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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문정 - 응답하라 1988의 빨간머리 언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배우 이문정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2년 영화 <회사원>으로 데뷔하고 노덕 감독의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미스 최 역할을 연기한 그녀가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하게 된 계기는 JTBC <궁중잔혹사>에서 장씨 부인 역할이었다.

이후 <상류사회>에서 성준의 전 여자친구 민정으로, <미세스캅>에서 민도영(이다희) 형사의 후배 여경 송현주로 출연해 눈도장을 찍었다.

그녀는 <응답하라 1988>, <미세스캅>, <상류사회> 등 출연했던 드라마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으며, 신앙의 여정 가운데 기적처럼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았다. “믿는 친구들이랑 싸우던 사람이었는데… 하나님은 약한 사람을 들어 쓰시는 것 같아요.”

믿기 전에는 크리스천 친구들과 반항심으로 싸웠던 적도 있다. 그러다 아는 언니의 인도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김여호수아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창조과학세미나를 듣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경험한 그녀에게 점점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작은 교회로 옮겨 말씀을 더 가까이하고 있다.

하나님 앞에 선 이문정은 맑은 거울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 앞에서 솔직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 때문이다.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 두려운 생각이 올라올 때 그녀는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질문하고 답을 얻으며 한발씩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하나님과의 관계여서 감사하다는 고백이 끝없이 이어졌다. 솔직함과 진실함이 묻어 있는 배우 이문정이 만난 하나님을 소개한다.

글 김지언 사진 도성윤 스타일리스트 조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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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에서 빨간머리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반응이 그 정도일 줄 몰랐어요. 방송으로 나오기 전에 촬영은 이미 끝난 상태였거든요.

신원호 피디님을 만나 오디션을 봤을 때는 1988년을 보여주려고 의상도 찾아서 입고 갔는데, 그런 준비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사실 살짝 고민이 되는 캐릭터이긴 했어요. 빨간머리 하려면 두 번의 탈색과 염색이 필요해서요.

물이 빠지면 안 되니까 며칠동안 머리를 감지 못하기도 했고요. ‘살면서 언제 빨간머리를 해보겠어’ 하고 도전했죠.

촬영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어요?
경찰서 바깥에서 비를 맞고 들어오는 장면이 있어요. 비를 맞으면 빨간 물이 뚝뚝 떨어지거든요. 하필 그때 의상이 베이지색이었어요. 촬영하면서 옷에 빨간 물이 들지않을까 조심하면서 촬영했죠.

또 이일화 선배님과 대사할 때 참 좋았던 경험이 있었어요. ‘작년에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저희 둘이 살아요’라는 대사에서 눈에 눈물이 고이시는 거예요.

그걸 보니까 저도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거예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감정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셨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앞두고 아버지가 쓰러지셨고,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어요. 제가 대학교 들어갈 때까지 병원생활을 하셨죠.

그래서 저에게 스무 살은 다른 친구들과 좀 달랐어요. 친구들과 친해질 시기에 병간호하면서 지냈거든요.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마음먹은 게 ‘나는 후회하지 말아야지’였어요. 6개월 동안 제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려고 아버지랑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그래서 그 시간이 소중했고 지금 배우생활하는 데 밑거름이 됐죠. 저희 어머니께서는 인터뷰에서 아버지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시지만요(웃음).

아버지가 마지막에 돌아가실 때 예수님을 영접하고 우셨어요. 그땐 제가 믿지 않을 때라서 ‘얼마나 힘드시면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을 믿으실까’ 했는데, 믿음이 생기고 나서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이었구나 싶어요.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요?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대학 시절에 응원단장을 하셨을 정도로 춤도 잘 추시고 노래도 잘하셨어요. 아버지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응원해주신 분이에요.

할아버지는 사진도 찍고, 사물놀이단도 하셨는데, 제가 그 끼를 물려받은 게 아닌가 싶네요(웃음).

어렸을 때 배우가 꿈이었어요?
네 살 때부터 드라마만 봤다고 부모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다섯 살부터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러시아에서 살았거든요. 외로움을 잊게 해준 게 드라마였어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신문의 TV편성표를 제일 먼저 봤대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모든 드라마를 섭렵하는 게 즐거움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애니메이션 채널을 볼 나이에 저는 드라마란 드라마는 다 봤거든요.

고등학교 시절에 우연히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배우를 꿈꿨어요. 연극부에서 뽑는 기준이 목소리 큰 사람이었는데 소리를 크게 질러서 합격한 거죠.

목소리톤이 낮은 게 콤플렉스였는데 연극부하면서 자신감을 찾았어요. 배우가 되고 싶어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요.

예수님은 어떻게 만났어요?
주변에 교회 한번 나가보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교회 다니는 사람을 엄청 싫어했어요. 믿지 않을 때는 크리스천들이랑 싸울 정도로 반항심이 가득했거든요.

친구가 ‘너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에 가. 천국 못 가’ 하면 ‘나는 천국 가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 난 지옥에 갈 거야’라고 대답했어요. 믿는 사람들에 대한 상처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믿고 보니까 제가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더라고요. 교회로 인도하는 데까진 사람의 몫이지만, 믿음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더라고요. 하나님을 만나니까 사람 때문에 믿는 건 위험한 것 같아요.

저도 친한 언니 따라서 나가게 됐지만, 그 이전에 믿음의 씨앗이 뿌려져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예수님을 믿고 돌아가신 것, 초등학교 때 친구 따라 교회 갔었지만 헌금함 앞에서 놀라 도망간 적도 있어요.

친구가 이번 주 한번만 교회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서서 인사시키고 그 뒤로…. 그런 경험과 과정에서 상처도 있었지만 저도 모르게 믿음의 씨앗이 뿌려졌던 것 같아요.

교회에서 창조과학세미나를 듣고 하나님의 존재를 확신하게 됐다고요.
노아의 방주 이야기였어요. 우리가 역사를 나누는 기준이 BC와 AD잖아요. 2016년을 살아가는데 계속 그 기준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웠어요.

믿기 전에 차분하게 마음을 수련하려고 절에 간 적이 있어요. 화를 가라앉히려고 108배도 해봤고요. 교회에 나가긴 했지만 하나의 ‘종교’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른 종교도 마음을 다스리고 가라앉힐 순 있었지만, 완전한 존재가 없으니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흔들렸어요.

그러다 완전한 존재이신 하나님을 만난 후로는 삶이 달라졌어요.

종교가 아니라 진리이자 완전한 존재 그 자체이신 분을 만났으니까요. 하나님이 짱이시죠! 아직 가족들이 믿지 않는데, 열심히 하나님 믿을 수 있게 해야죠.

주변에 전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아직 믿지 않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거든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헤어지면 진짜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믿음은 네가 어떻게 해야 가지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공짜고 믿기만 하면 가질 수 있다고 전해요. 반항심이 있어봤으니까 믿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되거든요.

예수님을 믿고 스스로 달라진 게 무엇인가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랑 하나님을 믿고 나서 삶이 굉장히 바뀌었어요. 주변 지인들이 우리 문정이가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들 때는 기댈 곳이 없었는데, 하나님을 믿고 나서 든든한 빽이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까 평안해요.

제 안에 든든한 기둥처럼 하나님이 계시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전에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자책도 심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어요. 넘어지면 너무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발버둥만 쳤어요.

요즘에는 ‘또 실수했네. 나는 어쩔 수 없이 실수하는 인간이니까, 넘어져도 괜찮아. 다음에 무언가 있을 거야’ 하고 넘겨요.

하나님의 은혜가 저를 일으키고 기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행복해지고 평안해졌어요.

어렸을 때 전학을 많이 다녀서 외로움과 이별에 대해 아픔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일기장에는 ‘어차피 죽어서도 헤어지는 거 슬퍼하지 말자’는 내용이 가득할 정도였어요.

전학 가면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밝아 보이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이별에 대한 슬픔도 많이 없어졌어요.

배우 생활하면서 불평불만이 많았어요. 지금도 없는 편은 아닌데, 하나님을 믿고 감사한 게 많이 생겼어요. 일은 주시면 감사하고, 없으면 늦잠도 자고 쉴 수 있어 감사해요.

하나님 안에서 저를 알게 되니까 솔직해질 수 있어 좋아요!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솔직할까’라는 생각을 해요?
‘왜 그곳에 가기 싫지? 두려운 마음은 왜 들지’ 이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진짜 감정을 찾아요.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솔직한 감정을 찾고 하나님 앞에서 진실해야 인도하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제 감정이나 깊숙이 들어 있는 것에 대해 바라보지 않았어요. 제가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거든요.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솔직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거짓말해도 다 들킬 건데요.

각자 하나님의 부르심의 이유가 다르잖아요. 배우라는 길을 걷게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이 질문이 고민스러워서 담임목사님께 여쭤봤어요. 목사님은 하나님이 저에게 재능을 주셨는데, 다른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선택한 건 본인이라고 하셨어요.

하나님은 길을 열어주셨을 뿐 꼭 그길로 가라고 하신 건 아니라는 거죠.

하나님이 저에게 자유의지를 주셔서 배우를 선택한 것 같아요. 재능은 하나님이 주셨죠. 연기를 잘하고 재미를 느끼게 해주셨지만 선택은 제 몫인 거죠. 기회를 주셨을 때 잘해내는 건 제 역할이고요.

연기와 믿음은 비슷한 것 같아요. 연기도 보이지 않잖아요.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서 보여주는 거니까요. 믿음도 보이지 않지만 믿으면 보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믿음이 생기고 연기할 때 전보다 표현하기 쉬워진 것 같아요.

요즘 기도하는 게 있어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궁금해서 기도하고 있어요. 그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고 싶어요. 미국에 있는 친구가 영어성경을 읽어보라고 선물해줬는데, 말씀도 많이 읽고 싶어요.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말씀은 보이는 주님의 선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