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돈이 더 많이 필요할텐데...’

몽골에서의 사역을 통해서 우리는 평생 경제적인 필요를 느끼며 살도록 지어진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경제적인 필요가 커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경제적인 필요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나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몽골에 들어갔을 때 우리 가정은 매달 60만 원 정도의 후원금으로 살면서 매달 100만 원 정도의 필요를 느끼며 지냈다. 그런데 학교에서 점차 책임을 맡고 학교와 공동체의 필요를 내가 떠맡기 시작하면서 100만 원에서 1,000만 원 단위의 필요를 느끼며 지냈다.

학교 사역이 더 커지고 섬겨야 할 공동체가 확장되면서 나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경제적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이 땅에서 많은 일들과 맞닥뜨리면서 늘 많은 필요를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큰 경제적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뜻이고, 하나님께서 더 많은 일을 위임하셨다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경제적인 필요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채워지지는 않은 때가 많았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어느 시점에선가 그 부분은 해결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필요와 씨름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어느 순간 이 모든 일이 내 계획이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통장도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내 통장은 하나님의 차명 계좌였다. 하나님은 내 계좌를 사용하셔서 몽골 사역에 필요한 곳으로 당신의 재정을 흘려보내고 계셨다. 나는 그저 그 하늘 계좌에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하나님의 차명 계좌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특권을 누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는 그분의 계좌를 내 것으로 여기고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계속해서 경험하면서 나는 선교지의 지속적인 필요와 계속되는 부으심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았음을 고백하게 된다.

한편, 어느새 나는 몽골에서 대학교라는 한 조직을 맡은 부총장이면서 동시에 학교 이사장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상에서는 대가와 보상을 바라고 일하는 것이 관례이다. 스스로 필요한 재정을 담당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세상의 방식을 거스르는 것이다. 돈을 내고 직장을 다니면서 나의 입김이나 주장을 내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것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느 사역에 재정을 흘려보내지만 그 사역을 내가 좌지우지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했다.

나는 문득 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다 들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진정한 사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모든 것을 부어도 아깝지 않은 것은 사랑과 열정 때문이다. 그 사랑과 열정을 줄 수 있는 대상이 하나님의 사명이다. 돈을 받아야만 해주는 일은 사명이 아니다.

한 번은 이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께서 왜 우리에게 경제적인 필요와 부족을 주실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분은 마음이 넉넉하신 분이고 우리의 필요를 잘 알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필요를 바로바로 채워주시지 않는 때가 있다.

우리는 필요를 통해서 성장을 이루어 간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바로 채우지 않으시는 이유이다. 더 큰 목마름이 그분의 더 강력한 임재를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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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남
  이용규 / 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