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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언정 - 삶의 순간마다 주님의 기쁨이 되길

사도행전 29장의 믿음으로 오늘을 사는 배우 이언정. 그녀는 성경이 다시 기록된다면 자신의 이 름이 새겨지는 꿈을 상상하고 기대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어떻게 쓰실지 모르는 자신의 삶을 부 지런한 농부가 밭을 가꾸듯 늘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한다. 그녀는 하나님이 주신 연기의 달란 트를 갈고 닦아 매순간 하나님이 기뻐하는 삶이 되길 기도한다.

KBS 공채 탤런트 20기 (2003)인 배우 이언정은 온라인 서류접수만 3,700명이 지원했고 132대 1의 경쟁률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같은 기수로는 배우 정경호 씨와 지현우 씨가 있다. 그녀는 20대 초반에 게임MC를 하면서 공채에 선발됐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방송국 분위기에 적응하는 게 쉽 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게임MC 일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배우 의 길과 멀어지자 30살 때 과감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에만 집중하기로 선택한다.

모태신앙인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때에 하나님과 가장 친밀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 시간을 잘 보낼까 고민하며 꾸준히 공부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좋은 기 회가 닿아 백석대학교 문화예술학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 활동도 병 행하고 있다. 갓피플매거진 커버스토리에서 배우 이언정은 사도행전 29장의 믿음으로 꿈꾸며 걸어온 인생의 일부를 나눠주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진통제를 먹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 웠던 시간을 보내며 욥기를 묵상했다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고난이나 신앙의 위기 가운데 있 다면 배우 이언정의 인터뷰가 하나님의 음성을 전해주는 통로가 되길 기대해본다. 글 김지언 사진 도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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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게임MC와 배우의 길 사이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했으니까 미대를 가는 게 부모님 입장에서도 자연스러우셨겠죠. 갑자기 집이 어려워졌는데, 제가 미술을 계속하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무엇보다 미술을 잘할 자신이 없었어요. 무엇이 하고 싶을까 하다가 TV를 보면서 연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많이 망설였어요. 상명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하면서 제가 얼마나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인지 절실히 깨달았던 것 같아요

KBS 공채 탤런트의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어요.

6년 만에 공채 신인 탤런트를 선발했어요. 과 친구들이랑 단체로 응시원 서를 냈죠. 특기로 게임방송 진행 오프닝 멘트를 선보였는데 한 심사위원 이 “진행을 잘하네. 아나운서 시험을 봐도 되겠어”라며 칭찬해주셨어요. 하나님의 뜻에 맡기고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며 기도했어요. 저는 어떤 결과가 저에게 좋을지 알 수 없잖아요.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하나님께 결과를 맡겨드리는 기도를 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하나님께 결과를 맡겨드리는 기도를 했어요. 몇 천 명의 지원자 중 에 제가 선발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제 돌아보니 왜 그때 제가 공채로 뽑 혔는지 알 것 같아요.

공채가 됐으니 이제 스타가 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겠어요.

높은 경쟁률의 공채를 한 번에 붙었으니까 저 역시 잘될 일만 생각했죠. 공채 전속기간 동안에는 방송국으로 출퇴근을 해요. 촬영이 있는 날에는 대본을 보다가 촬영가고 그랬어요.

소속사에 속해 있지 않아 매니저가 없어서 엄마가 대신 촬영장에 함께 해주셨어요. 늘 밤을 새야 했고 촬영 환경이 쉽지 않은 걸 곁에서 지켜보셨죠. 제 나이도 어렸고 방송국 분위기에 적응하는 일도 쉽지 않더라고요.

자료를 찾아보니 게임MC로도 유명하셨더라고요.

e스포츠가 인기있던 시절이었는데 생방송으로 매일 진행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한 두 시간을 진행하기 위해 책도 많이 보고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하지만 연기와 진행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해진 방송 진행 스케줄에 맞추게 되니까 연기할 기회들 이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 2. 배우의 길을 선택하며 찾아온 공백

5년 정도 진행했던 게임MC는 연기때문에 그만두신 건가요?

진행하는 일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연기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있어서 기도를 많이 했어요. 30살이 제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하던 일을 내려놓고 연기를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진행하던 여러 프로그램을 정리했어요.

그렇게 연기에 집중하기로 선택했지만 막막하더라고요. 선배나 동기들에게 물어 영화는 연기만 잘하면 당장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오디션으로 배우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렇게 영화사에 프로필을 직접 내러 다니면서 오디션을 봤어요.

2010년부터 오디션을 보고 에서 여기자 역할이 첫 번째 시작했던 단역이었어요. 촬영 때 모든 스태프들이 걱정하던 정말 긴 현장 브리핑 장면을 롱테이크로 한 번에 오케이를 받고 현장에서 박수를 받은 기억이 있어요.

얼마 전에 문채원, 유연석 씨가 주연한 (2016)에서 병희 역할로, 작년에 권상우, 성동일 씨가 주연한 (2015)에서 한서영 역할로 작품에 참여했어요.

꾸준히 찍은 CF 중에 훼스탈 ‘사랑을 삼키다’에서 보여준 눈물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훼스탈 광고는 제일 좋아하는 광고 중에 하나예요. SK텔레콤의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여자정비 사 편)에 나온 제 눈이 감독님의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까 지 연결돼서 하게 됐어요. 연기할 기회를 기다리면서 여 건이 되면 틈틈이 CF에도 참여했죠.

사람마다 인생의 공백기가 있잖아요.

저에게는 연기를 하겠다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던 2010년이 인생의 공백기였던 것 같아요. 암흑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기도 했어요.

기도도 많이 했고 말씀이 꿀송이처럼 달다는 게 어떤 말인지 몸소 체험했거든요. 그땐 기도하는게 생활이자 삶이었어 요. 엄마가 제가 하도 방에서 기도하고 성경만 보니까 목회를 하려나보다 생각하실 정도였대요(웃음).

하나님이 저를 어떻게 쓰실지 모르니까 제 내면을 잘 채워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에 하나님이 저에게 원하시는 것이 말씀과 기도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했던 거예요. 그땐 ‘하나님이 내가 허락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기뻐하실 까’가 기도제목이었어요.

그 시기에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어요?

저는 그때 공부를 새로 시작했어요. 제가 KBS 공채에 빨리 뽑히면서 대학교를 좀 늦게 졸업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 있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공부했죠.

지금 연극영화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적절한 시기에 제안이 와서 하게 됐어요. 게임MC로 진행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조리 있게 내용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배우들한테는 어떻게든 선택되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배우의 일도 열심히 했지만, 그 외 시간에는 공부도 하고 기도와 말씀을 보는 시간으로 채웠어요.

배우 이언정은 어떤 사람인가요?

강의할 때도 아이들에게 농담처럼 “얘들아, 너네처럼 선생님도 연기가 정말 하고 싶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저는 연기를 사랑하고 그 간절함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요.

지금도 연기가 간절하거든요.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은 교수라고 하고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라고하면 연기에 대해 별로 간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공부를 다시 시작한 계기 중에 가장 중요한게 연기가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어요.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주어져서 교수를 감당하는 것도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일이었어요.

배우가 꿈인 이들에게 선배로서 해줄 말이 있을까요?

“연기를 하면서 큰 기대나 실망을 하지 말라”고 말 해주고 싶어요. 제가 공채에 뽑히고 첫 번째 작품 로 캐스팅해주셨던 이강현 감독님이 직접 메일로 써주시면서 해주신 말이었는데, 제가 공채됐을 때만 해도 22살이었으니까 무척 어렸잖아요.

“언정아, 네가 가려는 배우의 길은 대개 기쁘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한 그런 일이고 길이야. 그러니까 연기하면서 큰 기대나 실망을 하지 말라”며 오래갈 수 있는 배우가 되라고 제게 해주셨던 조언 이었다고 생각해요. 벌써부터 조급해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실망하지마, 매순간 최선을 다했으면 과정을 즐기고 결과는 살짝 놓아주라’고 조언해요.

너의 때와 길이 있다고 말이죠. 연기하면서 조급해하거나 욕심이 많았으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조급해하지 않는 성향이기도 한데, 하나님이 어떻게 쓰시든 어떤 모양으로든 쓰임 받는 것에 감사해요. 같은 길을 가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감사한 것 같아요.

하나님이 어떻게 쓰시든 어떤 모양으로든 쓰임 받는 것에 감사해요

# 3. 고난 중의 위로가 되는 꿈

최근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었어요?

작년 말에 교통사고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뒤에서 제 차를 받아서 사고가 난거죠. 어떻게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통증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앉거나 누울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했어요. 바늘이 머리부터 관통해서 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거든요. 3개월 전만 해도 진통 제가 없으면 잠들기가 어려웠어요.

전혀 아팠던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요.

영화 를 개봉할 때 무대인사가 1월에 있었는데요. 제가 아프고 나서 처음 힐을 신고 외출했던 날이기도 해요. 그때까지도 몸이 아파서 온몸에 통증이 있으니까 표정 관리하는데 온통 신경이 가 있었거든요. 두 시간 정도 영화를 보는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새삼 느꼈어 요.

배우 이언정으로 참여했던 작품의 VIP 시사회 때 몸이 아파서 즐거움과 설렘을 온전히 누리지 못해 아쉬웠어요. 시사회가 끝나고 의 이준익 감독님을 처음 뵙는데 제 눈빛과 연기에 대해 칭찬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이런 관심과 진심을 담은 격려들이 현장에서 연기할 때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늘 제가 입버릇처럼 하나님께 기도하는 게 있거든요. ‘하나님 매순간 친히 간섭해주시고 역사해주세요’라는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제는 몸의 통증이 많이 나아져서 감사해요.

몸이 아프면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이 고통 가운데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아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성경의 욥기를 읽기 시작했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과 알 수 없는 이유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잠을 잘 수 없었 던 새벽이었어요. 말씀이 가슴에 새겨진다는 게 무엇인지 경험 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욥은 하나님께 칭찬을 받으면서 잘 살던 사람이었는데 아프기 시작하잖아요. 욥기 1장부터 42장까지 묵상하 면서 제가 욥처럼 너무 고통스러웠고 답답하더라고요. 욥기가 끝나가는데 그의 고통조차 해결되지 않잖아요. 이미 알고 있는 욥기의 결말이었지만 그날 새벽에는 무척 특별했어요.

갑절의 은혜와 회복으로 끝난다는 게 너무나도 큰 위로였어요. 일이나 물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면 저 역시 같은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마음을 담아 진심 으로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제가 겪은 고난들은 나중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잘 위로하게 하시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욥의 친구들이 위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와 닿더라고요. 그러면서 힘든 사람을 두고 욥의 친구들과 같은 위로는 하지 말아야겠다 제 자신을 돌아봤죠.

당연히 건 강은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픈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아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아픔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살면서 예상하지 못한 고난이나 위기를 당할 때 어떨 것 같아요?

욥기를 볼 때 제 상황이 몸과 마음이 아픈 상태였잖아요. 사실 제가 제일 고통스러웠던건 말씀묵상을 해도 하나님의 뜻을 잘 모르겠는 거였어요.

그래도 하나님께 자꾸 물으면서 구했던 것 같아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하나님을 믿으면 꼭 축복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고통과 고난에 더 가까운 분이 아니셨을 까 생각했어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제가 고통을 피해가겠다고 하면 이기적인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사람이니까 고통과 고난보다 축복의 시간만 있으면 좋겠죠. 그러나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서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번 일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어요.

인생에서 꿈꾸는 건 뭐예요?

저한테 소중한 소망이자 큰 꿈이 하나 있는데요. 저한테 소중한 꿈이라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나중에 성경이 다시 기록된다면 제 이름이 쓰여졌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한 구절이라도 내가 지금의 삶을 잘 살아내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게 제 가장 큰 꿈이에요.

하나님이 제 삶에 간섭해주시고 역사해달라는건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드리는 제 첫번 째 기도제목이에요.

주어지는 모든 것을 열심히 하는 동기가 있어요.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연기라는 달란트로 꾸준히 오래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 배우 이언정으로도 대중들과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고 가르치는 자리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