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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증표’를 보여달라고 기도했다…

 2016-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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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부산의 밤은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신장 기증을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부산은 영화제로 축제 분위기였고, 매일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제 마음도 신장 기증이라는 사명감으로 덩달아 흥분되어 있었죠. 금요일에 입원해서 토요일을 보내고 주일에는 병원 옆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삼 년 전, 하선이가 병원에서 완치 불능 판정을 받았다가 주님의 은혜로 소생한 후 서원했던 일이었지만 문득 ‘내 의(義)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실로 주님께 기도하고 응답을 받은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응답이고 한 영혼을 귀하게 여겨 그의 몸과 마음을 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이라면 증표를 보여달라며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성전 바닥에 불꽃이 일더니 용광로 같은 불길로 글씨가 써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조.” 불길과 함께 선명하게 찍힌 글자였죠. 그러면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네가 신장을 주고자 하는 사람의 성(姓)이다.’ 깜짝 놀라 기도하다 말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서 예배가 끝날 때까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앉아 있어야만 했죠. 병실로 돌아와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님의 뜻을 의심한 것을 회개하며 한참을 울며 기도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들어왔습니다.

“내일 신장 기증 받을 환자와 면회가 있어요.” “네? 환자랑 만나지 못하게 한다고 들었는데요.” “우리 병원은 만나서 같이 얘기해요. 좋은 일 하시는데 당연히 만나야지요. 편히 쉬세요.” “네, 감사합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대전에서 사랑하는 아이들과 남편이 내려왔습니다. 저를 보고 남편은 그저 웃기만 했죠. 며칠 못 본 새 부쩍 자란 것 같은 하은이와 하선이와 하민이 그리고 사랑이가 왔습니다. 아이들을 병실에 남겨두고 남편과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 자리에는 몸이 매우 왜소한 환자 한 분이 있었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감사하다며 우는 환자를 보면서 저는 먼저 그 분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조OO인데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그 분에게 더 감사했습니다. 주님께서 인도하신 그 자리에 그 분이 계신다는 게 감사하고 기뻐서 제가 더 많이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두 분, 이리 와서 앉으세요.” 담당 의사 선생님은 한눈에 봐도 젊고 힘이 넘치는 분이셨죠. “걱정되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이식을 할 분은 키가 커서 신장이 클 수 있고, 이식을 받을 환자는 몸이 작아 신장이 작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식하는데 어려울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제 왼쪽의 신장 하나는 이미 저 분의 것이에요. 저 분에게 꼭 맞는 맞춤 신장이 될 거예요.” 주님께서 이미 예비하셨음을 알기에 저는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그렇지 않아요. 체격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저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시는 수술이기에 담당 의사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그런데 신장을 받는 환자와 가족들은 의사의 말에 걱정스런 표정이었죠. 제가 다 잘될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위로했고, 그들은 평안한 마음으로 병실로 돌아갔습니다. 남편에게 지난 밤 교회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며 주님께서 이 일을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다시 설명했습니다.

“나는 살면서 내 몸에 주님을 믿는 흔적을 하나쯤은 꼭 남기고 싶었어유. 나에겐 참으로 중요하고 감사한 일이구먼유. 그리고 우리 딸 하선이를 저렇게 건강하게 살려주셨는데 약속한 걸 드려야 하구유. 편안하게 수술실로 보내줘유.”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우리를 통해 일하시는 주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남편과 함께 대전으로 갔죠. 수술 직후 마취에서 깰 즈음 의사 선생님의 말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습니다.

“윤정희 씨 신장과 환자의 신장 자리가 딱 맞아요. 완전 맞춤입니다. 맞춤이에요. 하하하.” 저는 의식이 희미한 가운데도 주님께 감사 또 감사를 드렸습니다. 주님이 수술실 천장에서 웃고 계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곧 희미하게 사라지셨죠.

주님은 몸 안의 신장을 하나 떼어가시고 더 소중한 것을 제게 남겨주셨습니다. 제 몸에 주님을 믿는 흔적, 주님이 저와 함께하시는 흔적 말입니다. 왼쪽 옆구리에는 지금도 흉한 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아직도 쑤시고 저려옵니다. 13번째 갈비뼈가 없어서 오는 증상이죠. 그럴 때마다 제 마음은 주님과 함께하는 희열과 기쁨으로 달아오릅니다. 주님이 제 안에서 역사하신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 하나님, 땡큐!
    윤정희 / 규장
† 말씀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 요한복음 13장 34,35절오직 하나님께 옳게 여기심을 입어 복음을 위탁 받았으니
우리가 이와 같이 말함은 사람을 기쁘게 하려 함이 아니요
오직 우리 마음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 함이라
- 데살로니가전서 2장 4절

† 기도
사람에게 칭찬받는 일일지라도 그것이 나의 ‘의’로 행한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주님의 흔적을 남기는 자로 살게 도와 주세요.

† 적용과 결단
주님은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 주님의 흔적을 가진 자로서 살고 있나요?





† 지금 교회와 성도에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