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소방호스를 재활용해 업사이클링 가방을 만드는 기업 ‘파이어 마커스’(Fire Markes)가 있다.
‘소방의 흔적’이라는 회사 이름에는 소방관의 헌신을 기억하자는 뜻과 예수님의 흔적을 지닌 사람들이 되자는 뜻이 담겨 있다.
파이어 마커스는 영국의 엘비스앤크레세(Elvis&Kresse)라는 브랜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어릴 때 꿈은 소방관이었다. 소방관인 아버지의 삶이 항상 이웃을 섬기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호서대학교 소방학과를 졸업하고, 1년 정도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직접 회사를 차려 소방관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만난 박지원, 박용학 씨와 함께 파이어 마커스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을 시작하면서 하나님을 깊이 만났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난 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요.
파이어 마커스의 자취방이자 사무실에서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 사업 규칙을 이야기할 때 당부하는 말이 있어요. 신앙에 위배된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말씀에서 말하는 좁은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만만치 않지만, 말씀이신 하나님을 만나니 경외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
이 대표는 창업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있다. 사업의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사업계획서 발표하러 갔을 때 저희보다 쟁쟁한 실력을 갖춘 분들이 많았어요. 사업 발표를 해야 하는데 너무 떨리는 거예요.
항상 랜덤으로 스마트폰에 말씀이 뜨는데 그때 받은 말씀이 ‘주권자에게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으나 사람의 일의 작정은 여호와로 말미암느니라 ’(잠 29:26)는 것이었어요.
그 말씀을 붙들고 소방관이신 아버지께서 낡은 소방호스로 만들어준 가방을 선보였거든요. 저희 아이템의 가능성을 보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파이어 마커스는 ‘가방, 동전지갑, 노트북 가방’ 등의 제품을 만들었다. 낡은 소방호스로 가방 1개를 만드는 데 4~8미터의 소방호스가 필요하다.
소방서에서 받은 폐호수를 세척하고 재단하고 다림질해 공장에 원단을 넘겨주는 게 하나의 가방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량생산으로만 주문제작하고 있다.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수익을 통해 어떻게 소방관을 돕고 의미 있는 소비를 창출하느냐’이다.
이 대표는 소방관 아버지 덕분에 그들의 직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지 누구보다 자주 들어왔다.
“소방장갑이 없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것이 오래돼서 낡은 게 문제예요.
2년마다 교체를 해줘야 되는데 10년 넘게 낡은 소방장갑을 쓰고 있는 소방관들이 계세요. 소방관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직접 소방장갑을 살 정도로 열악해요.
수도권은 그나마 낫지만 지방은 더 심각하다고 들었어요.”
이 대표는 파이어 마커스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소방패션브랜드’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제가 꿈꾸는 것은 소방관들이 사용할 만한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면 좋겠어요. 젊은 소방관들을 위한 패션제품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곧 소방관에서 패션쇼를 계획중이에요. 평범한 히어로인 소방관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