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카툰_강신영

죄송합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만화를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을 때

세상의 웹툰은 한주에도 두 번 오르는 작품들이 있으니

우리도 최소한 그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발언도 했습니다.

주보에 사용하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작가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작년 7월 이후 지금껏 올리지를 않고 있었습니다.

변명을 좀 드리자면,

부친께서 췌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엽도사의 모델은 저의 아버지 강 엽 목사님입니다.

왜소한 대머리 영감님이자, 원칙주의자이며, 능력이 컸던 분이었습니다.

사회에서 철밥통이라 부르는 국립대 교수로 재직하시며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굳이 신학을 하시고 교회를 개척하셨습니다.

그 교회가 개척 20년 되던 날인 작년 11월 2일 눈을 감으셨습니다.

저는 당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었고, 간병기간에는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출근하여 강의하고, 밤에는 야간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강의준비, 논문준비, 설교준비를 했습니다.

부친 소천 이후 강의를 끊고 목회에 전념하면서 교수의 꿈을 접었습니다.

그렇게 목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갓피플을 볼때마다 제 만화를 찾아주신 분들께 죄송스런 마음뿐이었습니다.

오늘 집 정리를 하면서 오랫동안 쓰던 칠이 벗겨진 마우스를 찾았습니다.

스프레이로 흰 칠을 하고 나니 문득 엽도사와 노마를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저렇게 그려놓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언제 부르실지 모르지만

주신 달란트로 좀 더 남길 수 있지 않았나 후회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책상 앞에 빈 원고용지를 두고 몇 달째 마음에 부담만 안았는데,

마우스도 저래놓고 부담을 배가시켜놨습니다.

조만간 그림으로 찾아뵙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