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사랑할 때 듣기 좋은 노래’처럼 요즘은 이용자의 그날 기분과 상황에 따라 원하는 음악을 듣기 좋게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그만큼 점차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의견과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이끌어 간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개별성이 강력해지는 세대일수록 공동체의 유대감을 약화시키게 되고 이기주의로 빠지기 쉽다고 염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그룹에는 리더부터 새신자에 이르기까지 신앙의 연수가 다를 뿐만 아니라, 성격, 관심사, 학생과 직장인 등 다양한 개인들이 한데 모여 있다.
그래서 우린 교회오빠 홍대광의 "힙합이 뭔데"의 ‘사실 네가 좋다하는 노래가 난 싫어. 따라 불러 봐도 난 항상 박자를 못 맞춰’라는 가사처럼 서로 취향이 다른 노래를 듣는 기분으로 모임에 앉아있을 수도 있겠다.
이번주는 소그룹 모임에서의 대화를 ‘듣기 좋은 노래’로 선곡할 수 있는 취향저격 <리더의 듣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외부의 변화로부터 나를 보호하자
[1] 자기청해력(Self-Listening Comprehension) 높이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라며 약속을 자주 깨는 친구가 있다.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은 어느 날, ‘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렇게 쉽게 약속을 어기지?’라며 화가 머리끝까지 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그 친구가 이해가 됐다.
그 친구의 행동은 동일했지만 그런 반응은 내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이다. 화가 났던 날은 만나서 같이 가려고 미리 찾아 둔 맛집이 있었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할 우리만의 비밀 이야기도 많았던 날이었다.
반면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준비할 게 많이 남아 있거나,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의 취소 연락이 반갑기까지 했다.
우리의 듣기는 상대방보다 자신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선 인지해야 한다. 소그룹 모임에서도 동일하다.
내가 나누고 싶은 은혜가 많아 머릿속을 꽉 채우고 간증들이 막 가득 할 때는 수다쟁이 막내가 참 눈치 없어 보이지만, 할 말이 없을 때는 ‘막내야, 너라도 대답해줘서 고맙다’ 라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그룹 모임에서 듣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자신의 몸, 마음, 영혼의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보길 권한다. ‘자기청해력을 높인다’는 것은 추운 겨울날 내복을 챙겨 입듯이 외부의 변화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듣기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기준점을 두면, 자신이 왜 이 대화가 불편한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기온이 떨어지고 올라가는 외부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옷을 어떻게 입는가?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자기청해력을 높여 올겨울 귀감기를 예방하도록 하자(카드를 눌러 체크포인트를 확인해보세요).
당신의 눈과 손에 주목!
[2] 몸짓언어(Body-language)로 적극적 듣기
주말 저녁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면 어렵지 않게 소개팅 남녀들을 볼 수 있다. 둘이 나누는 대화는 들을 수 없지만 서로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 얼추 ‘보인다’.
서로에게 기울어진 몸의 각도, 수줍게 웃는 표정, 공감한다는 고개의 끄덕임 등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다음 두 가지 비언어적 포인트를 살려 소그룹 모임에서 적극적인 듣기를 실천해보자.
a. ‘눈’은 귀보다 잘 들린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5가지 감각을 오감이라고 한다. 오감 중 대부분의 정보는 시각에서 얻게 된다. 그래서 소그룹 모임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눈으로 듣기는 가장 중요하다.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미팅을 할 때는 클라이언트의 시선이 창가나 복도 방향보다 벽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즉 화자는 벽을 등지고 앉아 상대의 시선을 자신에게만 집중시키는 것이다.
모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멤버가 있다면 시선이 분산되지 않는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보자. 모임 장소와 자리배치도 시선을 서로 주고받기 편한 배치가 좋다.
b. ‘손’은 조용한 언어다
경청의 태도에서 ‘아~ 그랬구나’, ‘정말?’ 이렇게 말로써 추임새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간혹 말하는 흐름을 끊을 수 있다. 그럴 때 안전한 방법이 바로 손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먼저 손을 테이블 밑으로 숨기기보다 위에 두는 것이 좋다. 손을 테이블 위에 두면 자연스럽게 몸의 기울기도 테이블 안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이때 대화의 몰입도는 높아지고 상대방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아닐까?
[3] 공격이 아닌 호소(Help me!)로 듣기
유난히 가시 돋친 말투를 가진 사람이 있다. 강사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연령,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호의를 가지고 들어주시지만 드물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을 만나게 된다.
한 기업의 초청으로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자기발견과 회복에 대한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런데 뒤늦게 도착하신 한 어머니께서 불편한 표정을 보이시더니 갑자기 손을 들고 질문을 하셨다. ‘결혼도 안한 젊은 강사가 우리들 마음을 어떻게 알겠느냐’는 푸념에 가까웠다.
조목조목 내가 이 강의를 할 수 있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프로소통러답게 ‘공격이 아닌 호소로 듣자’고 스스로 감정을 다독였다.
“맞습니다. 생각보다 젊은 강사라 실망스러우셨을 거 같아요. 저도 지금은 딸로서, 또 미래의 엄마로서 어머니들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소중한 시간 내어서 참석하신만큼 유익한 내용 전해드리고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이렇게 그 분의 호소를 받아드렸다.
공격적인 태도는 그 사람이 강자가 아닌, 약자라고 말해줄 때가 많다. 소그룹 모임에서도 누군가 부정적인 의견, 짜증나는 감정을 표현한다면 공격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에 가까울 확률이 크다.
칼, 방패와 같은 무기로 맞서기보다 찬양의 가사인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처럼, 강자의 탈을 쓴 약자의 호소를 포용해보자(카드를 눌러 체크포인트를 확인해보세요).
소그룹 내에서 대화와 관계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공유와 댓글로 남겨주시면 함께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글 = 박세정 대표(컬러미퍼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