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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나를 좀 받아줘…

 2016-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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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3년차로 접어드는 시점에 체류비자 연장 실패로 결국 가족과 함께 급히 한국에 와서 비자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당시 정권과 시스템이 바뀌면서 여러 시행착오가 나타났고,
그 가운데 그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께서 귀국을 늦추시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서 그 이유를 묻는 기도를 했다. 생각해보니 인도네시아에 우리 가정을 빨리 입국시키기 원하신다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도록 허락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일정이 계속 늦춰지자 초조함을 넘어서 과연 인도네시아에 다시 들어가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나님,
제가 꼭 인도네시아에
있어야 할까요?

이 나라가 나를 원하지 않는데 내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또 이들은 내게 관심이 없는데 굳이 ‘나는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고 도움이 되는 사람인데 내가 당신들을 도와줄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라고 사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들었다.

‘하나님, 제가 꼭 인도네시아에 있어야 할까요?’

비록 확신을 가지고 왔지만 절박한 상황이 되자 앞서 받았던 약속에 대해 다시 질문을 했다. 내 어깨의 짐을 가져가시기보다 더 큰 모래주머니를 달아주시는 그분께 내 내면에 상한 마음의 흔적이 있음을 느꼈다.

그러던 중 나는 어느 개척교회에 말씀을 전하러 가게 되었다. 그 교회는 내가 몽골에서 사역할 당시 한국 선교사 자녀학교의 선생님으로서 이레교회를 나와 같이 섬겨주셨던 분이 사모로 계신 교회였다. 남편 목사님은 전도가 유망한 젊은 목회자인데 하나님이 주신 마음의 부담 때문에 큰 교회 부교역자로 가기보다는 그 교회를 자원해서 섬기고 있었다.

그 교회는 인천의 가난한 재개발 지역의 시장통에 있었다. 교회의 아래층에는 생선 가게가 있었다.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복도에 가득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그 냄새가 왠지 익숙하게 다가왔다. 예전 몽골에서 살던 집 아래층이 음식점이었는데 양고기 냄새가 늘 복도에 가득했다.

교회에 들어가 보니 작고 아담한 예배 처소에 몇 가정이 모여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몽골에서 섬기던 이레교회 생각이 났다. 그때는 신참 선교사로서 가난한 마음으로 사역했다.

나는 교회 뒷자리에 앉아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 중에 비로소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이 내게 전해졌다. ‘네 마음이 어느새 높아졌구나.’

나는 인도네시아의 비자 정책이나 관리들의 태도에 마음이 상해서 이렇게 생각했다. ‘여기 아니면 내가 갈 곳이 없을 것 같으냐? 너희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는데도 너희가 나를 발로 차는구나.’ 그것을 하나님께서 ‘높아진 마음’이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저 겸손하게,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고 구하지 않겠니?’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고 비는 건 자존심을 꺾어야 가능하다. 그것은 교제하는 남자가 여자에게 “나는 네가 별로 필요하지 않아”라고 말할 때, 여자가 “그래도 제발 나를 좀 받아주렴. 난 네가 없이는 못 살아”라고 고백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마음이 어느새
높아졌구나

내 마음에 떠오른 건 ‘그럼에도 기꺼이 낮은 마음으로 어떤 어려움에도 제발 머물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충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기도했다.

기도 가운데 내가 부름받은 그 땅에 머물고자 하는 이유는 결국 예수님에게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천국의 복을 나누기 위해 오셨을 때 환영받지 못하셨다. 오히려 헤롯왕은 그분이 오시는 걸 막기 위해 예수님 나이의 어린아이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는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이기에 그분의 발자취를 쫓아 부르심을 받은 자리가 나를 환영하지 않는 자리일라도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분이 떠나라고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이방인의 신분으로 그 땅에 남아 있어야 한다.

크리스천들은 천국 시민권을 가지고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억울해하기보다는, 예수님이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 사신 것처럼 우리도 하늘로부터 오는 사명을 따라 살아가야 함을 고백해야 한다.

† 말씀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한 줄을 알라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 내가 너희에게 종이 주인보다 더 크지 못하다 한 말을 기억하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은즉 너희도 박해할 것이요 내 말을 지켰은즉 너희 말도 지킬 것이라 –요한복음 15장 18~20절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하게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그런즉 우리도 그의 치욕을 짊어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 -히브리서 13장 12,13절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지금도 전과 같이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빌립보서 1장 20,21절

† 기도
주님, 주님께서 불러 주신 자리에서 어느새 높아진 제 마음을 봅니다. 어떤 상황에도 기꺼이 낮은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에만 순종하기 원합니다. 주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주님의 발자취를 쫓아 살아가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당신의 마음이 높아져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요? 부르심을 받은 자리가 어떤 곳이라 할지라도 그분의 말씀에 따라 순종하며 살기로 결단합시다.





† 지금 교회와 성도에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