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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 갓피플 #35]‘돕는 자’로 오늘을 살다

이은경 변호사는 습관처럼 종이와 펜을 챙겼다. 그녀가 하는 변호사 일이라는 게 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문을 해주는 일이기 때문일 듯.

이 변호사는 타인의 이야기에 늘 주의를 기울여 들어주느라 메모하는 일이 습관이 된 것이다.

그녀의 첫 인상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기자는 멋있다고, 대단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그녀 앞에 내뱉다시피 했다.

그녀의 환한 미소 뒤에는 강인함이 숨어 있는 듯 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마인드는 하나님을 향한 시선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이 힘들고 어렵다면 저는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하겠어요.

오늘이라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데 그렇게 보내요? 그렇지 않나요? 유쾌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왜 두렵죠?”

온누리교회 권사로 올해 51세인 이 변호사는 명목은 크리스천이라면서 두려운 상황과 환경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콕 집어 ‘왜’라는 질문을 묻는 듯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데 무엇이 두렵냐고 되묻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상황과 환경이 힘들지라도 그분을 의지하므로 결단하는 게 크리스천의 삶이라면서.

이 변호사는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상황을 뛰어넘고 있었다. 요즘 그녀가 사랑하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지, 그녀를 향한 그분의 성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김경미 사진 도성윤

변호사란 돕는 자니까!

어렸을 때부터 법조계에서 일하기를 꿈꿨다. 남산의 숭의여자고등학교를 다녔던 이 변호사는 친구 따라 성경공부에 갔다가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한다. 사법고시가 하늘의 별따기 같던 1980년대, 더구나 당시까지 고려대학교에서 고시에 합격했던 여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녀는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고아와 과부를 돌보겠습니다”라는 첫 번째 서원기도를 했다. 그렇게 3년 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해 합격, 1991년 판사로 발령받았다.

11년 동안 판사라는 직업으로 평온한 삶을 보냈다. 판사라는 직업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나머지 인생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판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생겼다. 이혼이었다. 마음이 괴로워 평생 흘려야 할 눈물을 그때 다 흘렸던 듯하다.

가정의 울타리가 없어지자 붙잡을 수 있는 건 주님 한 분뿐이었다. 경제적인 문제도 절실했다. 두 번째 서원기도를 했다.

“십의 이조를 하겠습니다. 홀트 여사와 같이 고아들의 어머니가 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로펌 진입이나 동업은 고려하지 않고 2002년 ‘이은경법률사무소’를 설립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다. 하나님은 이삭에게 주신 우물처럼, 야곱에게 허락하신 양처럼 물질에 복을 주셨고 기도 응답도 허락하셨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중의 하나는 이라크 피랍사건의 주인공인 김선일 유족들의 자문을 맡은 것이다.

당시 세간의 갖가지 거짓 루머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은 ‘이라크를 용서한다’는 말로 정부와의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당시 국정이 크게 흔들릴 위기였으나 하나님의 자녀답게 그들은 세상의 영광보다 순교자의 면류관을 택했다.

사실 개업하면서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때 하나님은 그녀의 마음에 “달이 해처럼 빛날 것이요 해가 변하여 그 빛이 칠 배가 더 할 것”이라며 용기를 주셨다.

‘산지’를 이끄는 힘

현재의 회사 이름인 ‘산지’는 구약성경에서 갈렙이 구한 헤브론 땅을 뜻하는 단어다.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도전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을 가리킨다고 했다.

산지는 법무법인이면서 예배가 많은 편이다. 세대별로 성경공부 모임도 하고 있다.

젊은 변호사들을 위한 기도 모임도 빼놓지 않는다. 산지를 이끄는 대표로서 이 변호사는 교회를 모델로 삼아 산지를 경영한다.

회사를 통해 바른 공동체를 세우는 모델을 세우고 법을 지켜나가는 통로가 되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돈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직장 안에서 삶과 신앙이 일치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거룩한 것과 거룩하지 않는 것, 즉 성과 속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성속 일치의 방향성을 세우기까지에는 연단의 시간이 있었다.

개업할 때는 완벽히 세금을 내면서 하나님의 딸답게 일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을 부딪혀보니 그런 다짐은 빠른 시일 안에 무너졌다.

지인들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금을 내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 법을 지키는 게 바보다’ 같은 말을 전하면 용기가 꺾였다.

원리원칙대로 하면 망할 것 같은 두려움이 그녀를 엄습했다. 결국 그녀도 세무조사를 피할 수 없었다.

“2005년 미국 뉴욕주립대 로스쿨로 유학을 떠났어요. 회사를 운영하는 책임자로서 터닝 포인트였던 시기였어요.

변호사로서 첫발을 내딛고 다양한 환경에 부딪쳤는데, 윤리경영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1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새로운 정체성을 배우고, 리더십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깨달았거든요.

한국으로 돌아와 세무신고는 100퍼센트하고, 그릇된 법 관행과 결별하고, 수입의 20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녀는 세무조사를 겪으면서 고통과 어려움의 시간을 폭풍처럼 견뎌냈다. ‘곧 문 닫겠구나’ 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채무를 해결하고 지혜롭고 용기 있는 사람들을 붙여주셨다.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것은 사탄의 속임수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득했던 시간이었다.

그런 진통을 겪고 2007년부터 법무법인 ‘산지’로 이름을 전환해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사에서 변호사라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서 그녀는 하나님과 훨씬 가까워졌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이 주신 소명 앞에 선 그녀는 확실한 것을 붙들고 있었다.

예수님이 내 삶의 주인이 될 때, 진정한 자유를 맛보고 끊이지 않는 기쁨과 평안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선물 같은 하루

요즘 그녀는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공적인 영역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런 것에 관심을 쏟는 것은 변호사가 돕는 역할이라는 직업적 소명과 연관이 있다.

누가 뭐라 한들 변호사는 돕는 자로서 좋은 직업이다. 남을 위해 사는 게 남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상에서 갑이 강한 자가 아니라 돕는 사람이 강한 자라고 생각한다.

변호사 하면 아직도 부와 명예를 누릴 법한 지위와 직업적 자부심을 떠올리게 된다.

판사에서 변호사로, 변호사에서 법무법인의 대표가 된 그녀는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왔다. 한 자리에 정체하지 않고 변화하는 그녀만의 원동력은 무얼까?

바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님을 묵상하는 데에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24시간 주님과 동행하는 것과 그분을 향한 갈망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한다는 기도문을 읽어주었다.

“나를 향한 주님의 계획이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주님, 오늘 하루 무엇을 할까요?”
그녀의 고백이 귀한 이유는 ‘기도’로써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예수님의 이름과 그분의 사랑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도가 바뀌면 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아요.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에서 ‘하나님 오늘은 무엇을 할까요?’ 이렇게요.

24시간 동안 주님을 의식하고 갈망하는 게 중요하죠. 그분을 사랑하는 게 사실 전부죠. 그렇지 않아요?”

옛날에는 ‘나를 따르라’는 방식으로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왔다.

기도의 내용이 바뀌니 점점 주님을 따르는 게 훨씬 자유롭고 편해졌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끄신다고 생각하며 사니 상황과 상관없이 평안하고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삶에서 주님을 의식하며 갈망하는 일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은경 변호사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힌 ‘오늘은 신의 선물이다’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상처가 사랑이 되다

그분의 사랑을 받고 누리고 깨닫는 순간 상처는 사랑으로 아문다. 삶이 힘들 때마다 이 변호사는 ‘사랑’이신 주님을 붙잡는다.

변호사인 그녀는 법의 뿌리가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법의 뿌리를 사랑으로 보는 조건은 무엇일까 물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조건은 고린도전서 13장이죠. 예수님의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상처는 별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상처가 있기 때문에 누가 찌르면 화내는 거예요. 하지만 예수님의 보혈을, 24시간 주님을 바라보고 의식한다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어요.

예수의 이름에 권세가 있잖아요. 사실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죠.

저도 가정과 인간관계 안에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달라졌어요. 예수님의 보혈과 그 사랑으로요.

성경에서 나오는 것처럼 남편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데요. 진짜 이제는 가정과 관계 안에서 자유해요.

예전에는 저 사람이 나를 이용하는 게 아닐까, 내가 또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사랑의 반대말이 두려움이잖아요.

혹 삶의 걱정이나 고난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의 관점으로 보면 고난이 어쩌면 축복일 수 있고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게 더 중요해요.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르셨으니까, 우리는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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