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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님의 한마디에 말없이 오열했다

 2016-09-28 · 
 19588 · 
 12 · 
 

묵직한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일곱 장이나 쓴 그 편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난도질하는 글이 쓰여 있었다.

글이나 말이 비수라더니, 나는 그 글에 온 몸을 찔려 피를 흘리다 쓰러질 것 같았다.
그 글들은 한 마디로“너는 노숙인들을 빙자하여 네 배를 불리는 나쁜 도둑년”이라는 것이었다.

편지를 다 읽어 갈 무렵 내 손은 나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피를 거꾸로 솟아오르게 하는 능욕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한 치의 움직임 없이 앉아 하나하나 반론을 적어 나갔다.

억울하고 기가 막혀 떨려오는 가슴과 손은 억제가 되지 않았지만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써나갔다.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말할 수없는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열다섯 장을 쓰고 보니 일반 편지 봉투에 넣을 수 없어 서류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우체국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봉투를 풀로 붙여 봉인하고 우표만 붙이면 되는데, 주님께서 내 가슴에 조용히 물으셨다.

‘딸아! 그렇게 할 말이 많더냐?’ 두툼한 봉투를 내려다보고 서 있는 나에게 또 말씀하셨다.
‘나는 얼마나 할 말이 많았겠느냐? 나는 얼마나 억울했겠느냐?

그러나 나는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도 입을 열지 아니하였다.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같이,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입을 열지 아니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오열했다. 그리고 그에게 썼던 15장의 편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
나는 바울이 겪었던 궁핍도 박해도 곤고도 다 겪을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런데 그 가운데 박혀 있던 능욕이라는 것 앞에서 감당할 수 없이 폭발하는 나의 분노를 본 것이다.

내가 가장 자부하던 것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릴 때도, 변명할 말이 수백 장에 달할 정도로 많을 때에도, 그 능욕을 참아내는 정도가 아니라 그 능욕을 기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능욕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었다. 보름 쯤 지났을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모님! 내가 사모님에게 죽을죄를 지었어요.”
그는 울먹이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금 나의 가장 신실한 동역자로 내 곁에 와 있다.

바울은 그의 동역자인 브리스가와 아굴라를 소개하면서 “그들은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까지 내놓았나니”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브리스가와 아굴라 같은 동역자이다. 만약 그날 내가 15장의 편지를 부쳤다면 나는 그를 영원히 잃었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 나를 가장 치명적으로 공격하는 적장이 되었을 것이다. 말없이 능욕을 기뻐하면 나를 능욕하던 그 사람을 얻는다.


  •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유정옥 / 소중한 사람들

  •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아침 일찍 경찰 병원에 갔다. ♣ 그 곳에는 폐가 굳어지는 희귀병으로 3년간 병상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전직 경찰이었던 한 성도가 있다. ♣ 죽음을 눈앞에 둔 그를 위하여 나는 10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 그는 내 약속을 받으며 최소한 1000일 간은 사랑하는 그의 가족 곁에, 내 곁에 견딜 수 없는 병의 고통을 참으면서라도 살아 줄 것을 다짐한 셈 이다
    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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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교회와 성도에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