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교사라면 어떤 심정일까? ‘순종’ OST를 작사작곡한 이권희

내전과 반군에 의해 학살당한 육신과 영혼의 땅, 우간다 딩기디 마을, 가족을 잃고 몸과 마음이 찢긴 시리아 난민의 슬픔의 집결지, 레바논 자흘레 난민촌.

무명의 한국인 선교사들이 저마다의 삶의 고민과 애절한 사연을 품고 낮은 자들이 울고 있 는 이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모습을 CBS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영화의 주제곡 ‘순종’을 작사, 작곡한 이권희 씨를 통해 이 주제곡의 송스토리와 순종 O.S.T 제작 에피소드를 들어본다.

+ 어떤 마음으로 쓴 곡인가요?

CCM 프로듀서라 대부분 음반에 실릴 곡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 CBS 다큐멘터리 영화음악을 맡겨주셔서 약간 흥분했습니다.

예전에 몇 작품의 영화음악에 참여도 했었고 무용음악도 여럿 작업한 터라 이번 작업이 많이 어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죠.

단순히 화면 내용의 슬픔, 사랑 등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을 뛰어 넘어 ‘선교사의 삶’을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최대 숙제였습니다.

‘과연 내가 선교사가 된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라는 생각으로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빈손으로 왔습니다…”라는 가사로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큐의 제목이 이미 ‘순종’으로 정해져 있었기에 ‘선교사로서의 순종’에 맞춰 곡을 만들었습니다.

영화에 들어갈 BGM들도 ‘하나님께 순종하며 나아갈 때 하늘이 열리는’ 듯한 느낌의 곡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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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늘 작업하는 그런 음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받고 달려간 그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하늘의 뜻을 이루는 선교사님들의 삶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OST 작업은 많은 작업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개인적으로 긴장감과 집중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 <순종> O.S.T 작업의 에피소드

이번 다큐의 주제곡인 ‘순종’은 이미 제작 전부터 송정미 씨를 염두에 두고 진행했습니다. 저 또한 많은 자리에서 송정미 씨를 뵙고 친하게 지냈지만 직접 함께 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CCM계 최정상의 포스. 처음 만났을 때 큰 산 앞에 부딪힌 느낌이었습니다. ‘아, 나는 이제껏 나무를 보지 못한 채 숲 주위만 뱅뱅 돌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여러 가지 악기들의 녹음이 진행되고, 드디어 보컬녹음. 송정미 씨는 목도 풀 겸 녹음실에서 ‘순종’을 몇 번 불렀습니다.

연습이었지만 제 생각엔 ‘지금 부른 것들로도 충분히 좋은 노래가 나올 수 있겠다’ 생각되었습니다.

본격적인 녹음에 돌입하고 스무 번 정도 계속 반복해서 부르는 상황. ‘이미 훌륭해! 더 좋은 것이 나올 수 없어!’라고 생각하며 “이제 그만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이미 완벽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순간 송정미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지금 이 노래에 들 어와 있어.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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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정한 프로는 다르구나’하며 그렇게 다시 수십 번을 더 부르고서 녹음을 마쳤습니다.

지금껏 천 곡 정도의 보컬 디렉팅을 봐온 저로써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덕분에 하나님의 마음이 가득 담긴, 그리고 우리 안에 눈물과 감동을 이끌어낼 멋진 곡이 탄생되었습니다.

안진실의 멋진 감성의 BGM들, 최고의 연주자들, 그리고 저와 12년 동안 백 여 장의 앨범을 믹싱한 강경균 엔지니어의 믹싱으로 인해 더 풍성하고 멋진 음악들이 완성되었습니다.

+ 영화 <순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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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종>은 선교사 아버지의 삶을 이어받아 우간다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딸 ‘김은혜 선교사’와 그녀의 남편 ‘한성국 선교사’,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는 난민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지며 난민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레바논의 ‘김영화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간다와 레바논을 오가며 진행되었던 총 1년 6개월이라는 제작기간,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하루 15시간씩 진행된 촬영, 안전이 담보되지 못한 지역에서 두려움을 안고 고군분투했던 시간 등을 포함해 기획, 촬영, 편집 등 영화의 전 과정에 걸쳐 CBS가 직접 참여하여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