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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영화산책

인턴이 70살이라고?

디지털 사회에서 노인의 역할을 묻다

세대 간의 갈등, 어떻게 풀까

한국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들에게 불만이 많다.
임금피크제로 인해 정년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결국 청년세대가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정적인 추측성 생각들이 청년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유교사회의 덕목처럼 제시되던 효사상이나 노인공경은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청년세대를 위한 삶의 환경들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세대’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에다 취업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할지 모르는 현실을 반영해 자연수 ‘N’을 써서 ‘N포세대’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세대 간의 갈등은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일까? 천만에. 경제나 사회부분에서 활동영역을 놓고 벌이는 신구간의 갈등은 얼마든지 협력을 통해 창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어느 하나가 망해야 다른 쪽이 살 수 있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 아니다.

멜로드라마를 연출하는 데 탁월한 기량을 보인 여성감독 낸시 마이어스(Nancy Meyers)의 신작 <인턴>(The Intern, 2015)을 통해 현대인이 닮기 원하는 이상적 노인상을 제시하는 한편, 젊은 세대들이 노인과 어떻게 협력하여 직장과 일상생활의 현장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70세의 은퇴한 노인 벤(로버트 드 니로)은 아내와 사별한 뒤 여행과 취미활동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얻고자 하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뭔가 자신의 삶 안에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일이 없는 것이다. 벤은 보다 온전한 삶을 위해 인터넷으로 의류를 파는 최첨단 회사에 인턴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세대를 대표하는 노인과 디지털 문명에 익숙한 신세대 직장인들이 같은 공간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대 간의 갈등은 최소화하고 대신 노인 인턴의 존재를 통해 회사에 생기가 돋고 CEO인 줄스(앤 해서웨이)가 최고경영자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동시에 이혼 위기에 있었던 그녀의 가정을 도와 안정을 찾도록 돕는 지혜를 제공하는 점은 이 영화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기초한 영화적 상상

70세 노인이 30세 여성 CEO가 있는 직장에서 인턴생활로 새로운 인생을 사는 모습이란 단지 환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가 만든 전형적인 생활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상상력이 인류의 현대사를 통해 실현되어 온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영화로만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기독교적 가치관을 펼칠 수 있다면 과대망상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요엘서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첫째, 아날로그와 디지털 소품의 대조를 통해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벤이 평생을 몸담았던 직장은 종이책으로 된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였다. 신세대들은 아마도 종이로 된 전화번호부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 문명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일을 했던 노인의 등장을 영화는 그의 이력을 통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드 스타일의 낡은 가죽 서류가방과 전자계산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 간의 차이는 물론 디지털 세대가 우려하는 갈등의 여지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둘째, 디지털 세대에게도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며, 그 해결사로서 노인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CEO인 줄스는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노인 인턴을 채용할 뿐 노인들에게 어떤 기대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사무실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치우는 사람은 노인 벤이다.

 

CEO인 줄스가 타고 갈 차를 음주운전 할 뻔한 직원을 지혜롭게 타일러서 사고를 예방하는 일부터 젊은 직원들의 연애상담을 해주고, 심지어 줄스가 이혼의 위기로부터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은 사람도 노인 벤이다.

오랜 인생을 살아온 경험과 애정에서 나온 조언은 회사와 젊은 사람들의 희망적인 미래를 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젊은 직원들이 노인 벤을 향해 동화됨으로써 신구세대 간의 완전한 통합이 가능함을 영화는 나타낸다.

벤의 옆자리에서 일하던 청년들이 벤의 집에서 숙박을 하는가 하면, 벤의 직장생활의 상징이었던 가죽가방을 젊은 직원이 사서 들고 다니는 모습은 노인과 그들이 누린 아날로그 문화가 쓸모없이 버려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롭게 누리고 디지털 세대 속으로 통합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나누어주는 멘토가 되어줄 수 있다. 성경은 말한다.
“늙은 자에게는 지혜가 있고 장수하는 자에게는 명철이 있느니라”(욥 12:12).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컴퓨터가 제공해 줄 수 없는 노릇이다. 디지털 문명을 사는 교회와 사회에서 여전히 노인의 역할은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