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아마도 발레리나의 토슈즈일 것이다. 토슈즈는 발레에서 가장 수준높은 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있다. 일단 신고 서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2~3년 정도는 발레에 필요한 근육을 만든 후에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토슈즈를 볼 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진짜 발끝으로 서는 것인지 아니면 발가락을 꺾어서 서는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진짜로 발끝(발톱 아래)의 그 좁은 면적으로 서는 것이다. 물론 딱딱한 토슈즈의 도움을 받는다.
난생 처음으로 토슈즈를 신으면 대부분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발가락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러면 몸의 무게가 아래로 짓눌려서 당연히 발가락이 무지 아프다.
내 온몸이 엄지손가락 두 개 정도 되는 면적 위에 선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토슈즈를 신고 곧게 서기 위해서는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서 위로 끌어올리면서도 동시에 땅으로 박아서 곧게 서는 힘, 두 가지를 함께 행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발레는 예쁘고 우아하기만 한 춤이 아니다. 발레리나를 백조 같다고 하는 데에는 그 움직임이 우아하기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물 밑에서 쉴 새 없이 버둥거리고 있는 다리의 움직임, 사실 그것이 우아한 선을 보여주기 위해 무용수들이 몸 안에서 엄청나게 힘쓰고 있는 근육, 실제적인 발레리나의 움직임이다.
하늘로 올라갈 것 같이 끌어올리면서도 땅으로 깊게 뻗어내고, 가지고 있으면서도 길어지고, 누르면서도 가볍고, 아름다우면서도 버둥대는, 심히 모순되는 이런 움직임들을 동시에 해내기 위해서 겪는 무용수들의 훈련은 온몸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온몸을 모든 종류의 질(quality-빠르기,세기 등)로 잘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다.
'행동하는 예술'(IVP) 에서 저자 니콜라스 윌터스코프는 '기교는 재료에 대항해서 화를 내고 있다는 표시이지만 솜씨는 그것을 존중한다는 표시이다'라고 말한다. 무척 재미있는 해석이다. 고난이도의 테크닉이 몸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이다.
고난이도의 테크닉은 몸을 화나게 하고 아프게하기도 한다. 토슈즈를 신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오늘 무대에서는 내가 이 테크닉에 잡혀먹힐 것인가, 내가 이 테크닉을 박살 내고 승리를 이룰 것인가'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춤을 추곤 했다.
'예술품은 예술가와 재료 사이의 대화를 통해 출현'해야 한다. 즉, 춤은 '몸과 대화하는 가운데 저절로 이끌려지는 신비하면서도 상쾌하고 즐거운 경험'인 것이다.
또한 그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진짜 춤은 몸을 사랑하게되고,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움직임들을 연결하고 발전시켜 춤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절대 미와 기교적인 능력이 매우 강조되는 발레와 이같은 진짜 춤의 의미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버무려 낼 수 있을까. 어떻게 논리에 맞춰낼 수 있을까?
온 몸(몸의 모든 부분)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 부분의 움직임의 반경과 한계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잘 움직인다는 것은 부드럽게도, 강하게도, 곧게도 모든 종류의 질(quality)로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몸에 대한 이러한 인지 이후에 각 부분의 움직임을 조합하여 아름다운 발레 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면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나는 학생시절 그저 주어진 수준높은 테크닉을 해내기에 급급한 학생이었고, 참 재미있게도 엄청나게 발레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하나님은 발레를 그다지 잘하지도 못하는 나를 왜그렇게 계속해서 이것을 하면서 살게 만드셨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하나님이 춤을 왜 만드셨을까?'라고 생각하며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춤을 추다/춤을 춤' 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춤'이라는 단어는 동사가 바로 명사가 되었다는 발견에 놀라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춤'이라는 단어에는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추다의 줄임말인 것을 즉, 춤의 태생은 보는 것이 아니라 추는 것임을 확인하고 즐거워한다. 하나님이 만드신 춤의 본래 목적(Original design)을 살려내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꾼다.
글, 사진 = 김미레,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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