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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 갓피플 #62]10대들의 고민상담어플 홀딩파이브 만든 김성빈

청소년기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가. 사춘기에 왕따를 경험하면 관계에서 오는 질적인 변화를 차단하는 치명적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 점이 안타까웠던 김성빈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당했던 왕따 경험을 타인에게 오픈하고 10대들을 위해 고민상담 어플 ‘홀딩파이브’를 만들었다.

열일곱 살 여고생 때 김 씨는 사소한 오해로 1년 동안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이유 없이 가하는 폭력은 선을 넘기도 했다.

왕따는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왕따를 당했다고 하면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견뎌내야 했고, 부모님 외에는 말할 수 없는 외로움에 눈물로 기도하는 시간이 어렵게 지나갔다.

그런데 자신의 아픈 기억으로 어떻게 남을 도울 생각을 했는지 기특하기까지 하다. 서울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1학년생으로서 싱그러운 20대를 맞기까지 인생의 사계절을 미리 겪은 것 같다.

그녀는 최근 《홀딩파이브 도와줘》(마리북스 간)를 출간하고 여느 20대들처럼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꿈꾸고 있다.

홀딩파이브(Holding Five)의 뜻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홀딩 이펙트’(Holding effect)에 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심리학 용어로 아이가 불안해서 울 때 엄마가 안아주고 스킨십을 해주면 평온을 되찾고 안정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전기에 감전된 듯, 제가 만들려는 어플의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 목사님께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예화를 하나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으려고 하는 순간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는데요, 그가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데 음악이 끝날 무렵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 시간이 4분 58초였다고 합니다. 평소의 5분은 짧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5분은 골든타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5분만 안아준다면 많은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위기의 순간 엄마의 마음으로 5분만 안아주자’라는 뜻으로 홀딩파이브를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어플 이용자 수가 약 만 3천 명 정도 됩니다.

자신이 왕따 당한 이야기를 오픈하고 남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열일곱 살 때 왕따를 당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제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 한 명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1년이 지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이 바뀌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됐습니다.

새 친구들이 저한테 다가와주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하는 말이, 소문으로만 들었을 때 제가 나쁜 아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회복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때 청소년의 문제는 어른들이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모님이나 상담선생님의 멘토링도 물론 도움이 됐지만요. 또래 친구의 한 마디에 얼었던 마음이 녹더라고요.

또래 친구가 했던 한마디가 무엇이었습니까?

“난 네가 왕따였다고 해도 상관없어. 나도 네가 그런 애가 아니란 걸 알지만 소문이 하도 이상해서 잠시 혼란스러웠을 뿐이야. 내가 진작 알았으면 지켜주었을 텐데 미안하다.

우리 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자! 친군데 당연한 거 아냐!”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펑펑 울었습니다. 힘들 때 저렇게 말해주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세상에 두려울 게 없습니다.

그 친구들 덕분에 학교에서 아무리 괴롭힘을 당해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의 가장 소중한 보배였고 홀딩파이브였던 것 같습니다.

왕따를 당했을 때도 신앙의 힘으로 극복했다고 들었습니다..

5대째 신앙이 있는 집에서 자랐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신실하시고요. 삶에 어려움이 오더라도 신앙으로 맡기려고 하는 분들이세요.

꾸준한 말씀묵상과 가정예배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고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왕따를 당하면서 하나님을 원망했지만 인격적으로 만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행복하게 학교생활 하는데 왜 나에겐 이런 시련과 고난을 주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홀딩파이브 어플을 만들고 나서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고1 이후론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제 신앙을 단단하게 헤쳐 나갔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앞에 원망을 덜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타인을 돕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제가 왕따를 당하지 않았다면 그런 아픔을 가진 친구들에게 관심조차 가질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가해 친구들한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쁜 마음도 먹지 않았고요.

힘들면 저만 손해잖아요.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면서 비워내고 홀딩파이브를 하면서 기쁜 일이 오히려 많았습니다.

어플을 만든 후 기뻤던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많은 분들이 청소년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에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장을 만든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힘든 아이들에게 주는 댓글을 보고 세상이 참 따뜻하다고 느꼈거든요. 청소년들이 어플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극복하는 사례들을 볼 때도 감사합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쁨인 것 같습니다.

홀딩파이브를 만든 이유를 말하면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고 싶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제가 많습니다. 힘든 상황이 되면 자살밖에 생각이 나지 않아요.

저 역시 왕따를 당했을 때 부모님이 아니었으면 자살시도를 했을 것입니다. 상황에 갇혀서 희망도 안보이고 모든 것이 끝인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러면 청소년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을 끝내기 위한 선택권이 자살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기웁니다.

홀딩파이브 어플이 만들어진 취지처럼 누군가 공감만 해주면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힘들겠구나’라는 한마디에 청소년들이 힘을 얻으니까요. 10대를 위해 만들었는데, 이제는 부모님 세대까지 함께 사용하는 어플이 됐습니다.

제일 고마운 분들이 누구입니까?

저희 부모님이요. 부모님께서 어플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홀딩파이브를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도와주신다고 말씀하시면서부터 시작된 일이니까요.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어플을 만드는 비용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하셨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아버지께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렸어요. 당시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홀딩파이브 어플을 만들어 그 친구들 중 한 명의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습니까?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갈등과 문제가 많은데 소통으로 잘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청소년 지도자가 돼서 그들이 행복한 공간을 만들고 싶고, 행복할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의 힐링공간을 만들어 그들의 꿈과 끼를 돕는 게 다음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