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바리새인의 집에서 식사하시는 자리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들고 온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와 발에 붓고 그 발에 입 맞추며 자신의 머리털로 발을 씻긴다.
300데나리온에 달하는 한 근의 순전한 나드 향유는 당시 노동자의 1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매우 귀하고 값비싼 것이다. 사람들은 놀라고, 집주인 시몬은 바리새인답게 이 여인이 죄인임을 상기시키고, 탐욕스러운 가룟 유다는 낭비된 돈 계산부터 한다.
그러나 주님은 오히려 여인을 칭찬하시고 복음이 증거되는 모든 곳에 그녀의 행동을 기념하겠노라 약속하신다.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예배 도중 난입한 아버지에게 개 맞듯 얻어터지며 끌려 나간 교회 형이, 2부 성경 공부가 끝나기 전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채 웃으며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둘러앉아 그를 위해 울었고 손을 잡고 기도했다. 그는 지금 캄보디아 선교사로 오지와 정글에서 뜨겁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말릴 수 없는 사랑이란 게 있다. ‘Worship’은 Worth(가치)와 Ship(신분)의 만남이다. 신분에 합당한 가치를 매기는 것. 그것이 예배다.
가치를 표현하는 기준은 저마다 달라서, 하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나 옆에서 보는 사람에게 서로 이해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해되지 않는 폭이야말로 각자의 애정의 깊이다. 예배의 진폭은 예배자가 매기는 가치에 따라 하늘과 땅을 오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마가복음 14:7)
사실 평소 예수 그리스도의 입장과 언행은, 형식적 예배보다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더 가치를 두는 편에 속한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과 이웃을 섬기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이웃을 섬기는 것은 가장 훌륭한 예배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만큼은 예외적으로 가난한 자들은 항상 함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면서 여인을 두둔하신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말씀이 구제와 긍휼 사역을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 어느 한 순간, 정말 특별하게 예수와 예배에 집중했던 순간이 있는가.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보다도,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보다도, 조건 좋은 직장을 찾는 일보다도,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찾는 것보다도 오직 예수께만, 오직 예배에만. 그 어떤 일, 그 누구보다도 오롯이 예수님만 보이고, 그분께만 집중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섬길 시간은 의외로 많이 있다. 공부할 시간도, 돈을 벌 시간도, 연애할 시간도 많다. 그러나 정작 우리 인생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큰 대가를 치르며 온전히 부어드릴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는 대부분 그 시간과 기회를 망설이고 재고 계산하다 날려버린다.
그러나 주저 없이 값비싼 옥합을 깨뜨리는 이들도 있다. 전문의 시험을 합격하자마자 개원 대신에 오지로 의료 선교를 떠난 이를 알고 있다. 멀쩡히 잘 다니던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성경이 없는 곳에 성경을 번역하는 일에 헌신한 이도 알고 있다. 평생 모은 재산을 장학금으로 다 내놓고도 행복해하는 이를 알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어리석다 비웃었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옥합을 깨뜨려 예수 그리스도께 부어드렸다. 아낌없이, 남김없이. 주님은 그들을 받으셨고, 복음이 증거되는 모든 곳에서 그들을 기억하실 것이다.
내가 아는 예배서 중 가장 멋진 제목을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마르바 던Marva Dawn의 책을 꼽는다. A Royal “Waste” of Time 고귀한 시간 ‘낭비’ – 예배. 이 제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예배에서 얻거나 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씀에 깨달음을 ‘얻고’, 찬양에 은혜를 ‘받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참된 예배’는 버리고 낭비하는 것이다. 그 고결한 낭비를 하나님은 가장 기뻐 받으신다.
하물며 마르바 던은 이렇게 단정한다. “세상적인 면에서 볼 때, 예배가 완전한 시간 낭비a total waste of time가 아니라면 그것은 우상 숭배일 뿐이다. 진정한 예배란 하나님을 높이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나님의 무한한 광휘에 완전히 잠기는 것이다.”
오스왈드 챔버스Oswald Chambers의 묵상에 귀를 기울여보라.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하품으로 막을 수 있다. 다른 할 일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림으로 하나님과 함께 보낼 시간을 막을 수 있다. “시간이 없다!” 물론 당신은 시간이 있다! 시간을 내라. 다른 관심사들을 묶어두라. 당신 삶의 힘의 원천이 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속죄에 있음을 시간에게 깨우쳐 주라.”
옥합을 깨뜨리듯, 그녀는 자신을 깨뜨렸고, 자신의 죄를 깨뜨렸다. 두려움이 깨어졌고, 고통이 깨어졌고, 의심이 깨어졌고, 수치가 깨어졌다. 그 자리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피어나 보좌를 향하는 향기로운 예물이 된다. 복음이 전파되는 모든 곳에서 그 향기는 찬송의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옥합
나의 옥합을 깨뜨립니다 내 사랑하는 주님
나의 전부 내 삶의 이유되신 당신의 발 앞에
내가 가진 모두를 쏟아부어 당신께 드리오니
주만 높아지기 원하니 향기 되게 하소서
너의 수고가 헛되지 않노라 사랑하는 딸아
오 너의 마음 내가 아노라 오 내 딸아
눈물로 거둔 너의 옥합을 내가 기억하노라
복음이 증거될 때 너의 행함을 기념하리라
주만 높아지기 원하노니 보배롭게 하소서
너를 인해 기뻐하노라 나의 딸아
† 말씀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로마서 12장 1절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요한복음 4장 23,24절
† 기도
하나님, 이 시간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하기 원합니다. 존귀하신 하나님께 합당한 가치, 합당한 예배를 올려드리게 하소서. 망설이고 재고 계산하지 않고 나의 옥합을 깨뜨려 주님만을 예배하는 삶이 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그 어떤 일, 그 누구보다도 오롯이 예수님만 보이고, 그분께만 집중했던 순간이 있나요? 옥합을 깨뜨려 주님께 부어드리는 온전한 예배의 삶을 살기로 결단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