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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 갓피플 #31]요리로 빚어낸 위로

허기진 배와 영혼을 채워주는 것만으로 요리는 큰 위로가 된다.

이런 요리를 마음과 눈으로 먼저 만드는 사람이 바로 푸드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

조리부터 세팅까지 음식의 각을 잡아주는 음식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본명 김유진)는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것을 즐겼지만 이 길을 가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첫 아이를 임신했는데, 그 기간을 아무렇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고 즐거운 일이 무엇일까 고민할 때 떠오른 게 ‘요리’였다.

한국에서 했던 출판기획과 웹기획 경험을 살려 ‘출출닷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미국에 살고 있다는 이점을 살려 외국 식재료를 소개하며 생활 요리를 만들어 사진을 올렸다.

그것이 계기가 돼 한국의 언론매체와 미국한인신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2003년 당시만 해도 요리를 소재로 웹사이트에 올리는 개인 사이트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에 귀국한 후에도 운명처럼 ‘요리’에 관련한 일을 계속 하게 되면서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요리연구가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방송, 잡지, 광고의 요리 스타일링과 화보 촬영, 강의와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파티 스타일링과 케이터링은 동양의 정결함과 담백함이 담긴 스타일이다.

그런가 하면 교회 소그룹을 위해 ‘갓피아’(사랑의교회)에서 소그룹과 함께 하는 식사 이야기를 연재 중이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므로 손쉽게 따라할 수 있으니 모임에서 직접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녀는 사람들의 추억을 음식의 맛에 버무려 이야기와 함께 기억한다. 그녀에게 맛있는 위로가 되는 음식은 엄마와 할머니의 밥상이다.

그녀의 음식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통로가 되어주는 것이다. 요리와 추억을 버무린 메이의 따뜻한 위로를 만나보자.
글 김경미 사진 도성윤

내 삶의 인도하심

내가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10년 전부터 나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유망한 직종이 될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할 뿐 내가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길이 잘 열리지 않았다. 늘 내가 잘할 수 있고, 남들에게 더 좋은 평을 일들만 찾아서 해왔던 것 같다.

비겁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요리를 하며 삶의 변화가 찾아왔다.

하고 싶은데 전공이 아니라 망설이는가? 남과 다른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 전문가가 되는 시대라는 조언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들에게 ‘내가 잘하는 것도, 잘하려는 마음도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라는 것이다.
요즘 나는 요리하면서 그분의 인도하심을 가까이에서 느낀다. 그 전에는 요리가 나와 하나님 사이에서 풀어갈 개인적 관계였다.

이 길이 하나님이 원하는 길인지, 이 일을 해도 되는지 끊임없는 묻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요리에서 좋은 영향과 위로를 받는다고 피드백을 받는다.

요리가 나와 타인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연희동 메이스테이블 공간을 통해 도구가 되고 쓰임 받기를, 내가 크리스천인 것이 세상에서 증명되길 원한다.

요리로 만난 인연

나는 오래전부터 꿈이있는자유 한웅재 목사님의 팬이었다. 한웅재 목사님의 지인이 작업실을 오픈하면서 소규모 콘서트를 기획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에게 음식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요리 때문에 팬에서 사역을 돕는 좋은 동역자의 관계를 맺게 됐다.
그 콘서트를 음식으로 섬긴 후에 갓피아 웹사이트에서 음식과 관련된 칼럼 연재 제안이 들어왔다. 크리스천이 소그룹을 할 때 할 만한 요리들을 제안하고 소개하는 코너다.

일단 구하기 어려운 재료가 없고, 만드는 법도 간단해서 소그룹이나 교회 모임 때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내 요리는 식재료가 양념에 가려지지 않고 본연의 맛을 내는데 중점을 둔다.

지난 8월에 열린 ‘마커스 PYM 문화캠프’에서는 캠프의 마지막을 요리로 장식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김준영 대표와의 만남도 한 지인을 통해 연결됐다.

처음에는 캠프의 마지막을 요리로 마무리하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리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모든 문화가 집중되는 하이라이트가 요리라는 김준영 대표의 생각은 확고했다.

가장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오니기리를 선보였다. 요리가 캠프에서 생뚱맞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젊은이들이 환호했다.

나는 요리가 ‘마음을 여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오니기리는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 쌀을 손으로 뭉치기만 하면 된다.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긴 오니기리가 누군가에게 추억과 함께 전해져 따뜻한 위로가 되길 원한다.

나에게 요리는 따뜻한 단어

내 인생에서 요리는 스트레스가 없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다른 일로 머리가 아프면 요리에 관련된 것들로 풀었다.

각각의 식재료들이 하나의 요리로 탄생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
결혼을 한 이후에 요리의 즐거움을 더 직접적으로 알아갔다.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생활하면서 첫 아이 지원이를 임신했다. 아이를 임신한 10개월 동안 인생의 빈 공백기가 생겼다.
“임신한 기간을 그냥 보낼 게 아니라 가장 즐거운 일을 하되 놀지 않으려고 생각했어요. 가장 좋아하고 즐거운 일이 무엇일까 할 때 ‘요리’가 먼저 떠올랐어요.
저는 요리가 재미있어요. 요리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함이 있어요. 처음 만난 사람들도 요리 한다고 하면 무척 친절하게 대해줘요.

요리는 생계수단을 넘어 사람의 마음이 전해지는 통로라고 생각해요. 내 마음을 전하기에 굉장히 좋은 수단이구나. 싶어요.”

푸드스타일리스트를 꿈꾼다면

푸드스타일리스트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받는 편이다. 나는 “정해진 길은 없어요”라고 답변한다.

틈새는 어딘가에 있다. 그 틈을 찾아 나만의 것들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정해진 답은 없다. 누군가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것이 필요하다.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더욱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늘 머릿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안테나가 켜져 있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때, 요리의 영감을 얻기 위해 요리책은 보지 않는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모든 것에 전반적으로 열려 있는 관심으로부터 남과 다른 나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가 추천하는 내 인생의 책
전광의 《느긋하게 걸어라》 | 복있는 사람
└ 수녀이자 저자가 목사인 친구와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느낀 단상들을 적은 책이에요. 무겁지 않으면서, 일상에서 툭툭 올라오는 단상들을 깔끔하게 잘 정리했어요. 담담하고 일상적인, 그래서 더 위로가 되는 책이었어요.
언젠가 나도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작은 실제적인 소망을 가지게 되었구요, 그 소망을 위해 지금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현재의 길들을 좀 더 충실히 걸어봐야겠구나 하는 마음도 가지게 해준 책이에요.
소그룹에서 함께 나누면 좋은 음식 난반즈께

재료: 닭고기 정육 400g(정종 1큰술, 미림 1큰술, 후추, 소금 소량) 녹말가루 1/2컵, 찹쌀가루 1/2컵, 양파 1/2개, 파프리카 1/2개, 양상추, 무순 조금, 식초 120ml, 간장 100ml, 설탕 4큰술, 장식용 레몬

만드는 법
1. 식초, 설탕, 간장을 잘 섞어 마리네이드액을 만들어준다.
2. 닭고기는 손질한 다음 정종, 미림, 후추, 소금을 뿌려둔다.
3. 녹말과 찹쌀가루를 섞은 가루를 잘 묻혀서 180도 기름에서 바삭하게 튀겨준다.
4. 양상추는 먹기 좋게 뜯어놓고, 양파, 파프리카는 채썰어둔다.
5. 접시에 튀긴 닭과 채소를 얹고 마리네이드액을 부은 다음 20분간 절였다 먹는다.

메이스테이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