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으로 기억한다. Don Moen을 비롯한 미국 호산나뮤직의 예배사역자들이 국내 최초로 이루어지는 대형 워십 콘서트를 위해 내한한 적이 있었다.
콘서트 하루 전날인가 용산의 한 교회에서 1일 세미나가 진행되었는데 800명은 족히 넘는 인원이 참석했을 것이다.
대개는 20-30대들이었는데, 이들을 보며 매우 열정적인 젊은이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본당을 가득 메운 세미나에서 참석한 이들과 함께 매우 고조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전체 모임 후, 워십리더, 워십팀(기타, 베이스, 키보드와 싱어 분야) 등의 역할별로 나누어 특성에 맞도록 선택 강의가 진행되었다.
나는 워십리더(예배인도자) 분야의 강의가 이루어지는 본당에 남았는데,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강의를 위해 강단에 오른 Don Moen이 이런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 중에 워십리더는 손을 들어 표시해 주시겠습니까?”
난 그때 Don이 과연 어떤 말로 그의 강의를 시작할까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첫 마디에 온통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첫마디 ‘누가 워십리더입니까?’라는 이 질문에 크게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누가 손을 들까?’ 그러나 이러한 생각할 정리할 겨를도 없이, 참석자 중에 80-90% 이상의 사람들이 손을 드는 것을 보았다.
최소 50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자신을 워십리더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시 이렇게 자신을 ‘워십리더’라고 생각하고 반응을 보인 이들을 보며, 사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이 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어느 교회, 어느 단체 혹은 어떤 이가 이들에게 ‘워십리더’(예배인도자)라는 타이틀을 부여했을까?’ 사실 난 조금 당황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사역에 눈을 뜬 젊은이들, 그들의 정보력, 주님이 축복하시는 현대교회를 향한 새로운 사역에 대한 열정, 자신의 음악적 은사를 주님을 위한 헌신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보다 말이다.
그것은 일부의 지역교회, 선교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회와 모임에서는 그들을 ‘워십리더’(예배인도자)로 부르거나 역할에 대한 타이틀을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한국교회는 커다란 부흥운동으로 인해 교회의 양적 성장을 거듭하였다.
일부의 선교단체는 이 기간 젊은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의 방법으로 복음성가를 사용하였고 교회들 또한 부흥의 도구로 이러한 현대음악을 도입하기 이르렀다.
그러나 많은 경우, 부흥회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나 기도원 등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고 당시 부흥강사 등에 의해 이러한 노래들이 인도되었다.
일부의 목회자나 헌신자들이 ‘싱어롱인도자’이라 개념으로 젊은이들의 모임에서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80년대 초반부터 한국교회는 이전에 어떤 시대보다 예배에 대한 갈망이 일어났다.
그것은 성경공부, 사경회 등 말씀을 연구하면서 하나님의 성품과 그에 대한 반응인 예배의 가치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한국교회는 ‘찬양인도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 예배라는 개념을 주일 예배모임의 한 시간에 국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예배인도’라는 말은 여전히 목회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당시 찬양인도자들은 음악적 재능을 가진 젊은이에게 부여된 예배를 준비하는 일종의 조금 낮은 수준이 사역 타이틀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워십리더’라는 개념이 한국의 젊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현대음악예배를 인도하는 새로운 사역의 직임으로 개념이 정리되며 사용되기 시작되었다.
다분히 기존 목회자들과 충돌을 최소화하고 형식이 고정화된 한국의 전통 예배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고자 하는 개념이었다.
이전에 한국교회의 예배모임만큼이나 다른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예배모임 안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배인도라는 차원에서도 차별성을 보이는데, 정해진 순서 진행이 아닌 위십리더에게 능동적인 인도가 가능하도록 열어주었다.
그러면 한국에는 이러한 워십리더가 얼마나 있는가?
우선 워십리더의 직임과 역할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이해를 위해 논의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곳에서는 워십리더를 전통적인 단순히 예배 순서의 진행 정도가 아닌 개인 혹은 워십(찬양)팀과 더불어 기독교 공동체의 정기, 비정기 예배모임을 능동적으로 인도하는 사람으로 이해하도록 하자.
오늘의 한국교회를 800만의 신자, 6만 교회, 2만 명이 넘는 선교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가 한국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해외를 나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은 경우, 한국교회에 대한 놀라운 성장(?)에 대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의 열정과 신앙에 대해 듣게 될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선교 100년사에 일어난 놀라운 부흥에 대해 들으면서 놀랄 뿐 아니라 수만 개의 교회, 수십만 명에 이르는 목회자들 때문에도 놀란다.
그러면 ‘한국의 워십리더는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왜 그 질문에 대답하려 하는가?’라고 다시 한 번 질문하고 싶다.
나는 이들이 사역의 부유함을 알아가는 것과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한국의 워십리더는 1996년 Don Moen의 세미나에 참석한 500여명일까? 아니면 그 두 배 정도의 1,000명? 아직 누구도 그 답변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이것은 새로운 사역의 짧은 역사에 기인하겠지만, 현대 예배의 ‘워십리더(Worship Leader)’ 혹은 ‘예배인도자’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함이 여전한 이 상황에서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스스로 가리켜 ‘워십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려는 노력은 과연 어떤 가치가 있기에 시도하려는 것일까?
첫째, 워십리더 자신을 위해서이다. 현재 활동하거나 세워질 워십리더들과 그들의 사역이 보다 견고하고 균형적인 기반을 갖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하며 이렇게 준비된 워십리더는 그 역할과 함께 사역에 있어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교회들은 훈련된 워십리더를 찾고 있다. 제한적인 교육기관 또 훈련과정을 이수한 전문사역자가 많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일부의 워십리더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역지와 위치를 얻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필요만큼이나 훈련된 워십리더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일반적인 교회의 주보의 경우, 성가대 지휘자는 소개하지만 아직도 워십리더(예배인도자)는 소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사역이 젊은이 예배이라는 제한적 예배모임에 국한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중요한 사역이라는 의식만큼이나 전문사역으로서의 의미와 가치가 보호되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워십리더를 필요로 하는 예배사역의 활성화를 원하는 교회를 위함이다. 전문 사역자로서 워십리더는 이미 한국의 기독교 공동체를 섬기는데 커다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 때 워십리더들이 한국교회의 필요에 맞춰 양성되고 있는지를 확인되어야 하고 또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그 필요만큼이나 이들에게 훈련과 사역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워십리더들은 기회 여부에 관계없이도 자신의 영성과 기능이 증대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부르심과 은사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지만 훈련과 사역에 있어 영향력의 증대는 워십리더의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현재로는 얼마나 많은 사역자들이 이러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누군가 도움을 주려 해도 도움을 받을 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현재 이들이 균형 있게 성장하고 성숙한 사역을 감당하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워십리더들을 위한 정보제공 뿐 아니라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솔루션과 컨텐츠가 지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워십리더의 역할은 새로운 기능만큼이나, 다양하고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지고 바람직한 길이 제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희생세대’라는 말이 있다. 희생세대는 씨를 심는 역할을 감당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거둘 열매를 위해서이다. 현대의 워십리더의 사역은 한국교회에 있어선 여전히 개척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기초를 놓는 과정이다. 견고한 기반과 골격을 갖기 위해 전문성 있는 설계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이러한 설계 과정에서부터 세워 가는 전 과정에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개척초기에 겪는 시행착오와 실수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짧을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설계를 설계사에게 목공일을 목수에게 맡기듯이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뼈대와 살을 붙이는 일을, ‘부르심을 같이 하는 예배사역자들이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한동안 찬양과 경배 운동을 유행이 지난 시대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주님의 의도와 하신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예배의 가치를 보았고 찬양의 능력을 경험했다. 또 다른 기회를 통해 찬양과 경배 운동의 열매들을 나누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교회가 이러한 물결을 탈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준비된 워십리더의 부족이 현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각종 전자 악기와 음향시스템을 준비했지만, 그것을 운용할 사역자들을 만들어 놓지 못했다.
하지만 더 많은 욕구들, 더 많은 필요들, 더 많은 열정들이 한국교회 가운데 있다고 믿는다.
누가 이 일에 반응하여 일어나겠는가? 누가 부름을 받은 자인가? 한국엔 몇 명의 준비된 워십리더가 있는가?
최지호
예배예술선교사
지구촌교회 예배목사 역임
현 베네수엘라 사역 선교사
예배사역연구소(WMI)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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