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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사랑을 기억합니다, 아나운서 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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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가을이 다가오는 9월의 어느 날, 인터뷰가 무르익어갈 무렵 그녀가 ‘십자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자 마음이 먹먹해졌다.

눈은 마음을 비추는 창이라던데 그녀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동안 느껴지는 진정성에 살짝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그리고 ‘십자가 사랑’이라는 말에서부터 ‘최윤영’이라는 사람의 실마리를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대째 예수 믿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중학생 때 참석했던 수련회에서 하나님을 깊이 만났다. 감격스럽고 벅찬 마음에 감사와 함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러다 재작년 4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진짜 사랑하느냐’는 주님의 질문 앞에 그녀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고, 기도 가운데 그분을 깊이 만났다. 최윤영의 하나님은 삶의 모든 순간마다 늘 동행하는 분이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에게서 강건한 평안이 느껴졌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 방송활동을 시작했던 최윤영은 학창시절부터 꿈꿔왔던 아나운서가 되었다. 2001년에  MBC에 입사해 2012년까지 ‘아주 특별한 아침’과 FM 라디오의 ‘영화 음악’등을 맡는 등 장르를 가르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했던 최윤영.

5년 동안 진행한 ‘W’는 ‘최윤영’이라는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켜주었던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다고 했다. MBC를 퇴사하고 육아에 집중하다 몇 번의 거절 끝에 E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부모’의 진행을 맡았었고, 지금은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EBS)을 진행하며 부모와 자녀가 고민할 만한 것들을 묻고 돕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가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고 꽤나 잘 어울렸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은 한 아이를 가진 엄마 입장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신이 맡은 영역에 있어서도 프로지만, 그녀는 하나님 앞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크기와 가치를 알고 난 후 꿀처럼 달게 말씀을 읽었던 경험이라든지,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걸어가는 일상이 귀하게 다가왔다.
글 김지언 사진 도성윤

# 말씀 안에서 뜨거운 교제

언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셨어요?

사람마다 하나님께서 만나주시는 방식은 전부 다른 것 같은데요, 저는 2014년에 기도하는 가운데 만나주셨어요. 저를 위해 중보해주는 지체들이 있었거든요.

중학교 때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도 들락날락을 반복했는데 이번엔 다른 것 같아요. 이젠 성령님이 제 안에 계신 것을 확신하며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어요.

예전에 누군가 어느 목사님께 “성령님이 오신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바람이 부는 걸 어떻게 아나요? 나뭇잎이 흔들리니까 알죠. 성령님이 오신 것도 그와 비슷해요. 내가 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거예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품을 수 있게 된다거나 예전과 다른 온유함이 생긴다거나 그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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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하나님을 만나고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모태신앙이라 이전까지는 어머니의 신앙을 내 신앙으로 착각하며 살았어요. 하나님을 일대일로 만나고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말씀을 너무 읽고 싶어졌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예수님을 만나고 변화한 사도 바울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서신서를 읽기 시작했고 내친김에 사복음서도 읽으면서 잠자고 먹는 시간을 빼곤 말씀만 봤어요.

그때는 하나님이 정말 제가 말씀만 읽게 환경을 만들어주셨어요. 인큐베이팅 기간이었 나봐요. 그렇게 성경을 두 번 통독했어요.

꿀처럼 단 말씀을 경험하신 거네요.

그 전에 선결조건이 있었어요. 회개죠. 말씀을 읽는데 회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기적이고 사랑 없고 교만했던 제 모습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말씀 앞에 회개를 했어요.

교회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멘티들에게 ‘하나님은 은혜로 만나는 것이지만 반드시 회개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성령님이 계시는 전이기 때문에 내면이 깨끗해야 하고 우리에게 작은 찔림이나 걸림이 있다면 하나님이 회개하길 원하시는 것이라고 권면해요.

사무엘도 사사 시대에 제멋대로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을 미스바에 모으고 금식 회개기도를 주도했고,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고 예루살렘에서 우선 행하신 것이 성전청결이었어요.

또 사도 바울도 디모데에게 주인이 쓰시기에 합당한 깨끗한 그릇이 되길 강하게 권면했어요.

말씀을 읽으면서 성경을 보는 관점도 달라졌겠어요.

하나님이 저를 이끄셨던 시간이라 말씀을 읽는 속도도 엄청 빨랐어요. 이건 성령님의 인도하심 말고는 설명이 안돼요. 인간 최윤영만 볼 때는요.

기쁨과 감격으로 시작한 성경통독이 예언서에서 난관을 만났어요. 회복의 말씀도 많지만 하나님의 분노와 저주로 꽉 찬 예언들을 읽는 게 힘들었죠.

말씀을 읽는데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된 것 같고 멀미가 나더라고요. 그 와중에 ‘시편’이 생각났어요. 사울이 악한 영에 시달릴 때 다윗을 불러서 찬양을 부르게 하잖아요.

시편을 읽으니 놀랍게도 그 어지럽던 마음이 평안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성경은 그냥 책이 아니라 진짜 능력의 말씀’이라는 걸 경 험했죠.

‘하나님의 사랑’ 하면 어떤 의미로 다가오세요?

‘한없이 고요한 바다 같은 사랑’이라고 표현하면 될까요? 하나님의 사랑하면 ‘오래 참음과 궁극의 평안’이 생각나요.

언제나 오래 참고 기다려주시잖아요. 게다가 지혜로우시고 재치에 유머감각도 있으신 분이 우리 하나님이시죠(웃음).

주일학교에선 에피소드가 많은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구약의 하나님은 율법을 지키며 가나안과 섞이지 않는 이스라엘을 원하시는, 엄하신 하나님이시죠.

그래서인지 모태신앙인들에게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나 정죄감이 상대적으로 커요.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사실을 머리와 입으 로는 아는데 마음 속 두려움을 알게 모르게 품고 있는 경우가 많 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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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봐야 할 건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입니다. 죽을 만큼 날 사랑해 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있긴 할까요?

전 가끔 하나님이 제 이상형이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늘 저보다 한수 위시죠. 예를 들면 C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A를 기도했는 데 전혀 생각도 못했던 B의 방법으로 해결하세요.

언제나 화평하 고 재치 있는 방법이에요. 그리곤 꼭 티를 내시죠. ‘내가 한 거야’ 라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저는 제가 해낸 줄 알 거예요. 경험 해 본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시더라고요.

# 일하면서 누리는 은혜

‘W’(MBC)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고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게 해준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었어요. ‘W’를 진행하면서 힘든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생겼다는 건 정말 큰 변화였어요.

‘W’를 하지 않았다면 제 자신과 주변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살았을지도 모르겠어요. ‘W’를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으니까요.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5년 동안 진행하게 해주신 것에 정말 감사해요. 그곳에 보내주신 것도 감사하고요. ‘W’를 통해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도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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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어느 청년의 삶에 W가 미친 이야기를 들 었어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이가 ‘W’가 보도한 참혹한 아이티의 상황을 보고는 그곳에 가서 어린이들을 돕고 선교를 하고 오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성적이 무척 좋 아서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친구여서 더 욱 당황하며 반대하던 부모를 잘 설득해 정말 선교를 다녀왔고, 그곳에서도 아름다운 열매들을 맺고 돌아왔답니다.

더 감사한 건 원래 원했던 학교에도 진학해 그 곳에서도 선한 열매 맺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제가 모르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죠? 그렇게 하나님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하고 계셨던 거죠.

기독교방송에서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시죠?

우리 제작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7000미라클’ (CTS)이나 ‘거룩한 바보들’(CGN TV)을 만드는 제작진들은 프로그램 이름처럼 일상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정말 하나님만 바라보는 거룩한 바보들이거든요.

그들이 피땀을 흘려 정성스럽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목표는 딱 하나, 하나님을 바로 보여주는 사람들을 통해 주님 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에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들 때 늘 기도로 시작하고 현장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죠. 녹화할 때마다 “당신들이 제일 거룩한 바보들 아니냐”고 해요.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EBS)의 진행을 맡으면서 하나님께서 훈련 하고 단련시키겠다는 마음을 주셨다고요.

방송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어요. 저희 제작진 중에 저를 제외하곤 크리스천이 없거든요.

그런데 게스트들을 섭외해놓고 보면 크리스천들이 많고, 지상 파 방송이라 저희는 하나님이야기나 기독교적인 내용을 꺼내지도 않는데 주변 분들이 ‘너네 방송은 제목을 모르고 들으면 극동방송 같아’라는 피드백을 줄 정도예요.

저희 방송을 통해 청취자들이 위안을 받고 힘을 얻는다는 사연들이 참 많이 올라와요. 진행하면서 ‘내가 순종하면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에 대해 하나님 안에서 훈련하고 있어요.

# 다양한 곳에서 주신 달란트 대로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워킹맘들이 많아요.

기도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보다 더 크신 하나님이 계 시잖아요. 만 7년 동안 아이를 키우고 나서 내린 결론이에요.

뭔가 못해준 것 같고 괜히 짠하고 안쓰러우실 거예요. 아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 수는 있지만 죄책감은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가 느낄 수 있게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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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진행했던 ‘도도한 멘토링’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신 건가요?

뜨겁게 하나님을 만나고, 말씀을 읽고 또 읽고 나니 하나님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불타오르더라고요(웃음).

하나님이 아파하는 곳,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열심히 구하며 찾았지요. 그런데 묵 묵부답이셨어요. ‘왜 일을 안 맡기시지? 쓰임 받기엔 아직 많이 부족 한가보다’ 하고 낙심하고 있을 때 한 집사님이 저에게 그러시더군요.

“하나님께서는 윤영 자매가 주님 안에서 기쁨을 누리길 가장 원하세 요”라고요.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제 열심을 거절당한 것 같아 하나님한테 섭섭하기도 했고요.

사람 마음이 참 재밌는 게 그 뒤로는 성경을 읽어도 ‘기뻐하라’만 보 이더라고요. 그래서 제 힘을 다 빼고 기뻐하기로 했고 그즈음에 교회에서 도도한 멘토링 제안이 왔어요.

지금은 제가 멘티들에게 ‘하나님은 나와 친밀하게 교제하기를 가장 원하시고 내가 주 안에서 기쁨을 누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제가 사명감에 뭔가 해보려고 애쓰다 지쳐 손을 놓으니 하나님께서 일하기 시작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이들이 자신 안에 일 어나는 변화를 고백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것과 하나님은 우리가 기쁨 없이 노예처럼 주님 일 하는 걸 원하지 않으신단 걸 또 배웠죠.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저와 아이들을 다듬으셨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2016 디아코니아코리아 홍보대사’로 위촉되셨더라고요.

‘디아코니아코리아’(10월 15일 –21일)는 ‘섬기는 종’으로서의 한국교회 모습을 격려할 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확장하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고요.

이 세상에 섬기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받는 것이 디아코니아의 근본정신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고 하나님은 사랑이시잖아요. 크리스천은 그 분의 사랑을 비추는 거울이고요.

주의 사랑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데 힘을 합치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요? 생각은 쭉 있 었는데 행동하지 못했던 모든 분들이 함께 하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음을 받은 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갓피플 회원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복음의 진리는 성경 안에 있어요. 그래서 말씀을 가까이 했으면 좋겠어요. 성경공부에 참여했다고 성경을 읽은 걸로 착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어떤 자리이든 아무 준비 없이 가면 그 내용이 내 것이 될 수 없어요. 성경공부에 참여해서 듣고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성경공부의 목적은 성경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지칠 때 힘이 되어주는 세 겹줄의 역할 을 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결국은 본인이 성령님의 도우심 따라 성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십자가 사랑에 대해 지금처럼 감격하게 된 것도 시간을 내서 성경을 읽은 이후였거든요.

그리고 다윗과 사울의 결정적 차이는 ‘그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였다고 생각해요. 사울의 시선은 사람들의 평가에 머물러 있었고, 다윗은 오직 하나님만 바라봤어요.

넘어질 수도 있고 하나님께 서운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디서든지 눈을 들어 주를 바라보면 반드시 회복시켜주실 거예요. 그런데 내가 하나님을 바라봐야 해요.

하나님은 억지로 우리를 다루시는 분이 아니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