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세정의 말가짐

[박세정의 ‘말가짐’] 소그룹 모임에서 공감을 이끄는 법

‘빚을 진 사실을 알게 되다’

스물 살 여름 가난한 나라로 알려진 방글라데시에 단기선교를 갔다. 다카공항 문을 열고 처음 방글라데시 공기를 맡은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고온다습한 날씨,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을 느끼고 보기도 전에 말이다.

열흘 동안 방글라데시 초등학생, 대학생들과의 만남은 내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던 나에게 그들의 가난과 아픔이 나의 책임으로 여겨졌다.

단기선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땐 하염없이 흘렀던 눈물이 부채의식 즉, 복음에 빚진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스도인에게 공감이라는 건 ‘너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공감의 말에서 더 나아가, ‘네가 힘든 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책임지는 사랑이다.

예수님이 우리의 죄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너희의 죄(빚)를 내가 대신 갚을게’라고 대속하신 사건은 우리에게 공감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하나님 안에서 너와 나의 연결고리
[1] 공감의 필수조건

호칭은 관계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우리가 소그룹 안에서 ‘형제자매’라고 부르는 이유는 하나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믿는다는 고백과 같다.

크리스천으로서 공감의 필수조건은 상대와 내가 하나님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하나님을 향한 믿음없이 우리에겐 온전히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공감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믿음의 눈으로 상대와 나의 긴밀한 관계를 바라볼 때 가능하다.

그럴 때 우리는 복음에 빚진 자로서 자신의 유익을 계산하지 않고 서로 마음을 같이할 수 있다.

Q 1-1. 하나님을 당신의 아버지로 인정하시나요? 그렇다면 소그룹 멤버들과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서 친밀한 관계를 느끼시나요?

Q 1-2. 그동안 소그룹 멤버 중에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이 있나요?(해당하는 멤버에게 아래 3번의 ‘공감 훈련법’을 적용해보세요)

이상하고 불편해도 괜찮아!
[2] 공감하면 나타나는 증상

a. 공감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인다?!
"무리들 때문에 예수께 데려갈 수 없으므로 그 계신 곳의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가 누운 상을 달아 내리니"(막 2:4).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붕을 뜯어서 예수님 앞에 침상을 달아 내리는 중풍병자 친구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기도가 필요한 사람은 일어나세요, 앞으로 나오세요’라는 말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움직이기 쉽지 않는 나에게, 현실에서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저 사람들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야?’라며 이상하게 여길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상해 보이는 네 명의 중풍병자 친구들의 믿음이 병을 고치고 죄 사함을 받게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b. 공감하면 불편하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이 인간의 몸으로 우리에게 오셨을 때 얼마나 불편하셨을까? 자신이 아닌 타자를 받아들이는 게 불편한 건 당연한 사실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을 이해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그래서 소그룹 모임에서 서로를 공감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포기하고 시간을 투자해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기대한 만큼 맺어지는 관계는 없다.

흔히 아버지는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 돈벌이를 했지만, 함께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아버지를 떠올리면 추억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대단한 걸 해주려고 하기보다 옆에 함께 있어주자.

나는 소그룹 리더를 할 당시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멤버들과 만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서 멤버들과 만났고, 나는 강의준비를 하고 멤버들은 시험공부를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놀지는 못했지만 서로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함께할 때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Q 2. 타인의 시선, 불편함 때문에 다가가지 못했던 사람, 실천하기 힘들었던 행동은 무엇인가요?
예) 예배시간 때 아직 친하지 않은 소그룹 멤버들과는 자리 한 칸을 비우고 앉았다. 이번 주일예배 때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야겠다.

 


비난은 쉽고 사랑은 어렵다
[3] 소그룹 모임에서 ‘공감 훈련법’ 적용하기

Step 1. 감정 읽기
소그룹 모임에서 누군가 어려운 마음을 나눌 때, ‘어떤 심정일까?’라며 공감하는 과정 없이 바로 조언이나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오해를 살 수 있다. 가장 먼저 상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느끼고 있을 감정을 말로 표현해주도록 하자.

아래 제시한 감정단어를 활용하면 유용하다. 예를 들어 주말에 출근해 모임에 못 온 멤버에게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했다고? 피곤하고 지친 상태겠다”라고 상대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는 것이다.

이런 과정 없이 “그래도 예배는 드려야지”, “회사에 충원을 요청해야하는 거 아니야?”라고 충고했다면 상대는 배려 받지 못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감정단어] 억울한, 실망스러운, 서운한, 후회스러운, 답답한, 미안한, 피곤한, 짜증나는, 걱정스러운, 무서운, 무관심한, 긴장된, 불안한, 겁나는, 괴로운, 고통스러운, 슬픈, 지루한, 심란한, 불편한, 미운, 속상한, 외로운, 우울한, 마음이 아픈, 지친, 놀란, 귀찮은, 화가 난, 창피한


Step 2. 필요 채우기

“기도할게”라는 말도 충분하지만 멤버들의 어려운 감정 뒤에 숨겨진 필요를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표현해주도록 하자.

첫 번째 단계에서 감정을 읽었다면 다음으로는 상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보자.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회사일로 바쁜 멤버가 필요하고 원하는 게 무엇일까?

“잠도 많이 부족하고 휴식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컨디션 회복이 안 되겠다. 이렇게 고생한 만큼 이번 프로젝트에서 원하는 결과 성취해서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거 비타민인데 식사 후에 꼭 챙겨먹어.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잘해낼 거야!”

주말까지 반납하며 근무하는 이유에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 일수도 있지만, 성과를 내고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멤버에게 회사를 그만 두라거나, 열심히 일하는 게 다 부질없다고 한다면 당사자는 서운하고 답답할 수 있다.

한 번만 생각하면 ‘잠, 휴식, 회복’의 필요를 찾을 수 있고, 두 번을 고민하면 ‘성취, 인정’의 필요까지 발견할 수 있다. 관심을 기울일수록 공감할 수 있는 마음결이 섬세해질 것이다!

3년 전 크리스마스 때의 일이다. 주말에도 교회봉사하느라 가족들과 저녁 한끼 함께 먹기 힘든 우리그룹 리더들에게 가족들과 함께 먹으라고 롤케익을 하나씩 손에 들려 보냈다.

집에 가는 길, 한 소그룹 리더가 보낸 카톡의 내용이다.
‘간사님이 무엇을 주어서가 아니라, 저희를 생각해주었다는 게 고마워요.’

우리는 서로에게 대단한 것을 원하기 보다 따뜻한 공감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 소그룹 기도제목을 보며 이번 주 멤버들이 어떤 감정과 필요를 느끼고 있을지 공감해보자!

Q 3-1. 먼저 상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느끼고 있을 감정을 말로 표현해주도록 하자(감정단어를 참고)

Q 3-2. 상대의 필요와 원하는 것을 깊게 고민해보자(필요 채우기) 
예) 야근 - 주말근무까지 하는 소그룹 멤버에게 필요하고 원하는 게 무엇일까? 잠, 휴식, 회복, 성취, 인정


글 = 박세정 대표(컬러미퍼퓸)

[리더의 공감편 Check In] 

카드형식으로 핵심질문과 소그룹 모임에서 나눌 자료를 요약해두었어요(사진을 클릭해보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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