이시고 잘 웃으시며 아들뻘인 나에게 고개숙이시고 섬기는 모습....
잘계시죠? 제가 너무 소심해서 살갑게 못굴었는데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