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워십리포트

나얼, 앤썸이 부른노래 작곡. 해외전도여행으로 떨어진 그녀를 그리며...

나만의 워십송 쓰기 #3

1998년 가을. 00부대 신병훈련소. 매일 고된 훈련과 엄격한 규율로 긴장감 속에 지내던 때 이었다. 몇 주간 훈련소의 생활이 적응될 즈음부터 훈련소 안에 있는 교회의 수요 예배를 참석할 수 있었다.

그날도 우리는 언제나처럼 수요예배를 마치고 내무실로 복귀하는 길이었고 교회에서 준 식은 햄버거를 맨바닥에 앉아서 먹고 있었다. 그때 조교가 내 이름을 불렀고, 노래를 한 곡 불러보라 했다.

불빛 하나 없었지만 밤하늘은 별빛으로 매우 밝아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정성껏 노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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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걱우걱 정신없이 햄버거를 먹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나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적막한 밤길을 울릴 때 분명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던 훈련병이 있었으리라.

이곡은 1997년도에 작곡했고, 1998년 SBS방송국에서 주최한 제 1회 ‘신세대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곡이 대상을 타고 얼마 후에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가슴이 하늘로 한 없이 올라갔다가 한 순간 땅으로 뚝 떨어졌었다.

당시 이곡을 부른 팀은 ‘앤썸’이었고, 리드 싱어는 ‘나얼’이었다.
대회 출전 당시 다른 팀들이 내게 물었다.

“리드 싱어가 재미교포 인가봐요?”
“아 .. 네 ..”

의정부 출신의 나얼이 주축이 되어 ‘앤썸’이라는 R&B 보컬팀을 만들었고, 내가 속한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앤썸’과 인연이 시작되었다.

MBC강변가요제나 KBS대학가요제의 인기가 점차 시들해질 무렵, 신생 방송국이었던 SBS가 야심차게 기획한 가요제가 <신세대 가요제>였다. 이런 취지에서 기획된 대회였으니 출전자들 중에는 각 기획사에서 홍보를 위해 소속 가수를 내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스타도 기획사 연습생과 심지어 가수들도 출전하며 경쟁을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스타가 되기 위한 치열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모든 팀을 이기고 내 곡으로 부른 팀이 대상을 타다니!!

물론 내 곡 보다는 ‘나얼’이 노래를 잘 했다. 나얼 뿐 아니라 ‘앤섬’이 참 잘 했다. 그 중에서도 나얼은 처음 만날 때 이미 더 할 나위 없는 노래 실력을 갖고 있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내가 나얼의 보컬을 만든 줄 오해할 수도 있는데, 아니다.

나얼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CD를 통해 어릴 적부터 흑인 음악에 눈을 떴다고 했다. 나 역시 흑인음악을 좋아했던 터라, 내 곡과 나얼이 잘 어울렸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곡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1997년 아내와 뜨겁게 사랑을 하고 있을 때, 우리의 인생 스케줄이 꼬이면서 아내만 해외전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하루라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으면 병이 나는 시절 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나 떨어져있게 되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겠는가? 백석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인 김활성은 오래전에 이렇게 말했었다.

‘곡이란 본래 내적 문제가 극으로 치달을 때 써 지는 것이죠.’

나의 내적 문제가 극으로 치달으면서 이 곡이 나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아주 애절한 사연이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거룩한’ 해외전도여행이 그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제 다음에는 직접 가사를 쓰는 것을 도전해 보려고 한다. 다들 노트나 빈 종이를 준비해 가사를 적어 보면 어떨까.

시간이 된다면 A4 한 장 정도로 내 삶에서 기억나는 간증문을 한 편을 써 보면 보면 어떨까. 간증문도 좋고 고백도 좋고. 아무런 형식도 없이 에세이 한편 쓴다 생각하고 A4용지 한 장 쯤. 뭐 두 장도 괜찮고. 한번 써 보고 다음주에 함께 그것을 바탕으로 가사를 써 봐도 좋을 것 같다.

영상=지승진 목사 | 쉼이있는교회 대표

지승진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목사 (쉼이있는교회 대표)
백석대학교 겸임교수 (2007~현재 [ccm연구] 강의 / 2009~2014 [찬양과 경배] 강의 )
나얼이 속한 그룹 '앤섬(Anthem)'의 프로듀싱해 SBS 신세대 가요제 대상.
김장훈의 프로젝트 앨범 ‘New Hope’ 의 ‘혼자가 아니야’ 작곡.
이외 다수의 CCM 앨범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
메일 : ilj4620@daum.net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seungjin.ji.1?fref=ts


나만의 워십송 쓰기

누구나 블로그나 SNS에 글을 쓸 수 있듯이, 내 삶의 고백이 담긴 나만의 워십송을 쓸 수 있다고 소개하고 실습해 보는 공간이다. CCM이 좀더 음악적인 전문성이 필요한 작곡이라면, CCW라 불리는 워십송은 최대한 심플하게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한 곡쓰기를 말하며 내 마음에 담긴 멜로디와 삶의 고백을 담아 하나님께 예배하며 하나님께 나아갈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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