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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추위를 참지 못해 술을 마시고…

 2016-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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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들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로 몸이 움츠려들고 있다. 훈훈한 아파트에서 반바지를 입고 겨울을 여름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그 추위를 가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새벽밥을 배식하기 위해 잠깐 추위에 노출되는 우리들의 몸도 그 추위로 동상에 걸린다.
거리의 날씨는 보통 4월까지도 풀리지 않으니, 항상 거리에서 살고 있는 그들의 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날 밤은 뚝 떨어진 영하의 기온이 기승을 부린다는 기상예보를 들었다.그래서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노숙인들은 추위를 참지 못해 술을 마시고, 추위는 술을 마신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목사님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센터 주방에 나와 생강차를 끓였다.

등대가 필요하다
밤 10시에 생강차와 담요를 차에 싣고 서울역으로 나왔다. 추위에 떨던 그들은 생강차를 보더니 마시고 또 마시고, 한 사람이 열 잔도 더 마시겠다고 아우성들이다.

생강차를 나누어 주는 서울역 광장에 끝도 없이 노숙인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 때 목사님은 무엇을 보셨는지 황급히 어둠 속으로 달려가셨다. 우리를 오라고 손짓하여 가보니 술에 취해 쓰러진 할아버지 노숙인이 오줌으로 뒤범벅이 되어 얼어 죽어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옷은 오줌이 그대로 얼어 버적버적 소리가 났다. 목사님은 그 할아버지를 그대로 업어서 KTX대합실로 옮겨놓았다. 한바탕 소동을 치르면서, 노숙인들은 위급한 상황을 당하거나 어려움 속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호소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주님! 이 사람들에게 등대와 같은 곳이 있어야 합니다.서울역 주변에 작은 공간을 하나 주십시오.전화 부스만한 비좁은 곳이어도 좋아요.노숙인들이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할 때면 달려와 호소할 수 있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곳이기만 하면 됩니다.’

노숙인들에게 샤워장을!
기도하고 있는 내 몸을 흔드는 한 노숙인이 있었다. 이가 다 빠지고 광대뼈가 불쑥 나온 그는 “사모님! 우리들이 밥은 어디선가 얻어먹을 수 있지만 씻을 곳이 없어요. 우리들이 씻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세차게 부는 겨울바람 속에 그의 목소리는 들릴 듯 말듯 작은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깊은 연민의 소리가 되어 내 가슴을 울렸다.

잘 씻지 못하는 노숙인들은 11월이면 손이 트고, 12월이면 손과 발에서 피가 난다. 그 위에 딱지가 앉고 또 갈라진다. 그 날 밤부터 자나 깨나 내 가슴속에는‘주님! 노숙인들에게 샤워장을 주세요’라는 기도뿐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창녕에 사는 남혜정 주부였다.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몇 년 동안 불입한 적금을 보내고 싶으니 선한 일에 사용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전화와 함께 천만 원이 송금되었다. 우리는 노숙인들을 위한 샤워장을 마련하라고 보내주신 주님의 응답임을 알고 그 길로 샤워장을 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지만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서울역 주변을 샅샅이 돌며 발품을 팔았더니 식당을 하다가 문을 닫은 한 점포가 나와 있었다.

6평의 비좁은 점포는 보증금 천만 원에 월 임대료가 70만 원이었다. 노숙인들이 씻으러 오기에 가깝다는 조건 하나만 보고 선뜻 계약을 했다.

그들의 소원대로 등대와 같은 곳이 생기다
물론 우리는 새벽에 천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아침밥을 나누어 주는 일도 벅찬 상태다.

샤워장을 열면 점포 임대료, 인건비, 상하수도 요금, 가스 요금, 칫솔, 치약, 면도기, 비누, 타월 등 생각지도 못한 경비가 줄줄이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어려움을 주님께 맡기고 식당을 개조해 샤워장으로 만들었다.

이곳의 이름을 시냇가라고 지었다.빨래를 하고 멱을 감던 시냇가 말이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는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시1:3).

시냇가는 그 이름대로 노숙인들이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하는 곳이 되었다. 그들이 위급한 일을 당하거나 힘들고 어려울 때 달려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등대와 같은 곳이 되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을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울까 하며 난감해 할 필요가 없다.‘이보다 더 좋은 것으로 줄 수 없을까?’라는 물음을 가지면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도울 수 있다.

이 즐거운 고민은 힘들어 쓰러진 우리의 이웃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만능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 한 모금보다 더 좋은 것으로 줄 수 없을까? 아! 컵라면이 있구나.
컵라면보다 더 좋은 것은? 컵라면에 밥과 김치를 곁들이면 더욱 좋겠구나!
컵라면보다 더 좋은 것은? 맛있는 밥과 국과 반찬이지. 더 좋은 것으로 줄 수 없을까?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저서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www.sojoonghan.org


  •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아침 일찍 경찰 병원에 갔다. ♣ 그 곳에는 폐가 굳어지는 희귀병으로 3년간 병상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전직 경찰이었던 한 성도가 있다. ♣ 죽음을 눈앞에 둔 그를 위하여 나는 10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 그는 내 약속을 받으며 최소한 1000일 간은 사랑하는 그의 가족 곁에, 내 곁에 견딜 수 없는 병의 고통을 참으면서라도 살아 줄 것을 다짐한 셈 이다
    유정옥 / 크리스챤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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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교회와 성도에게 필요해요~