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기성 영성일기

‘나는 무슨 자격으로 설교단에 서는가?’-유기성 영성칼럼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갈 3:27)

어제 주일 예배 설교를 하였습니다. 예배 전에 기도하는데, 마음에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무슨 자격으로 설교단에 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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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자 만이 거룩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설교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깨끗한 자 만이 하나님 앞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의로와야 의로운 자이며, 어느 정도 깨끗해야 깨끗한 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누구도 의로운 자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 보다 더 경건하고 행실이 의롭다 하더라도 자격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99% 거룩한 자나 1% 밖에 거룩하지 않은 자나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에 있어서 같습니다.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예배 시간이 다가오는데, 설교단에 오를 자신은 더 없어졌습니다. 마음은 좌절감에 깊이 빠져들 뿐이었습니다.

‘전 설교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 때, 성령께서는 제가 그리스도로 옷입은 자임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갈 3:27)

그렇습니다. 저는 말할 수 없이 더러운 자이지만 그리스도로 옷입은 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고 교인들 앞에서 설 수 있는 자격은 오직 그리스도의 의가 저의 의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이미 잘 알고 있었던 복음입니다.

그러나 마음에 의심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죄를 짓고도 '나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음을 믿는다' 하면 정말 의롭다 인정받는 것일까? ‘그리스도로 옷 입었다고만 하면 어떤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그건 너무 뻔뻔한 일이 아닌가?’

실제로 한국 교회 안에 두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이상한 복음을 외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너무 거룩하게 살려고 하지마. 기독교는 은혜의 종교잖아." "이미 거룩해졌음을 믿으면서 왜 거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거야?”

이것이 성경적이고, 복음이고 은혜라고 합니다. 죄에 대하여 무감각한 뻔뻔하고 가증한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예수믿은 지는 오래되었는데, 교만하고 이중적이고 무서운 교인들이 많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하였습니다.

‘내가 그리스도로 옷입으려는 것은 그들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나도 이런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가?’ 그 때,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교리 지식으로 그리스도로 옷입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각으로 옷을 입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라오디게아 교인들은 자신들이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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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입었다고 생각한다고 옷 입은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스도로 옷입었다는 것은 주님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항상 주님 안에 있어 그리스도로 옷 입었기 때문입니다’

옷을 입었다는 말은 옷이 몸에 붙어있다는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로 옷 입은 자는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요, 항상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자입니다. 그리스도로 옷 입으려면 주님 안에 거하여야 합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 15:5)

주님 안에 거하는 자 만이 그리스도의 의를 힘입는 은혜를 받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열매도 맺는 것입니다. 설교할 시간이 다가 왔을 때, ‘나는 무슨 자격으로 설교단에 서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제가 항상 주님 안에 있어 그리스도로 옷 입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