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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해피엔딩'의 정아니, 배우 이채은

처음 배우 이채은을 알게 된 것은 KBS 드라마 에서 1박 2일의 까칠한 서브 작가 손지연 역으로 나왔을 때였다.

실제 방송작가인가 착각할 정도로 배역을 소화하는 그녀의 모습에 호기심으로 이름을 검색했을 때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데 동의가 되었고, 2005년 영화 에서 석신의 처제 역할로 데뷔한 후 출연한 작품만 42건(네이버 참조)이라니 그 방대한 양에 놀랐다.

영화 , 와 다수의 단편영화 작품으로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은 배우 이채은의 연기는 ‘29초 영화제’(2013) 일반부 우수상을 수상한 박카스 광고에서도 실감나는 눈물 연기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녀는 우는 연기뿐 아니라 평범한 30대 미혼녀 오구실 역할로 72초 웹드라마 에서 주인공을 맡아 감칠맛나게 현실적인 연기를 보이며 네티즌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배우 이채은은 웹드라마 오구실 때문에 MBC 에서 정경호를 짝사랑하는 후배 정아니 역할을 맡게 됐다고 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환경과 재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고백하는 이채은. 그녀가 만난 하나님에 대해 솔직하고 진솔하게 서로 편지를 주고받듯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리 김지언 | 사진제공 김윤식 | 헤어 순이 | 메이크업 강미

<한번 더 해피엔딩>에는 어떤 기도의 스토리가 숨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번 더 해피엔딩>은  <프로듀사>이후로 두 번째 드라마예요. 그동안 영화작업만 해와서 드라마 시스템 안에서는 초보 티를 팍팍 내면서 촬영하고 있어요(웃음).

작년 하반기에 선보인 웹드라마 이라는 작품을 보신 감독님이 ‘우리 드라마의 정아니 역과 잘 어울리겠다’라고 생각하셔서 오디션 없이 바로 캐스팅이 되었어요.

당시에 올해 초반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고 묻길래 저는 미팅이나 오디션 보러 오라고 이야기하시는 줄 알았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 스케줄만 가능하면 드라마에 캐스팅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어요.

10년 가까이 활동해왔지만 공중파 드라마에 비중 있는 역할을 미팅도 없이 캐스팅 된 경우가 처음이라서 너무 놀랐고 감사했죠. 웹드라마 과 은 제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행보였어요.

제가 소망하던 바가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걸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 같아요.

저희 할머니께 TV에 나오는 모습을 좀 보여드렸으면 했거든요. 항상 “텔레비전에 언제 나오니”라고 물어보셔서요(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감정들을 새롭게 느끼며 드라마에 적응하는 중이에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어떤 역할인가요?
연예계의 흥미 있는 사건들을 취재하는 특종 보도국 ‘매스펀치’에서 일하는 기자로, 정경호 씨가 맡은 남자주인공 송수혁의 대학 후배 정아니 역을 맡았어요.

정아니는 자존심도 없이 사랑만 바라보고 몇 번이나 상처 받아도 마음을 끊어내지 못하는 사랑꾼이에요. 수혁 선배를 12년 동안 짝사랑하며 주변을 맴돌죠.

이번 역할을 연기하면서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몇 번이고 고백하고 들이대는 아니가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어요.

저 같으면 속으로만 끙끙 앓고 내색도 못할 것 같은데, 아니는 정말 마지막에 남은 자신의 감정까지 소진하면서 상대방에게 다가가요. 마음이 아파도 끝을 보기 전까지 내려놓지 않는 타입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뭘 저렇게까지 하나, 포기 좀 하지’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한테는 그런 모습이 정말 멋있게 느껴졌어요.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아니를 통해 경험해보고 있죠.

저에게는 고마운 역할이에요.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마음을 같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셨죠.
1,2년 동안은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줄 때 가장 크게 위로를 받거든요.

관객들이 제가 하는 연기를 보고 ‘아, 저 배우가 하는 말이 정말 내 마음에 와 닿네’ 혹은 ‘저 배역이 연기하는 저 마음이 뭔지 나도 아는데…’ 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나 혼자만 있는 건 아니구나’ 하면서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유달리 외로움을 많이 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혼자라는 건 너무 쓸쓸하잖아요.

출연한 작품에 맞게 연기를 잘하시는 것 같아요. 연기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세요?
요즘 들어 배역에 다가가는 게 이전보다 더 어렵고 많이 위축되어 있었는데 제 연기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칭찬 너무 감사해요.

저는 연기할 때 그냥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연기할 때도 최선을 다해서 그 배역의 감정을 제 안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표현의 한계를 느끼면 그냥 제가 느껴지는 만큼만 해요.

마음으로 못 느꼈는데 겉으로만 표현하면 관객들에게 금세 들통이 나는 것 같고, 제 연기가 결국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저에게 ‘솔직함’은 ‘공감’만큼이나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아요.

한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이 배우들에게는 정말 힘들다던데….
작품을 끝내면 허무함이 몰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작품과 작품 사이의 공백기간은 아마도 저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에게도 괴로운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최근에 생긴 습관은 작품을 하면서 여행을 계획해요. 그러면 작품이 끝났을 때 다가올 공백기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이것만 마치면 나 어디어디로 여행가야지~’ 하면서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허망함도 조금 덜한 것 같고, 새로운 작품을 기다릴 만한 에너지도 충전이 되는 것 같아요.

공백기가 계속 길어지는 경우에는 그냥 막연히 기다려요. 백수생활을 즐기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너무 괴롭거든요. 그래도 쉴 땐 푹 쉬고, 일할 땐 빡세게 일하는 제 일이 좋아요.

배우라는 직업으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예요?
어릴 때부터 배우 외에는 다른 일을 꿈꿔본 적이 없었어요. ‘하나님, 전 이것밖에 하고 싶은게 없는데 어떡해요. 다 아시잖아요. 저 좀 책임져주세요. 제 매니저가 되어주세요, 주님!’ 하면서 하나님께 떼를 많이 쓴 것 같아요(웃음).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제가 배우생활 하는 것을 가족들이 전보다 자랑스러워 할 때예요. 요즘은 아빠가 매주 을 녹화까지 해가면서 연기 모니터를 해주세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제가 하는 연기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니까 기분도 좋고, 더 잘하고 싶어져요.

반대로 가장 고민하는 점이 있다면.
가장 고민될 때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스스로 전혀 즐기고 있지 못할 때예요. 예전에는 정말 좋아서 했는데 요즘은 마냥 즐겁기만 하진 않아요.

이전보다 부담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에 이전보다 더 많이 이입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 배역이 관객들로부터 오해받는 순간이나 극중에서 상처받는 일들이 있으면 저도 같이 마음이 아파요. ‘이 인물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연기로 잘못 표현을 했나’ 하고 걱정이 될 때도 있고요.

크리스천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예수님을 사랑하게 된 이후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이 한동안 깊었던 때가 있었어요.

세상 어느 곳에서든 작은 예수님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섬기며 살아야 하는 게 크리스천의 몫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배우라는 직업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섬기는 거지’ 하고 그 답을 찾으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론은 무엇이었어요?
어느 순간까지는 분명 제가 저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연기해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어떤 단편 영화에서 무고한 여대생이 고문을 받는 장면을 찍을 기회가 있었어요.

의자에 묶인 채로 넘어져 맞는 장면이었는데, 때리는 역할의 배우가 몽둥이를 잘못 휘둘러서 제가 실제로 맞는 상황이 되었어요. 그 장면이 끝나고 너무 아파서 울다가 ‘아 이거구나!’라고 했던 순간이 있어요.

‘다른 사람은 글로만 보고 상상하는 감정을 나는 직접 경험할 수 있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게끔 내가 보여주는 직업이구나!’라고요.

그 생각을 하고나서 연기하는 마음의 방향이 바뀌었어요. 전에는 ‘이렇게 연기하는 저를 바라봐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면, 이제는 ‘저를 바라봐주시는 분들에게 제 연기를 보여드릴게요’ 하는 마음으로 해요. 아주 미묘하지만 저한테는 정말 큰 발견이었어요.

꾸준히 성경공부모임을 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세요?
예수님을 믿으면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삶에 대한 해석을 해왔던 것 같아요.

전 호기심이 많아서 신앙생활하면서 이리저리 흔들릴 때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혼란스러웠던 부분들이 성경을 통해 교리를 공부하면서 많이 정리가 되었어요.

하나님이 주신 것 중에 가장 귀한 게 성경이라고 믿어요. 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보다, 어떤 신앙심 깊은 사람보다, 어떤 박식한 지식을 가진 분이나 권위 있는 목사님보다, 어떤 교회보다도 가장 최우선 순위에 성경말씀을 두게 되면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더 굳건해졌어요.

또 말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느껴지네요.
제가 원래 자유분방한 편이라서 신앙에 있어서도 하나님을 전심으로 생각하거나 아예 반대편으로 가버려서 스스로 자책하는 일이 많아요.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서는 그런 제 모습을 더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런 나도 하나님의 자녀구나’라는 생각이 조금씩 제 신앙의 균형을 잡게 해주었어요.

아직 성화의 과정이 멀게 느껴지고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믿음으로 저를 구원하심에 정말 감사드려요.

붙잡아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확실히 모르겠지만 사실 전 항상 안정감 없이 흔들리는 상태인 것 같아요. 하나님과 친밀한 순간에는 너무 마음이 기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적인 생각으로 가득할 때가 많이 느껴져요.

그럴 때 전 그냥 스스로 좀 내버려두는 편이에요. 제가 멀어진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실재하신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것을 아니까요. 그냥 좀 방황해도 어떡해요. 또 한 번 철판 깔고, 하나님께로 방향을 돌려서 가야죠. 그럼 또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 가장 좋아하거나 깊이 묵상했던 것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저는 ‘사랑’에 대해 알고 싶어서 고린도전서 13장 4절부터 7절을 자주 묵상해요.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 13:4-7).

그리고 최근에 피터 블룸필드의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인도》(성서유니온선교회 간)라는 책을 읽었는데, 너무 유익했어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는 것도 알고, 예수님을 믿은 후에 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머리로는 알지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하나님 안에서 실수하는 게 두려워서 뭔가를 결정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타입이었는데, 성경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제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정말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크리스천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과 그 책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