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묵상테마는 갓피플 매거진 칼럼 내용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성도들이 퇴근하는 시간을 기다려 오후 7시 교회에 모였다. 우리는 매일 저녁 중계동에 가서 우리가 매입한 교회건물을 여리고성을 돌듯 여러 번 돌았다.
종로5가에 있었던 하나로 교회는 3년 동안 건물을 임대하여 썼는데 건물 주인이 건물을 비워 달라는 바람에 부득이 교회를 이전하게 되었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성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에 겹도록 건축헌금을 해서 교회가 이전할 한 건물을 찾아 계약을 했다.
이미 완공된 건물이 아니고 현재 짓고 있는 건물의 지하 전체 210평을 분양받은 것이다. 그런데 중도금까지 들어간 상태에서 분양 사무실 대표가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
실제 건물 주인은 우리에게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떼니 우리는 분양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우리는 교회 건축헌금을 다 날리고 말았고, 교회는 허공에 붕 뜨고 말았다.
◈ 우리는 할 수없이 자정에 이사를 갔다
건축주와 우리는 서로 그 건물을 놓고 고소를 해서 재판 계류 중이었다. 법원에 가보면 우리와 재판 중인 그 건축주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반면에 법 계통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나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고 우리 교회가 재판에 질 것 같은 두려움도 생겨났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기도밖에 없었다. 기도하면“큰 권세 주께 있으니 너는 가서 주의 복음 전하라 주가 너 항상 지키리라”는 찬송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 나왔고 그 찬송은 내 마음 속에 쌓여가는 온갖 두려움을 말끔히 내몰아 주었다.
그래서 성도들은 직장에서 곧장 교회로 퇴근을 했고, 모인 성도들이 다함께 중계동에 가서 그 찬송을 부르며 그 건물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한 지 석 달 정도 되자 공사가 거의 완공되어서 건물의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건물을 돌던 우리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분양받은 지하가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건축주가 뭔가 꿍꿍이를 벌이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우리는 종로5가에 있는 교회로 돌아가 회의에 들어갔다.
한쪽에서는 무조건 오늘 그 건물로 이사를 가자고 했고 다른 쪽에서는‘그렇게 불법적으로 이사하게 되면 목사님이 경찰에 잡혀가게 되니 재판을 기다리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다.
그날은 7월 18일로 마침 장마철이어서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의견은 절충되어 결국 교회의 이삿짐을 의자 열 개 정도, 극히 일부분만 실어가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혹시 입주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 이삿짐은 버리는 셈치고 다시 종로5가로 돌아와야 하니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만약 이사를 가려면 이삿짐을 전부 가지고 가자고 제의했다. 그래야 목숨 걸고 교회를 지킬 수 있는 것이지, 이렇게 해보다가 안 되면 돌아오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결국 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의견에 성도들이 다같이 동의하여 그날 밤으로 이삿짐 전체를 싣고 중계동으로 떠나기로 결정되었고, 우리는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침 종로5가는 사대문 안 지역이어서 밤 12시 이전에는 5톤 트럭이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자정에 이사를 가야 했다.
◈ 주님이 다 예비하셨겠지만
이삿짐 회사에서 짐을 나르기 시작했고 12층, 13층에서 5톤 트럭 열 대분의 이삿짐이 내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 중계동에 갔을 때 문이 잠겨 있으면 자물쇠를 끊을 수 있는 기구를 구입하러 갔다. 또 벽이라도 뚫어야 하니 큰 해머도 샀다.
내 키보다 큰 해머를 질질 끌고 오자 남자 집사 한 분이 “사모님 그런 기구를 썼다가는 현장에서 끌려가요. 자물쇠를 자르고 건물에 들어간 것과 벽을 부수고 들어간 것에 대한 형량이 다 달라요.
문이 열려 있어서 아무 것도 파손하지 않고 들어가야 해요”라며 나를 말렸다.
“집사님! 걱정 말아요. 물론 주님이 다 예비하셨을 테지만 자물쇠를 잘라야 하면 자르고 벽을 부숴야 하면 부숴야죠. 혹시 그러한 행위 때문에 누군가가 형무소에 가야 한다면 제가 갈게요.”
내가 집사님을 다시 설득했다. 온종일 내린 비는 밤이 되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 세차게 내리더니 밤 12시 무렵 잠시 그쳤다.
밤하늘은 벌겋고 언제라도 폭포수 같은 비를 내리려는 듯 비구름을 잔뜩 머금고 찌푸리고 있었다. 우리는 자정에 종로5가를 떠나 밤 1시경 중계동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치 우리가 이사 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환영이라도 하듯 건물 전체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었다. 자물쇠를 자를 필요도 벽을 부술 일도 없었다.
우리는 50톤에 달하는 이삿짐을 210평 면적에 마음껏 늘어놓았다. 물건을 다 들여놓고 나니 그제야 하늘이 열리고 억지로 참고 있던 비의 물꼬가 터졌는지 노아의 홍수처럼 비가 쏟아져 내렸다.
◈당신 뒤에 도대체 누가 있는 겁니까?
그 이튿날 아침 여섯 시, 우리와 재판 중인 건축주가 헐레벌떡 달려와서는 교회 물건이 다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난리를 피웠다. 알고 보니 우리가 이사한 7월 18일은 그 건물의 준공 검사가 끝난 날이었다.
건축주는 이튿날 아침 아홉 시만 되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이 건물 등기를 넘기려고 모든 서류를 완비해 놓았다.
이 밤만 잘 지키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또 다른 사람 이름으로 건물의 명의 변경이 이루어지도록 해 우리가 누구와 재판을 해야 할지 조차 모르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밤에 건물을 지키려고 사설 경비원 열 명을 사서 그 건물을 지키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설 경비원들은 하루 온종일 장맛비가 내린데다 저녁을 지나 자정이 되어도 개미 한 마리 얼씬도 안 하니 불을 환하게 켜고 술을 마시면서 지키던 지하를 놔두고 2층에 가서 쿨쿨 잠이 든 것이다.
건축주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나에게 다가오더니“내가 검찰이며 법원이며 웬만한 윗분들은 다 알고 지내는데 어제 준공검사 끝난 것을 도대체 누가 가르쳐 주었습니까? 아무도 모르게 한 일인데… 어떻게 알고 이 많은 물건을 들여놓았단 말입니까? 도대체 당신 뒤에는 누가 있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예! 저의 뒤에 계신 분은 검사 중의 검사요, 변호사 중의 변호사요, 판사 중의 판사이신 큰 권세를 가지신 분이지요.”
“그럼 청와대?”
눈이 휘둥그레진 건축주는 제 스스로 간담이 서늘해져 우리 교회와 맞붙은 고소를 단번에 취하했다.
우리 하나로교회는 1991년 7월 18일 자정에 그 건물에 들어가 22년이 지난 지금도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성(城)으로 그곳에 우뚝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