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사진이 주는 감동이 무엇인지 깊이 경험한 순간이 있었다. 사진작가 김영갑이 찍은 ‘오름’을 보고서였다.
‘시선 - 블루’와 ‘천국의 문’을 찍는 사진작가 이승헌 씨를 만나니 그 ‘오름’을 보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는 오병이어 교회 담임목사이면서 세상과 소통하려고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다. 그에게 사진이란 세상의 무수한 작은 예수를 만나는 작업이다.
그는 2003년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 간사로 일했다. 한국YMCA 전국연맹 인터넷신문 ‘와이타임즈’ 기자로 활동했고, ‘꽃들에게 희망을’의 편집장을 6년 동안 맡았다.
부목사로 사역하던 때 ‘하나님은 교회 안에만 있지 않다’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사역을 그만두었다.
선배는 그에게 자신의 카메라를 주면서 세상을 들여다보라고 권했다. 그것이 사진을 찍게 된 계기였다.
그렇게 시작한 사진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홈리스를 찾아다니며 찍었다. 홈리스뿐 아니라 이웃들의 다양한 삶을 찍어 ‘내일은 맑음’이라는 첫 작품집을 냈다.
그는 근사하고 멋있는 피사체보다 그렇지 않은 대상에 관심이 많다. 홈리스를 찍다가 초상권 침해 문제를 고민하다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주목하며 찍다보니 ‘시선 - 블루’와 ‘천국의 문’의 시리즈로 모아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이 파랑입니다. 파란색의 대표인 하늘과 바다 역시 좋아하는 대상입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을 보면 가만히 못 있습니다.
어딘가에 가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서요. 그렇게 찍다보니 ‘시선 - 블루’ 시리즈가 됐습니다.
‘천국의 문’ 시리즈는 아무리 아름답고 멋져도 찾지 않는 것을 고민하며 찍기 시작했습니다.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가야 하는데 가지 않는 게 우리 안의 천국은 아닐까 싶습니다.
제 시선으로 본 천국의 문을 찾아 찍다보니 이것도 시리즈가 됐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고 만나는 순간을 에세이로 담은 ‘위로’를 두 번째 작품집으로 발간했다. 사진작가 이승헌은 렌즈 너머로 만나는 사람들과 상황을 통해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난다.
“제가 영감을 얻는 방법은 ‘기도’입니다. 그분의 생각보다 내 생각이 많기 때문에 기도하면서 배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책을 읽거나 누군가의 글에서 어떤 사진을 찍을지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정해진 기도의 시간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교제의 시간이 중요해서요. 하루 중에 ‘3·6·9·12’의 규칙을 세워두고 그 시간에는 어느 곳에서나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진작가 이승헌의 사진은 그림과 사진의 중간을 보는 느낌이다. 오는 7,8월에는 살롱굿루쓰에서 ‘True Colors’라는 주제로 여섯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우리 마음의 진실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을 색 안에 담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라는 의도가 있다.
“작업이 다양하지만 그림과 사진의 중간에서 만나는 지점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림 같기도 하고 사진 같기도 한 사진을 담고 싶습니다.
몽환적인 느낌을 좋아하는데, 그 안에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는 데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그는 색채가 풍부한 샤갈의 작품을 좋아한다. 사진작가 중에서는 순간의 찰나를 포착하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좋아한다.
그가 찰나를 포착하는 순간은 보이는 것이 자신의 생각과 만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피사체가 예쁘다고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그것이 예쁘다면 그 안에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저만의 이유가 있어야 찍습니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제 관점이 덧입혀질 때 사진을 찍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 사진은 숨을 쉬는 것과 같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친구처럼,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che elle son tanto belle che elle starebbon bene alle porte del Paradiso.’
‘너무 아름다워 천국 입구에 그저 서 있고 싶다.’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이라 불리는 문을 완성하고 그 문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숭고하고 아름답고 누구나 원하는 것은 어쩌면 천국 문으로 들어가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 천국의 문은 어떤 것일지 작가는 궁금하기도 했고,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금으로 덧입힌 화려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움만이 다 일 것만 같지 않더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우리들을 찾아 오셨던 것처럼 아주 낮고 낮은 곳. 어쩌면 그곳에 천국으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