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땅이 이야기_박성민

설마 설마

한해를 한참 마무리 하는 12월 마지막 주..

갑자기 왼쪽 가슴이 답답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심해지더니 숨쉬기 조차 힘들정도로 아파서

방 바닥에서 쓰러져 누웠습니다

그러고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깨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도 통증이 여전해서 내과를 찾아갔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기흉이에요. 진단서 줄테니까
지금 큰 병원가서 입원하고

수술 하세요.
젊으니까 이렇게 걸어나 다니지 노인들은

오래두면 죽어요. 호흡이 곤란해져서..

지금 바로 가서 입원부터 해요

뜬금없이 기흉이라니 기흉..수술은 또 뭐야..

난생처음 수술대에 눕겠구나.. 전신마취한다는데 깨면 아프겠지..

그 순간 드는 생각들은 참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그 병원 옆에 있는 대학병원에 입원하러 가려다

그래도 집 근처에 입원해서 가족 옆에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학교에 와서 짐을 챙기고 부천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거기부터가

하나님이 내게 보여주실 일들에 대한 시작이었습니다

보험이랑 이런 저런 이유로

바로 병원에 입원하지 못할 사정이 생기고

나는 몇일 집에서 요양하며 수술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과 친척들이 찾아와서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한가지 서운 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들을 그렇게 사랑하시던 어머니의 태도였습니다

내가 수술해야 된다고 전화를 드렸을때나,

집에 와서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마치 내가 감기정도나 걸린냥

별로 놀라지도 심각하게도 생각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일어서 걷다가 아파할때나 어쩌다 숨쉬며 아파할 때

어머니는 내 등과 가슴을 탕~탕~치시면서 “기도해 기도!” 라고

타박만 주시는 겁니다

그러면서 나는 서있기도 힘든데
주일 예배를 왜 한번만 가냐고

아침 저녁 예배 두번 안가냐고,

송구영신예배는 왜 안갈 생각하냐고 구박하시는 겁니다

나도 기도해서 나으면 좋겠지만,

이미 병원에서 수술하라고 결과가 나왔는데

그걸 왜 내 믿음을 탓하시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수술하러 가기 전 날 밤, 누워서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데

여러가지 기도가 나왔습니다

하나님.. 정말 내 믿음이 약한겁니까..

하나님은 구하면 낫게 해주실텐데..
기다리시고 계신데..

제가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입니까..하며

올해 내가 지었던 죄들에 대한 회개와

내년에는 어떻게 살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랬습니다

'수술해도 재발확률 있다는데

그럼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이나

나중에 공부하고 선교하며 타고 다닐 비행기도 두렵겠다..

하나님 수술안하고 나을 수 있게 해주세요..

하나님에게는 불가능한게 없으시니까..'

또 한번 절벽 앞에 까지 내몰려 나오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렇게 .. 그렇게 하나님은 나를 훈련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버지와 함께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여전히 통증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내 기도를 못들으신걸까...

수술하기를 원하시는 걸까...

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다시 의사에게 진찰을 받기를 기다리며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수술안하고 나으면

나를 향한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 조금 더 분명히 알겠습니다...

이름이 불려져 진찰실로 들어갔습니다

한참 엑스레이를 보던 의사선생님..

공기 없는데요?

..네?

공기 없다구요.. 수술안해도 되요.. 약먹으면서 지켜봅시다..

그런데 그때 제 행동이 더 웃깁니다

하나님께 기도해놓고 하나님이 낫게 하셨는데

믿음 없는 저는 오히려 의사에게 따집니다

아니 수술안해도 되다뇨..아직 이렇게 아픈데..

다시 한번 보세요.. 그럴리가 있나..

아버지도 웃으며 그러십니다

공기 없다잖아 됐다 나가자

나와서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수술을 안해도 되다니..공기가 없다니..

약을 타러 가면서도 나는 아버지에게 재차 그랬습니다

아빠 이상해요.. 이상해요..공기가 없다뇨..몇일 사이에.....

할렐루야! 크게 외치며 찬양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그 기적같은 하나님의 역사하심 속에서도

하나님의 능력을 의심하고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통증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거짓말 같이 걸어다닐 수도 있게 되었고,

지금은 통증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새해부터 병원에 누워있겠구나 라며 한숨쉬던 나는

새해부터 보여주신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체험하며

감사하고 그 분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수술한다는데 태연하시던 어머니에게 섭섭했던 나는

수 많은 기도와 견고한 신앙으로 사랑하는 아들의 신음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시던 어머니의 그 믿음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고치지 못하던 귀신 들린 아이를

예수님께서는 단번에 귀신을 꾸짖으시고

아이를 고치시는 것을 보고

조용히 예수께 나아와 물어봅니다

우리는 어찌하여 쫓아내지 못합니까?

그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러십니다

너희 믿음이 작은 까닭이다.

'설마 설마'를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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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맘때 있었던 일로 그린 글과 그림입니다
지금은 건강하게 잘지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