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눈을 많이 뿌리며 천둥과 번개도 가끔씩 섞어주시던 지난 12월 12일의 오후, 컴패션밴드 2집 앨범을 언론에 소개하는 ‘쇼케이스’ 자리에 나온 예지원은 하얗게 웃었다.
2009년 11월에 발표한 1집(사랑하기 때문에)에 이어 4년 만에 나온 컴패션밴드 2집(그의 열매)에는 가수 김범수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도 동참해 화제가 됐는데, 오랫동안 컴패션밴드 활동을 해온 예지원은 그로부터 두어 시간쯤 뒤, 쇼케이스 때 입었던 컴패션밴드의 단체 셔츠 차림 그대로 갓피플을 만났다. 배우 예지원보다 컴패션밴드의 새 앨범과 컴패션 자체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나눔과 봉사란 자신의 일부를 덜어주는 일이기보다, 어쩌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가려지고, 오히려 드러내고 섬기려는 그 대상만이 온전히 돋보이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예지원이 새삼 깨닫게 해준 셈이다. 그 모습은 내가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거룩한 진리를 많이 닮아 있었다.
컴패션밴드는 2006년 4월 배우 차인표 씨를 비롯한 여섯 명이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사)한국컴패션(대표 서정인 목사)의 사역을 알리려고 시작, 지금은 80여 명의 사람들이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자원봉사 그룹이 됐다.
박시은, 황보, 주영훈, 리키김, 송은이, 김태형, 윤시윤, 엄지원, 유선, 심태윤 등 유명 연예인과, 노래와 춤과 악기 연주 등 공연예술 전반에 재능을 가진 일반인들이 단원으로 동참하고 있다.
예지원은 물론이고 단원 모두는 기본적으로 컴패션 후원자이다.
그동안 360여 회 공연을 진행한 컴패션밴드는 지역 교회가 컴패션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는 ‘컴패션 데이’와 후원자의 밤 등 컴패션의 각종 행사를 섬기고 전 세계 후원 어린이를 찾아가는 선교여행에 동참하기도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이 찬양’하기가 그들의 모토.
예지원은 ‘오랜 숙제 같았다’는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이 모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일이 참 기쁘고 고맙고, 1집에 이은 2집 앨범이 더 널리 나눠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때마침 한국컴패션의 대표 서정인 목사가 컴패션과 후원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쓴 책 《“고맙다”》도 출간되기도 해서, 예수님의 눈물 곧 긍휼(compassion)의 마음이 온 세상에 불길처럼 번져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눈 갓피플과의 인터뷰가 더 뜻깊게 됐다.
수십 편의 영화와 연극과 TV드라마에서 활동해온 예지원을 새롭게 보고 싶다면 올 1월까지 방송될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미크로네시아 편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그전에 그녀의 믿음과 나눔 이야기부터 들어보기로 하자.
글 이한민 사진 도성윤
컴패션밴드에 참여한 계기는?
들어가서 얼마 있다가 아이티 비전트립에 같이 가게 됐어요. 사실은 그때 방송 촬영 때문에 갈 수가 없었는데 방송국 쪽에 이야기했더니 다행히 기다려주셨어요.
미국 LA 공연 거쳐 아이티 갔다 돌아오는 길에 워싱턴에서도 공연하는 일정이었는데 저는 워싱턴에는 못가고 먼저 돌아왔지요. 한국에서 촬영해야 해서.
아이티에서 느끼신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그때 아이티에 문제가 많았을 땐데, 저 혼자라면 안 갔을 것 같아요.
컴패션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하시니까 용기를 내 갈 수 있었죠. 또 컴패션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양육하는 기관이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가서 몇 군데 가정 방문을 했는데 자연재해 때문에 집이 날아가 버렸어요. 그 집에 살던 엄마만 만날 수 있었어요. 집이 쓸려 내려가던 순간에 아들과 함께 있었다는데 그 아들이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주신다”고 기도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너무 편안한 마음과 굳은 믿음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만 그 아들이 폭우에 쓸려가 죽고 만 거예요.
집도 잃고 아들도 잃고, 그래서 죽고 싶지만 아들이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리고 하나님 옆에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막 우시던 모습이 기억이 나요.
그때 저희는 옆에서 손을 붙잡아주고 기도해주고 왔는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제가 한국에 돌아와서 해야 할 게 뭔지 알겠고 또 할 일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봉사를 통해 얻는 보람이나 유익이 있다면?
처음에는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봉사에 동참했는데요,
(아이티 같은 곳에) 가서 보니까 이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는데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더라고요. 컴패션에서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도 커요.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들도 많고 나 또한 중보기도를 할 수 있고, 우리는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니고 함께 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걸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그리고 제가 알려진 연기자가 되게 하신 것이 이런 것을 많이 알리라는 어떤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그래서 나중에 봉사하러 아프리카도 가게 됐는데, 아이티 말고도 필리핀, 에티오피아, 우간다, 네팔 등 다섯 군데를 다녀왔어요.
컴패션과 함께 한 아이티 경험이 아니었으면 용기를 내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컴패션을 알기 전과 지금, 본인의 삶과 신앙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눔, 중보기도, 그리고 봉사를 하게 됐다는 건데요. 봉사라는 건 우리 모두가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고요. 특히 저 같은 사람이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어요.
내가 해야 할 몫이 있다는 거예요. 알려진 만큼 제가 컴패션을 열심히 알려야 되겠지요. 이게 저의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공연하는 걸 상당히 좋아해요.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같은 것도 좋아하는데 컴패션밴드에서 그렇게 재능기부를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컴패션밴드 앨범 2집 발표를 하셨는데,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번 앨범에는 가수 김범수 씨가 부른 ‘연을 날리자’라는 노래가 들어갔는데, 밴드의 리더인 심태윤 씨가 쓴 곡이에요.
심태윤 씨 일행이 필리핀 세부 쓰레기마을에 살고 있는 컴패션 후원 어린이 ‘알조’를 찾아갔을 때 알조가 쓰레기로 된 산 위에 올라가 쓰레기 비닐로 만든 연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노래를 만든 겁니다.
11살 소년 알조가 한 달 동안 쓰레기를 뒤져 얻은 재활용품을 팔아야 고작 15,000원쯤 받는데, 그걸로 혼자 아홉 명 자녀를 기르는 엄마를 돕고 있답니다. 그걸 찍은 영상 DVD가 앨범에 들어 있으니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영상을 보고 감동 받은 김범수 씨가 그 노래를 부르겠다고 자원했거든요.
또 역도선수 장미란과 야구선수 박찬호, 차인표, 신애라, 션, 김범수, 송은이 같은 유명 후원자들 수십 명이 알조와 같이 가난과 힘겹게 싸우고 처음에는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봉사에 동참했는데요,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는데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더라고요.
‘MAMA SONG’은 가수 제아(브라운아이드걸스)가 필리핀에 살고 있는 자신의 후원어린이 안드레이를 직접 만나고 엄마의 마음을 담아 작곡해 직접 부른 건데요,
쇼케이스 공연 때 감정이 복받쳐 우는 바람에 제대로 부르지 못해 아쉬워하긴 했지만 보는 이들에게 준 감동은 너무 컸지요. 하나님이 주신 부모의 마음 때문이었을 거예요.
합창곡인 ‘Just a minute’는 황보, 나오미, 윤시윤, 김수연, 정재윤, 박찬 등이 녹음에 참여했는데요, 단 1분이면 어린이를 후원하겠다는 결연서를 쓸 수 있고요.
그 1분이면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고 그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아이들의 손을 잡아준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이 앨범 판매 수익금은 전액 아이들에게 기부되는데요,
사실 제작 과정에서부터 단원들이 2013년 5월 진행된 바자회(‘Love and Charity’, 하퍼스 바자 코리아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 함께 했다)에 소장품을 기증하기도 하고 바자회에 참여하기도 해서 제작비를 마련한 것이라 수익금뿐 아니라 재능기부와 각자의 물질까지 모든 걸 드린 것이기도 해요.
그러니 이 앨범을 구해 들으시는 것 자체가 저희와 함께 어린이를 후원하는 일이 되기도 한답니다.
신앙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모태신앙이고요, 어머니도 교회 다니시고 외할머니가 권사님이셨어요.
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 옛날에는 교회 다니는 게 조금 조심스러우셨던 것 같고, 또 저희 친가는 불교 믿는 분이 많으세요. 게다가 할머니는 옛날 분이시잖아요.
그러다보니 외할머니께서 제게 더 주입식으로 기독교 신앙을 넣어주신 것 같아요. 성경 읽어주시고 성경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시고. 엄마가 같이 모시고 살았으니까요.
근본적인 신앙을 가지신 분이라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무서운 이야기 많이 하셨고요.
그런데 저는 어려서 교회도 다니고 절도 다니고, 그래야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 신앙이 흔들린 건 아닌데, 외할머니는 (손녀가 절에 다녀온 날은) 무서운 이야기를 하곤 하셨지요.
그 할머니 따라서 성가대도 했는데,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제가 일이 바빠지면서 교회에서 점점 멀어져갔어요.
그러다 연예계에서 일을 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한 분 알게 됐는데 그 분이 믿음이 너무 좋으세요.
제게 믿음을 권면하시고 주일에 지방으로 촬영 가게 되면 그 동네 어느 교회 나가라고 연락처도 꼼꼼이 챙겨주고요.
자기는 주일이면 일을 안 하고 봉사활동을 다녀요. 감명을 많이 받았지요. 그러다 컴패션 봉사를 가는 친구들 덕분에 컴패션을 알게 된 거예요.
제게 우울, 불안함, 의욕 감퇴가 조금 있었는데, 나누고 중보기도하고 봉사하다 보니까 제가 치유를 받게 됐고, 옛날 같으면 꿈도 못 꿀 오지 봉사까지 다니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누리고 살았는데, 감사할 줄 모르고 욕심만 냈는지를, 많이 반성했습니다.
요즘 참여하는 신앙 공동체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컴패션밴드도 공동체이고요, ‘하나님을 사랑하는 미녀들의 모임’을 줄여 말하는 ‘하미모’라고 한혜진, 엄지원, 유선, 박탐희 같은 방송연예계 여성들의 기도와 봉사모임도 원래 있었고요.
교회는 서울드림교회(김여호수아 목사)에 출석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 들어선 제가 말씀을 더 알고 묵상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성경공부 모임에 더 가입했어요.
일반 성도들과 같이 하는 성경통독 큐티반 같은 데에요. 그러니까 아침마다 핸드폰을 열면 말씀으로 꽉 차 있는 거예요.
그룹마다 카톡이나 밴드 같은 걸로 좋은 말씀을 보내주거든요.
그래서 이쪽에서 받은 말씀 저쪽으로 옮겨주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한번 읽을 거 두 번 읽기도 하니까 좋더라고요.
올해 ‘부활’(톨스토이 원작의 연극) 주연을 했는데 대사에 성경구절도 많았고 깊은 믿음을 가진 선배님도 같이 해서 좋았거든요.
연습실에서 ‘부활’ 내용으로 하나님 뜻 이야기하니까 너무 좋았고, 연출 선생님이 “내게 어떤 일이 왔을 때 왜 그 일이 왔을까, 그리고 내가 왜 지금 이 자리에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흔히 공동체에서 상처받았다는 말도 많이 하지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상처 안 받으려고 기도 많이 하는데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 의지하고, 사람은 부족한 존재라고 항상 인정해야 하는데, 살기가 외롭고 힘들다보니까 서로 의지하게 되잖아요.
그래도 어쨌든 신앙생활에선 공동체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나눔이 숙제 같았다는 말이 인상적인데요.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면서도 나눔을 어렵게 생각하고 컴패션 같은 곳의 후원자가 되는 걸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눔이 숙제라는 걸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TV를 틀어도 언제나 나눔이 필요한 이야기 많이 들으시잖아요.
나눔은 당연한 건데, 사람들은 그게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곤 하지요. 제가 뭐 특별해서라기보다, 나눔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건 아마도 제가 좋은 환경에 있었기 때문인가 봐요.
어머니 아버지가 주는 걸 좀 좋아하세요. 제가 그 영향을 받았나 봐요.
갓피플이 지원 씨를 위해 해줬으면 하는 기도제목은?
제가 품은 이런 나눔에 대한 생각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컴패션 섬기는 일, 성경 보고 기도하고 교회 활동하는 모든 일에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게 점점 중요하다고 느껴져요.
컴패션(Compassion)은 전 세계 26개 국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후원자와 일대일로 결연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전인적(지적, 사회 정서적, 신체적, 영적)으로 양육하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이다.
1952년 미국의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한국의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시작하였으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현재 13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양육되고 있다.
한국컴패션은 가난했던 시절 한국이 전 세계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되갚고자 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2003년 설립되었으며, 현재 12만 명 이상의 세계 어린이들이 한국 후원자들을 통해 양육되고 있다.
전 세계 11개 후원국가 중 우리나라가 10번째 후원국이 되었으나 후원받고 있는 어린이 수는 10년만에 세계 2위가 되었다.
컴패션 후원자는 어린이들과 일대일 결연을 통해 한 가족이 되어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정인 목사가 초대 대표 제안을 받고 한국컴패션이 시작된 이야기와 차인표 씨의 힐링캠프 출연으로 후원자가 크게 늘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 그리고 컴패션이 후원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감동적인 변화가 일어났는지가 궁금하다면 서정인 대표가 쓴 《“고맙다”》를 읽으면 된다.
한 아이를 가슴에 품을 때 하늘의 음성, 곧 하나님이 예지원처럼 나눔에 동참한 우리들에게 “고맙다”는 벅찬 말씀을 들려주신다는 뜻이다.
후원신청 및 문의 02-740-1000
홈페이지 www.compass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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